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양귀비
가슴속 불은 열정을 감추고
늘 무심한 얼굴이던 나의 어머니.
남들처럼 화장도 하고 머리도 좀 이쁘게 빗으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며 고개를 돌리시던 나의 어머니.
어머니 곱슬머리를 물려받아
드라이기를 대지 않으면 폭탄 머리가 되지만
이제 뒹굴며 빗지 않고 하루 종일 버티니
나도 늙은 어미가 되어 가나 봅니다.
중학교 입학할 때 처음 로션을 사 주시며
봄볕에 얼굴 트지 않게 바르라 하시던
뜻밖의 그 손길이 오늘따라 그립습니다.
양귀비보다 더 아름다운 꽃양귀비 밭에서
꽃구경 가자 하면 무조건 따라나서던
나의 어머니가 오늘따라 더욱 생각납니다.
어머니, 천국 그곳의 꽃밭은
그때 그 시절 그 꽃보다 더 이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