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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Mar 29. 2022

그냥 와봤어/아프리카 여행 일기

루나 세계여행


대서양의 그녀는 지금도 잘 있는지.



스와콥문트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전용 버스에 오른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낑낑거리며 들어 올리는 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프리카 여행 일정이 마무리가 되어간다.


스와콥문트에서 수도 빈 훅으로 출발이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포장도로를 달리며 곧 아프리카를 떠난다 생각하니 서운하다. 여행 출발 날짜를 코앞에 두고 긴 일정을 걱정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정신없이  지나갔다. 검은 피부색 문에 느끼던 처음의 이질감이 이제 좀 사라지려 하는데 어느새 그들과 영영 이별이다. 갈 곳은 많고 여건은 한계가 있으니 한번 다녀간 나미비아를 다시 올 일은 없으리라. 문득 버스 차창 밖으로 하늘색이 검어진다.


빈훅으로 가는 길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사방이 일몰 뒤처럼 갑자기 컴컴해진다. 낮 밤으로 순간 이동하는 것처럼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버스 유리창을 다다다다 요란하게 두드린다. 차창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작은 나무와 풀이 덮인 초원에서 갑자기 태풍처럼 몰려오는 비바람에 버스에 탄 이들을 놀라게 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작은 새들이 떼 지어 이리저리 마구 주변을 다. 

새들도 검다. 정신 사나운 분위기이다. 

모두들 아무 말없이 침묵이다. 

버스는 비바람에 흔들리며 비를 뚫고 계속 달린다.

한참 달 다시 하늘이 열리고 푸른빛이 나타났다. 

마음이 진정이 된다. 

하늘이 다시 흐리고 또다시 열리고를 반복한다.

전혀 상상 못 한 변덕스러운 날씨이다. 

여행하는 동안 이런 날씨는 처음이다.



한낮의 변화무쌍한 나미비아 날씨


빈훅이 가까워지니 해가 지고 하늘이 붉어진다. 나미비아 사막 들어가기 전 묵었던 호텔로 다시 돌아와 짐을 풀고 피곤으로 곯아떨어졌다.  여행 중에는 평소와 다르게 잠을 잘 잔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여행 일정 때문에 몸이 시달리니 그럴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집에서 보다 훨씬 잘 자고 잘 먹는다. 평소 던 것을 먹어도 소화도 잘 되고.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

여행이 나에겐 만병 통치약이다.


빈훅


다음 날 아침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뭉개 구름이 하얗게 쫙 깔렸다. 일상에서 늘 불만이던 희뿌연 치악산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도권에서 흘러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한 원주 분지의 공기는 내가 원주로 이사해서 사는 동안 회색을 보여주었다. 10여 년 동안 원주의 치악산은 희뿌옇고 맑고 투명한 날이 별로 없다. 중국에서 미세 먼지가 건너왔을까. 아니면 서해안의 대규모 화력 발전소에서 날아왔을까.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눈이 부시다. 먼지 없는 투명한 공기를 마시며 걸어서 비행기에 오른다. 홍콩 경유하여 인천 공항 들어서면 드디어 여행은 끝나고 희뿌연 일상으로 복귀한다. 한동안 일하지 않고 밥 하지 않고 잠도 잘 잤으니 이 행복 바이러스를 모든 이에게 전파시키고 싶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지라서 지형의 기복이 심하고 평지가 적다. 도시는 산지 사이의 움푹한 땅인 분지에 발달해 왔다. 그와 반대로 아프리카 대륙은 지평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식탁 모양으로 평평한 대륙이다. 그러나 단조롭게 이어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과 초원을 아무리 달려도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경치며 야생 동물, 온갖 정성을 다한 원주민의 다양한 머리 모양을 살피는 즐거움, 거부감 없는 맛난 음식, 함께 동고동락하며 가까워진 멤버들, 여행 일정 등 모두가 좋았다. 그리고 그립다.





일상이 힘들고 몸이 지칠 때마다

언제부턴가 막연히 세계 여행을 꿈꾸며

이 고비를 잘 넘기고 때가 되면

세상 구경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불가능해도 언젠가는 기회를 만들어

큰 대륙을 한 번씩이라도 밟아 보리라 결심했다.

  

인생 한 번쯤 누구나 갖는 꿈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난 좁은 골짜기를 떠나

다양한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며 

넓은 세상에 대한 나의 호기심 가슴 한가운데 머물렀다.


나의 방에 붙여 놓은 세계지도에 다녀온 지역이 하나씩 늘고 있다.

어느새 큰 덩어리 6 대륙에 몇 지역 안되나 모두 빨간 점이 찍혔다.

생각할수록 가슴 뿌듯하고 나만이 아는 나만의 행복에 젖는다.     


나의 아프리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작은 여운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나의 글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누군가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고 

어느 날 아프리카를 향해 출발한다면

나는 더욱 성숙한 여행자를 꿈꾸며 행복해할 것이다.


스와콥문트 대서양 연안 제티 식당의 그녀는 지금 잘 있는지.



제티 식당(스와콥문트)의 예쁜 직원

        


(이 글은 사진여행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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