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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May 07. 2021

나미브 사막/듄 Dune 45 일출 트레킹.

루나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나미비아(3)/ 나미브 사막의 듄 45를 아시나요. 


나미브 사막은 나미비아의 대서양 연안을 따라 넓게 분포하는 잘 알려진 붉은 사막.

사막 일대는 나미브 나우크루푸트 국립공원Namib-Naukluft Nationl Park.

끝없는 모래사막으로 사구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이다.

'아무것도 없는 땅' 즉 '나미브'.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프리카 남서 해안에 위치하는 국가로

일찍이 유럽인이 해안으로 이주하기 시작하여 1800년대를 넘기며 독일의 지배를 받다가

세계 1차 대전 중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통치하며 피폐해진 땅이다. 

1990년에야 완전한 독립을 이룬 아프리카 대륙 53번째 마지막 독립국.

수도는 빈트훅이다.


나미브Namib 사막과 듄 45.


대부분 공원 밖 캠핑장에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1시간 이상 달려 듄 45에 도착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미브 국립공원 내 숙소에서 그들보다 훨씬 늦은 아침 시간에 출발해도 일출을 볼 수 있다.

고가의 호텔비를 부담한 특권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듄 45(Dune-모래 언덕).

언덕 입구 컴컴한 주차장에 버스가 서고 조심하여 사막으로 발을 내린다.

우리 팀이 제일 먼저 주차장 도착이다.

눈앞에 검은 모래 언덕이 우뚝 서 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날카로운 칼날 모양의 모래 언덕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듄 45를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을 향해 전진하는데 하늘에 붉은 기운이 짙어진다.

서둘러 올라가 일출을 봐야 한다.

가파른 경사지를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미끄러지듯 발목이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진다.

위로 올라 갈수록 신발 속에 가득 찬 모래로 발이 무거워진다.

아구 힘들다.

한 발자국을 옮기기가 무척 힘들다.

이곳 모래는 무거운 것이 특징.

그 어느 사막보다 일찍 만들어진 모래는 철 성분을 많이 포함하여 붉게 산화되었고 묵직하다.


듄 45

줄줄이 낑낑거리며 사막을 오르다가 일행 일부는 주저앉는다.

나도 나란히 앉아 해뜨기를 기다릴까 하다가 모래가 가득한 신발을 끌고 좀 더 전진이다.

그래 가는 데까지 가 보자.

좀 더 높이 오르면 더 멋진 경관이 한눈에 보이겠지.

앞서가는 가이드의 발자국만 따라가니 발이 덜 빠지고 걸음이 빨라진다.


해가 뜨려나 보다.

카메라를 준비하고 셔터를 눌러본다.

하늘색이 점점 붉어진다.

어둡게도 찍어보고 밝은 노출로도 찍어본다.





언덕이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더니

드디어 눈부신 해가 떠오른다.

사막에서 처음 구경하는 일출이다.

먼 나라 아프리카에서 맞이하는 붉은 해.

잠시 멈춰 서서 일출을 감상한다.


내 인생이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 것 같다.

충청도 산골짜기 촌놈이 지도에서나 찾아보던 나미브까지 오다니...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사막 위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듄 45 일출

사구의 선이 점점 선명해지면서 붉은색도 짙어진다.

어제의 나그네가 만든 발자국이 사구 사이에 선명하다.

어젯밤에는 바람이 약했나 보다.

모래가 날렸으면 모두 지워져 보이지 않았을 텐데.


듄 45 일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발자국으로 무너진 경사지는 어둡고

반대편은 햇살을 받아 곱게 빛나고 있다.

사구의 능선이 아침 햇살에 음영으로 나누어지는 시간이다.



일출을 구경했으니 언덕 하나를 더 올라가 볼꺼나.

사람들이 올라간 흔적이 없는 날카로운 선을 잡아보자.

미끄러지며 첫 발자국을 내며 오르는데

나보다 늦게 출발한 젊은이 한 쌍이 나를 제치고 앞서간다.

그다음 한 쌍이 또 지나간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듄 45

나를 추월해 가니 날카로운 사구 모습은 뭉그러졌다.

흠집 없는 멋진 사구를 찍으려 기를 쓰고 올랐는데

젊은이가 먼저 남긴 발자국 무늬, 그것이라도 담을 수밖에.

그런데 지금 보니 이것이 더 정다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듄 45 붉은 모래와 아름다운 발자국

저 사구의 끝을 저들처럼 밟고 싶지만

아이고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나를 추월한 그들을 언덕 위에 넣고 보니 그것 또한 운치를 더하는 사진이 되었다.

곱고도 무거운 나미브 사막의 붉은 모래가 이어져 산맥처럼 펼쳐져 있다.

모래 언덕을 몇 개 넘는다 해도 끝을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몇 장 담고 뒤돌아 내려가자.



붓으로 그리기는 불가능한 빛과 그림자.

그리고 고운 모래.

해안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바람이 긴긴 세월 만든 사구들.

눈으로 보는 수밖에.... 

말과 사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풍경이다.

태양이 움직임에 따라 계속 바뀌는 햇살이 조명시설처럼 언덕에 색을 넣는다.




내려오며 그저 쿡쿡 찍고 보니 참 편안한 각이다.

형형색색 찍는 순간마다 그림이 다르다.

몇 발자국 내려오면 달라지는 모습들을 감상하며

시간이 된다면 하루 종일 머물며 해를 따라 사구를 바라보고 싶다.


나미브 사막의 명암


모래 언덕을 따라 한참을 내려왔는데

저 멀리 주차장에 차들이 나란히 주차해 있다.

생각보다 꽤 높이 올라왔었구나.

천 박사님 격려에 힘들어도 꾸역꾸역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구의 능선을 밟으며 다시 내려간다.

주변이 환하고 오르는 이와 내려가는 이가 서로 마주친다.


듄 45

마지막 듄 45 급경사를 눈앞에 두고 현지 가이드 님이 한 말씀.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경사지를 뛰어내려 가라'라고.

아니 이 급경사를 뛰다가 넘어져 구르면 어찌하는고.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고 뛰어보라 재촉한다.

천 박사님이 제일 먼저 급경사를 뛰어내렸다.

발 뒤꿈치에서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아래 출발점에 도착한다.

그다음은 용기를 내어 너도나도 뛰었다.


으아아 아.

급경사를 마구 뛰어도 무거운 모래가 발목을 잡아 주니

절대 넘어지지 않고 눈 깜박할 새 내려간다.

나도 뛰었다.

한 걸음에 마지막 언덕을 내려왔다.

그렇구나.

이곳에 오시거든 내리막은 반드시 측면의 붉은 경사지를 맘껏 뛰어 보시길.


바닥까지 내려와 언덕을 쳐다보니 뒤늦게 여행객들이 줄지어 올라간다.

듄 45는 처음 출발부터 경사가 급해 시작하자마자 숨이 차다.

그래도 참고 올라가면 사구의 멋진 능선을 즐길 수 있다.


사구 측면 급경사지 뛰어 내리기
듄 45를 오르는 모습


오르기는 어려웠지만 마지막에 뛰어 내려오니

처음 시작할 때 힘겹게 헐떡이던 기억이 희미해진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위를 보니 언덕의 곡선이 예술이다.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여행객의 발자국도 앙증맞다.

찍어 놓고 볼 때마다 너무 흐뭇한 듄 45의 장면들.

하나하나가 멋진 추억으로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다.


듄 45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

해안에서 오는 안개만으로 자랐다기에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고목이 그늘을 만들고 있다.

천둥번개 치는 하루 동안 뻥 튀기를 했을까.

오래전에 흐르던 강물이 키웠을까.

지금까지 멋지게 사막 가운데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롯지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 봉지를 받아 들고 나무 그늘에 앉았다.

빵과 과일로 봉지가 가득하다.

배고파서 그런지 맛나다.

주변에 새들도 밥 달라고 모여든다.

빵 부스러기를 주니 콕콕 쪼아 먹고는 빤히 쳐다본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며 친구처럼 재잘거린다.


식사 후 배가 부르니 죽은 나무와 살아있는 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버스에 올라 대드블레이Deadvlei로 향한다.

사막을 흐르던 강이 사구로 막히고 물은 모두 증발되고

죽은 나무가 살아있는 죽은 호수로 이동한다.





(사진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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