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문맹 직장인 자본주의 홀로서기4
<직장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오늘 나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친구 A는 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비웃음과 동시에 이 중의적인 표현이 솔깃한 듯 쓴웃음을 내뱉는다.
나는 차근히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방법을 설명했다.
얼음의 부피 때문에 커피가 컵에 꽉 찬듯하지만 적당하게 찬물을 끼얹는다.
종이컵의 밑단을 잡고 있는 내 손은 따뜻하고 온화한 감정을 느끼며 완연한 봄날을 연상케 한다. 컵에 입을 대는 순간 내 혀끝은 날카로운 차가움으로 이 무더운 여름날을 단번에 부숴버릴 듯한 강렬함을 느낀다. 이것은 분명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이러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막연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때론 다정하고 밝게, 때론 차갑고도 어둡게, 겉은 하얗게 속은 시커멓게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이 인간은 내면의 양면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날마다 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이 슬프기만 하다. 사회생활 속에서 이뤄진 사람들과의 관계, 친구관계, 가족과의 관계 속에도 우리는 항상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도 이제는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통의 삶 속에서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은 따뜻하고 속은 차갑다.
겉은 웃고 있으나 속으론 남을 비난하고 있다.
겉은 화려하나 머리는 텅 비어 있다.
겉은 누군가를 걱정해주나 속은 자신만의 실리를 계산하고 있다.
겉은 친절하나 속으로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겉은 진실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전달되는 진심이 없다.
이러한 만남의 반복 속에서 나 또한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나 자신의 삶에 때론 소리 내어 울고 싶지만 이제 그러기에도 너무 많은 삶을 살았기에 그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 어리석은 담배 한 가치라도 입에 뿜어야 조금은 위안이 될 듯한 하루이다.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마음이 따뜻한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가식적인 웃음보다는 늘 마음의 표정을 그대로 나타내어주는 사람이 그립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러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의 본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막연하게나마 그러한 사람들이 나와 함께하기를 고대하며 그리움이 아닌 그리움으로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오늘 내가 마신 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애석한 진심을 위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