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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Mar 19. 2022

나미비아/대서양 연안 스와콥문트 Swakopmund

루나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나미비아(6)/왈비스 베이 Walvis Bay/스와콥문트 Swakopmund



2박 3일의 나미브 사막 투어를 마치고 이제 마지막 여행지만 남았다. 오늘 나미브 사막 로지를 출발하여 대서양 연안 왈비스 베이를 거쳐 스와콥문트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독특한 형태의 로지와 주변의 적갈색 자갈 사막과 이별이다. 듄 45에서 이어지는 끝없는 사구, 사구 발달로 막혀버린 마른 호수 데드 블레이, 한눈에 담을  수 없는 광활한 사막을 가슴에 묻고 떠난다. 그 무겁고 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리 만들어 내는 곡선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나미브 사막 듄 45


왈비스 베이 Walvis Bay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조 기후 지역의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덜덜덜 승차감은 좀 떨어지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달리는 듯하다. 오랫동안 모래와 먼지로 다져진 단단한 도로는 시속 10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비포장 도로를 참 오랜만에 달린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자동차를 보니 어릴 적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던 자동차가 떠오른다. 그 자동차의 매연을 마시며 신이 나서 차를 따라 달리던 아이들이 있었다. 자동차가 귀하고 포장도로가 별로 없었던 우리의 과거가 떠오른다.

나미브 사막에서 대서양 해안으로 이동하는 도로 주변은 건조지역으로 바위산과 황무지가 대부분이고 가끔 키 작은 나무숲이 나타날 뿐 농경지는 거의 없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회귀선 주변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지역이다. 산지도 언덕도 그 정도만 다를 뿐 적갈색으로 쭉 이어진다. 이런 황량항 벌판에서 가난을 짊어지고 사는 나미비아가 안쓰럽다.



나미비아 마지막 여행지
나미비아 오프로드


버스가 남회귀선을 지나며 잠시 정차했다.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은 대부분 이곳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해 멈춘다. 우리도 인증사진을 남기고 바로 옆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다시 출발한다. 오랜 시간 달려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으면 좀 떨어진 숲으로 들어가 작은 나무 뒤에 대강 의지하여 볼일을 본다. 잠시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이다. 한 번은 화장지가 바람에 휙 날아가 그를 쫓아가며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사방 눈치를 살피기도... 다행히 저들은 사진 찍느라 나를 보지 못한 눈치이다. 휴우.

차곡차곡 쌓인 지층이 수평을 유지한 채로 누워 있지 못하고 습곡 운동으로 모두가 이리 삐뚤 저리 삐뚤이다. 산지 형태나 색, 그리고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산의 모습이고 하늘은 미세 먼지 없이 파랗다. 햇살 쨍쨍한 맑은 날씨다.


나미비아 남회귀선(23.5°S)을 지나며
습곡운동이 심한 적갈색 지층


대서양 연안 도시 왈비스 베이에 도착했다. 

난생처음 대서양 앞에 섰다. 약간 후덥지근 하지만 흐린 날씨 때문인지 많이 덥지는 않다.

우와,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홍학이 서식지이다. 회색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학 떼가 먹이를 찾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일행 분이 고개를 들고 있는 순간을 찍었다며 나중에 보여 주었는데 나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열대 야자수와 약간 푸른빛 도는 왈비스 만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이곳이 아프리카임을 잊고 여유 있는 마음과 여행이 주는 설렘으로 역시 기분 좋은 날이다. 평화로운 새들과 조용조용 일정을 음미하는 일행과 새로운 길로 이어지는 여행이 꿀맛이다.

바다 위 나무 데크를 걸어 들어가니 식당이다. 식사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홍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려고 기다려도 떼 지어 멋지게 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회색으로 태어나 붉은 플랑크톤 식사 덕분에 깃털이 붉어졌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왈비스 해안에서 여유로운 그들도 나만큼 행복해 보였다.



나미비아 대서양 연안 왈비스 베이


왈비스만 식당
왈비스만의 홍학


스와콥문트 Swakopmund


대서양 연안 아름다운 도시 스와콥문트. 

독일 식민지배로 항구 건설이 시작되어 독일의 도시보다 더 독일다운 도시로 유럽인의 출입문이었다는 도시이다. 주민 스스로 집집이 한 달에 한 번 건물을 걸레질하는 알록달록 예쁘고 아담한 동내라고 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명배우 브래드 피트 Brad Pitt와 앤젤리나 졸리 Angelina Jolie의 신혼 여행지로 더욱 명소가 되었단다. 아름다운 도시라고. 정말 그럴까.

그러나 일명 해골 해안. 짙은 안개와 거친 풍랑으로 때로는 무서운 바다로 변한다고 한다. 대서양에서 몰려오는 바람이 도시를 집어삼킬 듯한 파도를 만들어 꼼짝 못 하게 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가이드가 전해 준다.


스와콥문트 도착. 바닷가 바로 옆 숙소에 짐을 풀고 누웠다. 비포장을 오전 내내 달렸으니 몸이 긴장되어 늘어진다. 몸을 풀고 시내 구경도 하고 밥도 먹어야 하니 거리로 나섰다. 바닷가 호텔을 나서서 10분쯤 걸으니 소문처럼 깔끔하게 알록달록 페인트가 잘 칠해진 거리 모습이다. 전혀 아프리카적이지 않고 북유럽의 거리 모습이다.  그러나 상점에 들어가 물건과 상점 직원을 만나니 아프리카가 맞긴 맞다. 물건을 파는 매력적인 흑인 아줌마는 깎아 달라는 말에 그저 웃으며 조금은 가능하나 많이는 안된단다. 이리 저이 휘젓고 다녔는데 어쩜 이리 시내가 깨끗한지 날씨는 흐리나 거리가 환하고 투명한 분위기이다.



스와콥문트


대서양을 향해 길게 뻗은 제티 브리지 Jetty Bridge.  그 끝에 식당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오늘 저녁은 그 JETTY레스토랑으로 예약해 놓았단다. 데크를 걸어가는 듬직한 아빠가 눈에 들어왔다. 큰 놈은 가슴에 안고, 작은놈은 아빠 목에 무등을 타고 식당으로 향하는 아빠. 세 남자를 보니 갑자기 가슴 한쪽이 찡하다.

우리 집 세 남자는 밥은 먹고 지내는지...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던가. 늘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다음 방학에는 꼭 아이들과 잘 놀아주자 결심은 하는데 실천은 늘 어려웠다. 방학 중 1주일은 근무조(방학 중에는 근무조를 짜서 며칠 근무함), 그리고 아이들과 뭘 하려 맘먹어도 늘 분주하게 끝나고 말았다. 양가 챙기기 , 병원 다니기, 세끼 해결 등등이 발목을 잡아 방학 끝나고 개학하면서 곧 다음 방학을 기다리곤 했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네 식구가 즐거이 지낸 추억이 없다. 생각하면 미안하고 슬프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의도대로 더 잘할 수 있을까. 천만에. 다시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이 황금기라고 말하고 싶다. 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아프리카 여행으로 주머니에 행복 가득하다.



JETTY 레스토랑


브라보! 나미비아 마지막 여행지에서 와인 한잔으로 낭만을 들먹이고 대서양 한가운데 앉아 즐기는 저녁 시간. 머리 곱게 단장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이쁜 식당 직원들은 지금 생각해도 유쾌하다. 잠시였지만 무엇을 부탁해도 예스, 왁자지껄한 현지 가이드 두 분의 분위기에 섞여 사진도 함께 찍고 식사도 맛있었다. 등갈비도 해물도 모든 메뉴가 입에 맞아 모두들 거침없이 먹어 치웠다.



깔끔하고 매너 좋은 제티 식당  직원


식사를 마치고 긴 데크를 걸어 나오며 원주민 가이드가 너스레를 떨며 포즈를 취한다. 순간 놓칠세라 카메라를 들었다. 단체 인증 사진도 찍고 저녁 해변을 거닐며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20여 일 아프리카 4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멤버들과 친해졌나 싶었는데 일정이 마무리되고 있다. 여행 끝나고 잠시 휴식한 뒤 중미로 떠나자고 모두들 들떠 있는데 우리 팀 리더인 천박 사는 급할 것 없다는 표정이다. 막상 떠나려 하면 몇 명 안될 거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이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 인연을 이어가자며 아쉬워하는 우리들, 이다음에 무엇이 되어 또 만나려나. 서로 모르던 구성원이 여행으로 다져진 우정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면 한 달도 안 되어 잊히리라. 우리 인생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 아니던가.



즐거운 여행


일찍 잠이 깨어 함께 방을 쓰는 친구와 해안을 따라 걸었다. 해변 모래 위에 바다풀과 미역이 수북이 쌓여있고 갈매기가 해안을 스치듯 몇 마리씩 날고 있다. 비가 내릴 듯이 어제보다 더 흐린 날씨이다. 바닷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인사를 해도 못 본 척 지나간다. 심지어 표정이 심상치 않다. 어제 식당에서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외부인에 대해 경계심을 보이는 것 같다. 서비스 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직업상 갖는 태도일까. 바다에서 만난 주민들은 표정이 굳어있다. 동네가 아름답고 상쾌하여 주민들 생활도 그러리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길가에 다육이와 선인장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굵게 자란 야자수가 도시의 무게감과 운치를 더한다. 파도는 바람을 타고 출렁이지만 길가 식물은 아침 안개를 먹이로 잘 자라고 있다. 우리는 화분에 심어 애지중지 키우는 다육이가 도로를 따라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공원의 빨강 파랑 노란색 의자가 귀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잠시 앉았다 갈까 하다 그냥 바닷가를 따라 걸었다. 작은 호텔이 즐비하고 부두에 배가 매어져 있지만 인적이 드문 조용한 아침이다.


스와콥문트 해변
도로변에 다육이


해안과 사막이 공존하는 스와콥문트에서 연령에 관계없이 쿼드 바이크를 체험하러 나갔다. 모두 자동차 운전을 하니 망설임 없이 헬멧 쓰고 주의 사항 듣고 바이크에 올랐다. 바퀴가 커서 안정감은 있으나 모래 속에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페달을 밟으면 쌩하고 놓으면 멈춰 버린다. 중심 잡기도 힘들고 영 속도 조절이 자유롭지 않아 망설임 없이 탄 것을 후회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모래 속에 쳐 박힐까 걱정도 되고 달리기는 하나 불안 불안하다. 

에라 모르겠다. 한 번 밟아 보자. 언덕을 오르며 용기를 내어 속도를 내니 넘어지지 않고 전진이다. 앞장서서 달리며 드디어 속도감을 즐긴다. 일렬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신나게 달리는데 모래 속을 뒹구는 이가 있다. 이크, 조심해야겠다. 코스가 길다. 한 시간 정도 달렸다. 모래를 벗어나 포장도로를 따라 사무실로 향하는데 맨 뒤에 오던 일행 한 명이 도로 옆 도랑에 처박혔다고.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다치지는 않았다. 맨 앞과 뒤에 안내 직원이 있었는데 뒷 직원이 어디로 간 걸까. 리더가 화가 나서 직원과 한바탕 했다. 큰일 날뻔했다.

지금은 살아 있으나 우리는 내일 일을 모른다. 먼 타국 산책길에서 만난 길가에 피어있는 예쁜 꽃도 며칠 지나면 씨를 품고 사라지듯이 2018년에는 나의 아프리카 여행길을 걱정하는 어머니가 계셨다. 그러나 여행기를 쓰고 있는 2022년 지금, 볼 수 없는 나라에 계신다. 브런치에 여행기를 작년에 쓰기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펜을 놓았다가 해를 넘기고 이제야 다시 글을 적고 있다. 

그것이 유일한 글쓰기를 멈춘 이유는 아니지만...




(이 글은 사진여행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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