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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May 24. 2021

나미브 사막/데드 블레이 Deadvlei트레킹

루나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나미비아(4)/나미브 사막의 전설이 된 나무들



서아프리카 나미비아 Namib-Naukluft National Park.

그 나미브 나우클리프트 국립공원에 머무는 중이다.

사구로 둘러싸인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죽은 계곡, 죽은 호수 데드블레이Dedvlei.

이른 아침 듄 45에 올라 일출을 보고 데드블레이를 트레킹 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 출발한다.

영상으로 이미 많이 보았던 사막 속의 죽은 호수.

직접 보면 어떤 모습일까 매우 궁금했던 경관이다.



오렌지 강이 만든 사구로 막혀 호수가 형성되

그 뒤 호수의 물이 증발되어 사라지고

물이 없는 죽은 계곡이 되었다.

강물에 기대어 살던 300년 이상 자란 나무는

사막에서 바싹 말라 생명을 다하고

일 년 내내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건조 속에서

600년 이상 그곳에서 버티고 있다.


Deadvlei

드디어 그곳으로 출발이다.

듄 45에서 아침 도시락 먹고 약 20분 버스로 이동.

원주민이 운영하는 4륜 구동 바꿔 타

소서스 블레이를 향해 모래길로 들어선다.

자동차 바퀴는 모래에 빠질 듯 위태로우나 덜컹거리며 멈추지 않고 잘 달린다.

오래전 강물이 넘쳐흐를 때 자란 거목일까.

커다란 나무가 모여 있는 그늘에 도착했다.

그곳이 주차장이다.



목마름 대비하여 물 한병 챙기고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땅바닥에 그림 그려가며

과거의 강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구 행렬과

지금은 말라죽은 나무로 독특한 경관을 이루고 있는 그곳을 상세히 설명한다.

가이드 바로 앞에 물 없이 자라고 있는 온통 가시만으로 이루어진 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무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몇 년씩 비가 오지 않아 사막은 점점 넓어지고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가 바람 타고 만들어진 사구의 행렬이 멋진 곳이다.

물은 증발되고 바닥은 석회화되어 소금기 머금은 하얀색을 띤 단단한 바닥.

부드러운 모래 길과 굳은 흰색 바닥이 반복된다.



소서스블레이Sossusvlei 주차장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붉은 사구의 행렬

사방이 붉디붉은 모래 언덕들.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천천히 붉은 계곡으로 들어간다.

가끔 주변보다 낮은 계곡에 푸른 나무가 신기하게도 웅크린 채 줄지어 자라고 있다.

그래도 나무가 자라는 위치는

늦게까지 물이 흐르던 골짜기이리라.

강이 사라지고 시간이 알마나 흘렀을까.

바람은 얼마나 많은 모래를 이동시켰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구가 높아진다.

눈앞 언덕을 넘어야 죽은 호수를 볼 수 있.


바람이 만든 날카롭고 경사진 능선이 눈앞에 나타났다.

햇볕은 쨍쨍이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는 부담스럽다.

우리는 아침 일찍 듄 45에서 기운을 많이 겨 평평한 낮은 언덕을 골라 전진다.

천천히 낮은 지대를 통과하며 사구의 칼 같은 능선은 오르지 못하고 눈으로 즐긴다.


나미브의 붉은 모래 언덕


이 더위에 높은 빅대디 Big Daddy를 오르는 이들이 개미만 하게 보인다.

저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르는 이는 분명 젊은이들이겠지.

대부분 둘씩 짝지어 그림자와 넷이 한 무리로 걷는다.

그들이 남긴 발자국이 능선을 더욱 확실하게 그려 준다.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비거주 지역이지만

여행자가 찾아 나서기에는 참 훌륭한 나미브 사막.

땡볕 더위  호기심에 지치지 않는 사막 길.

사구를 넘고 또 넘었다.

멋진 모래 언덕이 주는 감흥은 아직도 생생하다.


빅 대디


쉬지 않고 걸어도 햇살만 뜨거울 뿐 땀은 흐르지 않는다.

여행 오기 전 읽은 여행기에서 너무 더워 고생했다는 글을 읽었는데

예상보다 힘들지 않아 다행이다.


아, 드디어 붉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하얀 분지.

데드 블레이 Deadvlei.

Dead 죽은, Vlei는 호수(계곡).

TV에서 보았던 둥글고 바닥이 하얀 분지이다.



Deadvlei

마른 호수로 들어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죽은 나무를 들여다본다.

호수 안에 서 있는 나무는 '아프리카 아카시아'.

숲을 이루고 산 세월이 300년, 고사목이 되어 어언 600여 년이라는.

긴긴 세월 인내심을 가지고 잘 버텨온 들.

죽은 듯이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 있다.


Deadvlei
Deadvlei

사람들 계속 호수를 향해 들어온다.

걷기가 두려운 이는 낮은 언덕으로

힘 좋은 이는 높은 언덕(빅 대디)을 타고 오른 뒤

함성을 지르며 급경사를 타고 뛰어내린다.


두 사람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내려 달린다.

꼭대기에서 급경사를 향해 뛰어내린다.

으아~ 아아아!

땀 흘리며 높은 사구를 오른 그들만의 특권이다.

보는 이도 통쾌 상쾌.


사구에서 뛰어내리는 용감한 이들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나무 가까이 다가가 본다.

건조 기후에서 바싹 마른 검은 가지에 세로줄이 파여있다.

마치 불에 탄 검정 숯처럼 보인다.

뿌리는 반쯤 드러나 약간 비스듬히 누운 상태.

비를 맞지 않으니 무너지지 않고 오랫동안 버틸 것이다.


멋진 포즈를 멋지게 잡아야 하는데...

나름 정성으로 한 컷 두 컷 셔터를 누르나

욕심이 실력보다 커서 역시 만족은 턱도 없다.

흐흐.

 

Deadvlei 고사목



입구에서 오른쪽 낮은 지대에는 푸른 나무가 살아 있다.

아마도 강이 가장 늦게까지 흐르던 계곡이리라.

아직 푸른 걸 보니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비가 내리는지.

신통하다. 살아 있음이.


낮은 계곡의 살아있는 나무들


거목 쓰러지고 지금은 기둥과 뿌리만 보이나

번성했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낮은 바닥으로 내려가 드러난 뿌리를 둘러본다.

만물이 거쳐 가는 길, 생로병사(生老病死).

쓰러진 거목에서 보이는 생과 사의 갈림길.

한때 거대한 덩치의 고사목이 쓰러져 한 줌의 모래가 된들

이제는 서 있기 힘들어 누웠다 한들

그의 화려했던 영광은 사라지지 않으리.


문득 거리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입을 삐죽 내밀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늘 내가 먼 길을 떠날 때면 걱정과 원망을 섞어

아직도 갈 곳이 남았냐고 하시던 나의 어머니...

한 달 전에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병석으로 꼼짝 못 하고 누워 계시다가

한마디 이별의 말도 남기지 못하시고

잘 있으라 손 한번 흔들지 못하시고

오랜 아픔을 뒤로한 채 그냥 그렇게 떠나셨다.

그냥 그렇게...

이제는 코로나로 여행 가지 못하니

옆에서 재잘거리며 여행 이야기 들려줄 시간이 넘치는데 이미 먼 길을 떠나셨다.

그것을 고할 어머니는 내 옆에 계시지 않는다.



죽은 호수 안에서 죽은 나무가 옹기종기 모여

아직은 한 가족으로 산다.

큰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한참을 쉬었다.

입구에 옆으로 누운 큰 나무 하나가 여행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여행기를 보면 대부분 이 자리에서 인증사진을 남겼다.


호수를 뒤로하고 걸어 나가는 상체를 수그린 모습들.

올 때는 호기심에 신나게 걸었는데

다시 돌아 나가려니 왠지 힘이 빠진다.

아득히 먼 언덕을 오르던 이도 모두 내려왔는지

이제 능선에는 아무도 없다.


들어올 때 만들어진 발자국을 다시 밟으며

주차장을 향해 걸어 나왔다.

모래 언덕을 걷는 것보다는 딱딱한 바닥을 만나면 걷기 편하다.

붉은 모래밭을 실컷 걸은 날이다.

그래. 사막은 이런 곳이었다.





키가 큰 나무 그늘 손님을 싣고 온 차들이 늘어서 있다.

무거운 어깨를 늘어 뜨리고 주차장에 도착이다.

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돌아오는 그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말 많은 현지 가이드는 많은 것을 알려 주고 싶어 하나

더운 날씨에 지치기도 하고

설명을 반도 못 알아들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고목 그늘 아래서 한참을 쉬다가

다시 현지인의 4륜 구동을 타고 덜컹거리며 소서스블레이를 나왔다.



주차장




( 사진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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