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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Jun 11. 2021

나미브 사막/세스리엠 캐년Sesriem Canyon

루나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나미비아(5)/세스리엠 캐년Sesriem Canyon 트레킹



나미브 사막 내 숙소였던 Sossus Dune Lodge에서 가까이 위치한 세스리엠 캐년.

대드블레이Deadvlei를 트레킹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목에 있어 오후 늦게 들렀다.

약 300백만 년 전부터 차우찹 강이 깎아 만든 평지 아래 형성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협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속살을 드러낸 계곡으로

글을 쓰려니 밟았던 땅의 감촉과 그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세스리엠 캐년(구글 인공위성 사진)

우기에 어쩌다 강물이 불어나면

계곡을 파고 자갈을 굴리고 모래를 이동시키며 깎고 쌓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협곡으로

서쪽으로 소서스블레이Sossusvlei로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가운데 강이 흐르던 시대에 만들어진 흔적들이다.



차에서 내리니 평지이고 동굴은 보이지 않는다.

가이드(현지 스탭)의 안내로 동굴로 들어서는 작은 입구를 찾았다.

돌 층계를 엉거주춤 내려서니 좁고 깊은 협곡 일부가 햇살이 반짝인다.

한쪽 벽면은 큰 돌과 자갈이 차곡차곡 쌓인 지층이 인공적인 콘크리트 층처럼 보이고

반대쪽은 뭉실하게 모래 지층이 드러나 있다.

계곡 양쪽 지층의 구성이 확연히 다르다.


Sesriem Canyon  입구

들어 갈수록 계곡이 넓어지더니 큰 고목 몇 그루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지금도 가끔 비가 내리는가.

연중 한 번이라도 생명을 이어 갈 단비가 내리겠지.

습기라고는 한 방울도 없는데 큰 나무가 서 있다니.

바닥은 강물이 쪼개고 이동시켜 깔아 놓은 하얀 자갈이  밑에서 달그락 거린다.


Sesriem Canyon의 키 큰 나무


모래가 쌓여 굳어진 벽이 오후 햇살에 붉은빛을 띤다.

협곡은 잠시 넓어지다 다시 좁아지기를 반복하고

좀 전의 자갈보다 작은 자갈이 깔린 길이 시원하다.


Sesriem Canyon


Sesriem Canyon


울퉁불퉁 굴곡 있는 계곡

껍질이 벗겨진 채 드러난 뿌리.

말없이 흐르는 세월의 흔적

협곡은 몸으로 세월을 보여주고 있다.

지형의 모습이나 형성 원인이 미국 서부 앤탈롭 캐년Antelope Canyon과 비슷하나 그것보다 선이 거칠고 섬세하지 않다.

나미브 사막의 홍수가 꿈틀거릴 때마다 침식과 퇴적물 이동이 반복되어 만들어진 사막 속 동굴이다.


Sesriem Canyon 고목


벌렁 드러누운 고사된 나무 한 그루.

잎과 껍질은 사라지고 속살만 남았다.

넘어진 뿌리 가까이 다가가니 파충류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본다.

그 안에 그려진 나이테는 아직도 선명하다.

부끄럼을 벗어난 지 오래인 나무 밑동이 반질하다.


고사목 밑동


트레킹을 시작해서 밖으로 나올 때까지 다른 여행객을 보지 못하였다.

이곳이 인기 있는 장소가 아닌 것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들이 독차지하

맘껏 떠들고 사진 찍으며 여유를 즐겼다.

갑자기 하늘이 빠끔히 열려 주변이 어두워진다.



벽 아닌 벽이 쏟아질 듯 위태로우나

만져 보면 돌처럼 단단하다.

벽이 허물어져 나를 덮칠 염려는 없으니

안심하고 걸어도 되리.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점프~ 한번 하더니 따라 하란다.

멋진 장면을 찍어 준다나.

현지 가이드의 꾐에 넘어가 얼결에 점프를 했다.

하나, 둘, 셋 점프!

사진을 보니 점프샷을 찍어준 그도

찍히는 나도 빨간색 바지.

미소 짓게 하는 추억 속의 한 장면이다.


빨간 옷 입고 찍은 사진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

나는 빨간색 옷을 많이 입고 자랐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 추운 겨울에는 빨간색이나 꽃분홍 스웨터를 주로 입었다.

어머니는 처럼 핏기 없는 노란 얼굴에는 빨간색이 어울린다며 빨간색 옷을 고집하셨다.

그것이 세뇌가 되었는지

내가 나이를 먹어 화려함을 쫓는 것인지

사진 속 나는 빨간 바지를 입었다.

아니, 모자도 빨강이다.



일행과 좁아진 하늘을 보며

강물 따라 좁게 열린 동굴을 걸으며

물이 흐른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세계 기후대는 변화하는 중이고

인간이 내뿜는 열기로 만들어지는 기후 온난화도

지구 상의 지형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어느 날 이곳이 갑자기 홍수로 넘친다면 어떻게 변할까.




고개를 들었는데 파아란 하늘이다.

계곡이 끝나는 곳까지 왔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수록 그림자 더욱 깊어진다.


계곡 출구


자갈이 박힌 벽을 더듬으며 지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돌층계를 올라선다.

현지 가이드의 빨간색 바지를 다시 한번 찰칵.

선글라스, 멋진 시계,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한 그는 아프리카 멋쟁이.

어깨 힘주고 여러 가족을 부양한다는 가슴 가득 자부심  현지 젊은이.

스스로 자랑스러운 그만의 길을 개척하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에게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프리카의 비전읽는다.


Sesriem Canyon 출구


먼저 올라간 일행 한 분이 머리 위를 지나간다.

넘어가는 햇살  위에 올라선 그대가 눈부시.

잠깐만요. 찰칵!

사진은 순간 포착이다.

일행이 있어 더욱 재미있는 여행이다.



계곡을 막 나서는 일행

차를 타려는 순간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긴 그림자~.


당당하고 귀여운 현지 가이드

그리고 우리의 아프리카 여행을 끝까지 행복한 낭만 여행으로 이끌어 준 천 박사.


덕분에 아프리카 나미에서 즐거웠습니다.

오늘 일몰은 더욱 아름다우리라.


긴 그림자




(사진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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