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월급 약탈기

금융문맹 직장인 자본주의 홀로서기 4

by 슈퍼노바

월급으로 돈은 벌 수는 있어도 모으기는 대단히 힘든 세상인 것 같다.

여기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현대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함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대부분 신용으로 돌아간다. 은행이 100원이란 화폐를 찍어내면 시중에는 20배가 넘는 2,000원이라는 돈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예를 들어, 100원을 A은행에 저축하면 A은행은 이 돈의 지급준비율(10%)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B은행에 대출해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C, D, E은행으로 대출이라는 것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실제의 돈 보다 엄청난 새로운 돈들이 연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은 신용에 대한 약속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이론상의 돈들이 계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자, 직장인이 받는 돈을 월급이라고 하지만, 시장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생산활동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낸 돈이다. 다시 위의 예를 응용해서 이야기해보자, 한 직장인의 월급이 100원이라고 할 때, 실제 시장에서는 2,000원의 돈이 돌아다닌다. 시장이란 곳은 직장인이 받는 돈보다 훨씬 규모가 큰 1,900을 벌 수 있는 곳이다. 이것이 직장생활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하물며 직장인들은 이 100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3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월급 300만 원을 벌었다. 받아야 될 월급은 이미 기업이 원천징수하여 해당 세액이 공제되어 있다. 4대 보험(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국가가 국민들의 소득과 분배의 원칙에 입각해서 작동시키는 사회 공조시스템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만 하고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갈수록 이러한 공조시스템의 혜택을 보기란 매우 어렵다. 이 시스템의 혜택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끝자락에 약간의 보탬이 될 수준이니 참 허망하기 그지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원천징수 30만 원을 제하고 급여라고 자신의 계좌에 찍힌 돈은 이제 270만 원이다. 두 번째로 보험이다. 사람들은 보험에 드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옆집 철수 엄마도 얼마 전 암에 걸렸는데 보험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거라고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보험을 넣어두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우리의 통상적인 사회 관념이었다. 개인도 이 집단사고 속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불안한 존재임은 틀림없는듯하다. 그래서 생명보험, 암보험, 자동차보험 등 그 가입한 상품 종류도 백인백색이다. 3인 가구 기준으로 보통 50만 원 정도 나가는 듯하다. 자, 이제 220만 원이 남았다. 세 번째로는 부동산 담보 대출 원리금과 이자상환이다. 이는 자연스레 은행으로 다시 흘러들어 가게 되는 돈이다. 보수적으로 50만 원 정도로 잡아보겠다. 이제 직장인 A 씨에게 남은 돈은 170만 원이다. A 씨는 대출을 실행할 때 대출 이자를 줄이기 위해 은행 직원이 추천한 예금도 하나 가입했고, 신용카드도 만들어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남은 170만 원 중 100만 원은 지난달 카드 값이다. 나머지 70만 원으로 생활비도 해야 하는데 개인의 삶을 충족시키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제는 단돈 몇만 원도 남에게 베풀기 힘든 세상이다.

A 씨 월급의 약 80%는 정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으로 재흡수되는 것이다. 월급이 순삭 되는 과정이 매월 반복되어 일어나는데도 직장인들은 보험을 비용이 아닌 저축으로 생각하며, 국민연금이 노후대비라 착각하고, 담보대출을 부동산 투자라고 합리화시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은행은 직장인들의 이러한 월급을 신용삼아 대출도 해주고 보험상품도 판매한다. 보험회사는 변액보험을 만들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금융투자기관도 국내는 물론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다. 다시 처음 했던 비유를 예를 들어, 순수하게 노동으로 벌어들인 100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인간의 추상에 의해 형성된 숫자일 뿐이다. 그리고 이 숫자들을 잘 요리해서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두뇌싸움은 안 보이는 곳에서 항상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100원'은 금융자본주의에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돈이다. 100원이라는 돈이 사라진다면 이를 신용으로 창조된 나머지 1,900원 이란 돈은 어떻게 될까? 도미노처럼 연쇄하여 신용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월급'이라는 가치는 경제체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정부도 매번 실업률 지표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이유인 것이다.


직장인 월급은 국가경제의 근간이 된다. 하지만 직장인은 이 시스템 속에서 결코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1,900원이 돌아다니는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그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주위에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도 대부분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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