#2. 주식 시계의 자명종이 울리면

금융문맹 직장인 자본주의 홀로서기 1

by 슈퍼노바


많은 사람들이 투자 실패를 경험한다. 신기하게도 투자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하다. 마치 미끼에 걸린 물고기 마냥 본능적으로 달려들고 당하게 된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소설로 만들어 보았다. 재미있게 잃어 보길 바란다.


단편소설: 주식 시계의 자명종이 울리면



캄캄한 방, 어젯밤 잠들기 전 머리맡 반짇고리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찾기 위해 손을 더듬는다. 새벽 5시 50분, 간단히 시간을 확인하고 조금 더 눈을 붙이기에는 어떤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내가 꿈속을 헤매는 사이 지구 저 반대편에 넘겨준 태양 아래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내가 있는 캄캄한 세계 속에 잠시 의식을 잃은 시간도 내게 의식이 돌아온 이상 어떤 형태로든 내가 경험한 것으로 돌려야 한다. 마치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다. 내가 보지 못한 세상도 내가 없던 세상도 어떠한 방법으로 다시 나에게 살아 돌아온다. 야후 파이낸셜, CNBC, 블룸버그, 네이버 뉴스...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나에게 돌아왔다. 기억이란 그저 이런 것일까? 돌아보면 내게 실제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도 당장의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나에게 주는 의미는 크게 없었다. 이러한 사건들도 그저 나에겐 4차 산업의 가상 물리 시스템에 쓰일 데이터일 뿐이다.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주요 뉴스를 빨리 넘겨 본다. 유가가 올랐는지, 환율은 어떤지, 코로나가 진정이 되었는지, 미국 증시는 어땠는지 등. 이 모든 뉴스를 재빨리 훑어보고 나름의 메타분석을 실시한다. 눈을 뜨자마자 내가 가진 주식의 안위를 먼저 살피는 것이다.


오늘은 올라야 할 텐데...


자본주의 사회의 중심인 기업이란 곳에 몸을 담은 지 15년이 흘렀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입사를 했지만 자본주의를 제대로 배워보거나 이해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듯하다.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이 어떻게 내 통장에 들어오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주어진 일만,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제조업에서 열심히 과학과 기술, 경영을 배웠지만 그 지식을 아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늦게나마 이해했다. 회사도 돈을 벌기 위한 게임을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게임을 제대로 하기 위해 개인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연극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회사생활은 단순했다. 가끔은 회사의 상사가 아무 생각과 의미 없이 모호하게 던진 주제에 대해서도 그 숨은 뜻을 알아내기 위해 분주하기만 했다. 회사는 자본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자본주의를 증권회사 펀드매니저에게 배우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나는 어쨌든 이 파멸적이고 항국적인 경쟁에 들어섰다.



나는 내가 가진 어떤 경험, 어떤 자극, 어떤 학습, 어떤 인맥에 따라 투자 여부를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오늘도 내가 했던 과거의 직관이 옳았기를 바라며 출근을 한다. 나의 감정이 부디 흔들리지 않고 그저 평안한 하루를 보내길 기도한다. 오전 9시 장이 열리는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긴장감은 서서히 고조된다. 지금 당장의 일보다는 오늘 나의 투자로 내가 돈을 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의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들이 2002년도 월드컵의 붉은 악마처럼 새빨갛게 물들여져 대한민국 만세를 크게 외쳐보고 싶다. 장이 시작되었다. '아뿔싸' 내 휴대폰 화면은 태극문양의 음양오행처럼, 아니 모세의 기적처럼 붉은빛과 푸른빛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Percentage'보다 'Won'의 숫자가 더 중요하다. "제길 이것도 도량형 통일이 아닌가?" 하필 그 시각 회사 앞을 지나가는 미친듯한 굉음 속 오토바이는 시끄러운 노래를 내뿜으며 휑하니 사라져 갔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좌절과 용기가 교차되고, 만남과 이별을 나누면서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모두 다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마음먹은 대로 될 때도 있어, 다 그런 거야 누구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니까"


주식 투자를 통해 나는 결국 토끼처럼 벌다가 코끼리처럼 잃었다. 삽시간에 한 달 월급의 반이상이 날아갔다. 나는 수익률 목표를 50% 이상 잡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제일 돈을 잘 버는 워런 버핏의 수익률은 20% 정도였다. 나는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어쨌든 내게 주어진 이 시련을 견디어야 한다. 공포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고 누가 그랬던가? 이 코로나 시대는 뉴스에서도 사고 공포에서도 사야 된다. 경제학의 수요, 공급의 원칙도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떨어진다. 반면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이런 제기랄, 이런 건 배워본 적이 없잖아!' 나는 그냥 먼지 같은 존재인가? 앞으로도 바람 부는 데로 휩쓸려 다닐 것인가?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딱 두 가지 이유로 수렴된다. 내가 사지 않았거나, 내가 팔았거나. 반대로 주가가 내리는 이유도 그러하다. 내가 샀거나, 내가 팔지 않았거나...


이미 종국의 결과는 나와있었다. 나는 패배하게 되어있었다. 물타기, 추격매수, 차트분석 그런 건 나 같은 사람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 거릴 수밖에 없다. 화창한 봄 하늘이 탐욕의 황사 때문인지 노랗게 변했고 내 마음은 그저 급할 따름이다.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에서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봐서 소금기둥이 된 것처럼 나도 이 게임의 룰 속에서 이미 타락되어 있었다. 카네만과 티버스키의 손실 회피성, 민감도 체감 이런 이론들이 마구 떠오른다. 대중들 개인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현명한 듯 보이지만 이 게임 속에 들어왔을 때는 대중 심리를 신봉하는 멍청이가 될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돈이 많다면 이런 심리 선동을 잘 활용해서 한번 장난처 볼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장은 나와 같은 사람의 자본을 휩쓸어 가기 좋은 곳임을 깨달았다. 이 시장의 원리를 철저하기 깨닫고 모든 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소수의 집단들이 어떻게든 단기적으로 좌지 우지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 심리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 투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될 것 같다. 온갖 마귀들이 나를 유혹해도 꿋꿋하게 버틸 수만 있다면 승산 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피곤함에 절어 침대에 몸을 뉘인다.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상황이지만 인간이란 학습을 통해 성장하기 나름이다.


가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선물해준 이 국선 마스크들이 나의 구태의연함을 보살펴 준다는 느낌이 든다.


수면을 취하고 깨어났다. 다시 휴대폰을 찾는다. 또다시 모든 것들이 실제 내게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내 기억 속 데이터가 된다. '이런 제길, 내가 쉬어본 적이 언제지?' 나는 오늘의 행복을 계속적으로 내일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내 모든 행복을 이 조그만 휴대폰 창안에 가두어 두고 있는 건 아닐까?


일상은 그렇게 반복되어 간다. 여러 가짜들은 내게 쓸데없이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내 귀동냥을 통해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 지금 당장 3000% 급등할 것을 알려주겠다며 선동하기 시작했다.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법을 읽는다. 회사일도 집중해야 된다. 지속적인 회의와 여러 호출에 단타를 포기 한지 오래다. 본전을 생각하기보다 비법을 찾아야 한다. 해야 할 공부량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자격 시험공부하는 것보다는 쉽고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회계를 이해해야 한다. 누가 기업의 언어는 회계라 했던가? CB, BW, 선물, 옵션 어려운 용어들도 사전을 찾아 뒤적거린다. 내가 제대로 알아야 이 망할 놈들의 사기꾼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는데 말이다. 알고 보면 주식 투자는 매우 쉬운 게임 같기도 하다. 투자를 한 시점부터 탐욕을 절제시킬 마치 주사 한방이면 될 것 같다.


15년의 회사생활이 아쉽다. 난 그동안 뭘 한 걸까? 언제부터 역성장으로 향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내 삶을 그대로 맡겨둔 것일까?



나는 오늘 이 자명종의 알람 버튼을 OFF로 돌렸다. 내게 주어진 행복을 더 이상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죄의식적인 것과 물질만 바라보는 것으로 잃어버린 내 삶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나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가치투자를 결심했다. 나는 내 월급의 절반 이상을 뺏아간 기업을 뒤늦게나마 자세히 살펴보았다. 재무제표, 수익성, 투자비율, 금융 비율, 사업비중, 대주주의 지분, 모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면밀하게 보았고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에게 손실을 안겨준 그 기업은 투자할 매력이 1도 없었는데 나는 그저 차트나 나의 직관으로만 해당 주식을 도박으로 이용했던 것이었다. 가치투자도 공부가 필요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정보들을 찾아내고 분석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로써 기업의 가치를 찾고 확신을 가진다면 괜찮은 투자가 되는 것이었다.


현재 나는 기업가치 분석 전문가가 되었다. 지금은 소소하지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당당한 주주가 되었고 나의 투자에 대한 확신은 매우 확고하다.
머지 안아 100억대 자본가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하며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희망이 오늘도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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