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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Oct 23. 2019

유타 주의 마지막 아치스 국립공원

루나 세계여행/ 미국 횡단 캠핑여행 12



□ 미국 서부 아치스 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 트레킹


매력적인 그가 날 기다리고 있다.

균형 잡힌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그가 머무는 곳은 아치스 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

참 이상도 하지. 아득한 지평선에 우뚝 솟은 돌기둥이 장승처럼 서 있다. 단단한 바위가 여러 가지 모양과 색을 띠고 있는데 그중 가장 호기심이 가는 아치형의 바위 기둥을 보는 날이다. 미 서부의 아치들의 행렬 속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 밸런스 록 Balance Rock

* 델리케이트 아치 트레일 Delicate

* 윈도 아치 Windows Arch



1. 밸런스 록 Balance Rock 트레킹


모압 캠핑장에서 191 Hwy를 거쳐 아치스 스캐닝 드라이브 Arches Scenic Dr를 들어섰는데

이 분위기는 뭐지도로변을 장식하는 우뚝 솟은 바위들이 장관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계속 이어지는 다채로운 병풍들. 묘하게 늘어선 납작한 갈색 바위산이 여행자의 마을을 두드린다.


파크 애버뉴Park Avenue 골짜기(드라이브 또는 트레킹)


약 20분 달려 도로변에 위치한 밸런스 록 주차장에 차를 멈춘다.

아, 가까스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신기한데

그 모양은 더욱 묘하다.

볼수록 거시기하다.


아래와 위 돌 사이를 콘크리트로 붙였나.

목에 깁스를 했나.

참 특이한 형태로 풍화 침식이 되었구나.

지금은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묘한 형상의 바위 앞에서 한바탕 웃음으로 여독을 풀고

다음 아치를 향해 드라이브는 계속 이어진다.


밸런스 록 Balance Rock


2. 델리케이트 아치 Delicate Arch 트레킹


델리케이트 아치 트레킹 시작점인 델리케이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유타주를 상징이라는 잘 알려진 델리케이트 아치를 향해 출발이다. (4Km. 왕복 2시간)


아치 안내도와 트레킹 코스


처음에는 평지라서 쉽게 시작했다.

걷다가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아는 이가 없다.

다들 어디로... 내가 느린 건가.

덥고 다리가 아파서 쉬다 가다가를 반복한다.

작은 그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잠시 앉아 쉬고 사진도 찍고...

그냥 뒤떨어져 여유롭게 혼자 걷기로 했다.


Delicate Arch Trail


점점 들어 갈수록 언덕이 높아지더니

멀리 큰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이 멀리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아구~ 저곳을 지나야 하나 보다.

가까이 다가가니 지름길이란다.

나도 그리로 올라가 보자.

가파른 바위 언덕을 오른다.

하나 넘으니 다시 붉은 바위 언덕이다.

여기는 꼭 지나야 한다.

이곳을 넘으면 바로 목적지가 나타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바위 벽을 더듬으며 절벽을 넘어서니

바위로 둘러 싸인 널찍한 원형 극장이 나타났다.


브라이스 캐년보다 작은 암석 분지이다.

아, 아치가 보인다.

매력적인 균형 미를 뽐내는 델리케이트 아치 Delicate Arch.

허허! 여기에 있었구나.


관광객들이 인증사진 찍느라 법석이다.

줄 서서 기다린 끝에 한 장 담고

바위 그늘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쉬는 동안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다.

우리 팀만 남았다.

비바람에 깎이고 깎인채 살아남은 그의 자태.


처음에는 멍 때리며 아치만 바라보다가 서서히 주변 바위와 산지도 눈에 들어온다.

이리저리 각을 살피며 카메라에 담고 놀았다.

사진 좀 더 잘 찍을걸...

사진을 고르며 잠시 후회도.


델리케이트 아치 Delicate Arch


이렇게 매력 있는 아치를 본 적이 있나요?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위태로운 듯 우아하고 그대.

스쳐 지나는 바람과 가끔 떨어지는 빗물이

너를 가까이했을 뿐인데

너는 참 잘 적응하며 폼나게 버티고 있구나.



어떤 날씨에도 지금까지 잘 버티었으니

앞으로도 고비 넘기고 계속 살아 남아

찾는 이에게 여행의 기쁨을 주려무나.

바위 언덕을 오르고 넘고 또 넘어서

훌륭한 몸매를 뽐내는 델리케이트 아치를 드디어 만났다.

그는 유타주의  상징이다.




3. 윈도 아치 Windows Arches 트레킹


마지막 윈도 아치 Windows Arches.

오늘 솔트레이크까지 이동해야 하므로 짧은 트레일을 선택했다.

길게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산에 창문이 뻥 뚫렸다.

노스 윈도 North Windows.

창 너머 풍경이 대단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사진이 없다.



윈도 아치 Windows Arch
윈도 아치 Windows Arch

맞은편에 위치한 터렛 아치 Turret Arch.

바람에 넘어갈까 걱정되어

가운데에 창문 하나 만들었는가.


이미 창문을 가진 놈도 있고

만들어지고 있는 놈도 있구나.

우리나라는 단단한 화강암이 대부분이라 이런 형태의 아치를 만들지 못하는데

미국 서부는 메마른 건조 지역 지역에 연한 바위가 빠르게 부서지며 많은 아치가 만들어졌으리라.


Turret Arch


미국은 빠르게 변화하는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국립공원의 개념이 처음 시작된 나라이다.

미서부의 연이어 나타나는 국립공원은 신기할 정도로 하나도 같은 지형이 없다.

아직 이곳을 여행하지 않으신 분은 꼭 한번 와 보시길...


에덴 동산을 지나며 잠시 나의 현재가 진심 에덴에 와 있음을 실감하는 하루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마라' 했거늘, 

나는 계속 놀고 먹으며 여행 중이다.

쭉 이렇게 살기를 희망하면 욕심이 지나친 걸까?


이제 유타주의 캐년 여행도 마무리되어 간다.

우리 팀 어르신이 즐기시던 개그 한 마디,  

'이제 어느 개년으로 가는 거야'도 끝나가고 있다.



□ 유타의 마지막 도시 솔트 레익 시티를 지나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지금까지 일주일 동안 8대 캐년(Canyon=협곡, 우리는 늘 약하게 개년이라 발음)을 거쳐왔다.

캐년마다 다른 독특한 자연이 놀랍다.

사진 꺼내 볼 때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호수 동네에 와서 호수를 보지 않았다.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형성된 염호(Great Salt Lake).

도시 이름도 Salt Lake City.

머물지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그동안 여행하던 유타주와 작별하고 오늘부터 와이오밍 주로 들어간다.

유타주의 마지막 지역 솔트레이크를 떠나 화산이 살아 숨쉬는

지구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땅, 옐로스톤 Yellowstone국립공원으로 이동한다.

노란 돌 공원이라고...ㅎ


구글지도

출발!

짐 정리하고 자동차 시동이 걸리고 차내 자리 확인.

늘 당연히 시야가 훤한 조수석이 인기다.

오늘도 시계방향으로 자리를 한 칸씩 이동한다.

여행 시작할 때 자리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정한 규칙이다.


솔트레이크를 출발해서 15 Hwy를 달린다.

옐로스톤까지 약 5~6시간, 오늘 장거리 이동이다.


로키 산지의 만년설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경치라서 다른 나라에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직선 도로를 시원하게 쭉쭉 달린다.


로키 산맥의 만년설
로키 산맥의 만년설


이제 서서히 산이 멀어지고 평평한 벌판이 나타난다.

유타 주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풍경.

푸른 초원이 보이고 5월 초인데 평야에는 보리가 싹트고 있다.

미국 중앙 평원은 우리나라보다 겨울이 추워 봄 밀을 재배 지역이다.

우리의 밀은 가을에 씨 뿌려 겨울을 버티고 이듬 봄에 수확했었다.(우리나라 겨울이 더 따뜻해서)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는 밀 재배가 사라지고 미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우리 밀이 우리에게는 제일 좋겠으나 가굑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실이다.


밀 지대를 지나니 만둣국, 칼국수가 생각난다.

위장 때문에 병원 가면 적극 피하라는 밀가루 음식.

빵, 국수, 만두. ㅎ~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나는 이래서 소화 불량을 달고 사나 보다.


밭 위에 전선이 보여 자세히 보니 스프링 쿨러.

카메라에 일부만 잡히는 밭 전체를 커버하는 긴 물 뿌리개이다.

캠핑하면서 마켓 갈 때마다 우유, 고기, 아이스크림 포장 사이즈가 너무 커서 볼 때마다 신기했는데

물 뿌리개도 어마한 사이즈다. 영토가 크니 모든 사이즈가 대형이다.


중앙 평원 농업 지역의 스프링 쿨러


푸른 초원을 달려 아이다호 폴스 Idaho Falls에 도착했다.

스네이크 강가에 도착하니 11시.

여기서 강가 공원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

아이다호 폴스는 스네이크 강을 끼고 있으며 강에는 댐이 여러 개 있다.

거쳐온 넓은 밀밭도 구불구불 흐르는 스네이크 강(곡류천) 물을 이용한다.


강가 공원에 내리니 이상한 댐이 보인다. 사진을 찾아보니 적당하지 않아 빼버릴까 하다가 처음 보는 특이한 형태의 댐이어서 구글 인공위성 사진을 찾아 함께 올려본다. 대부분 댐은 강을 가로막아 직선으로 건설 하나 이 댐은 강줄기와 평행하게 길게 구부러져 건설했다. 저낙차식 댐이다.

팔당댐처럼 하류의 폭넓은 강에 설치되는 저낙차식인데 

적은 양의 강물을 활용한 효과적인 설계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아주 낮게 폭포수가 떨어진다. 그래서 도시 이름도 아이다호 폴스 Idaho Falls.


아이다호 폴스의 스네이크강댐(구글 인공위성 사진)


어디서나 차를 세우는 곳이 식당이니 편하다.

Any where. Any time.

시간 절약, 돈 절약이다.

물론 취사를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오랫만에 라면을 끓여 찬밥까지 배불리 말아먹으며

조용하고 아름다운 작은 도시공원에서 쉬어간다.


스네이크 강과 공원


북동쪽으로 계속 달리니 다시 산지가 높아지고 점차 침엽수림 숲이 이어진다.

그동안 황량한 벌판에서 바위 산만 보다가 푸른 숲을 보니 고향에 온 것 같다.

장거리를 이동하여 옐로스톤 캠핑장에 도착했다.

2박 3일 동안 엘로스톤 공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살아있는 활화산을 난생처음 구경한다.

일본에서 일부 본 적 있지만 역동적인 지구의 숨쉬기 활동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이다.


캡틴의 이야기 중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

아내의 명품 백을 왜 제가 삽니까.

본인이 그것이 필요하면 벌어서 사야죠. 

물론 내가 생일 선물로 사준다면 모를까...

한국은 아직도 바람직하지 않은 풍습이 많아요.

한국 남자들은 맞는 말이라며 신이 나서 좋아라 한다.


영어권은 상대방을 칭할 때 나이 신분 관계없이 모두에게 'You'.  생각할수록 합리적인 사고방식.

우리도 여행하는 동안 캡틴의 사고가 학습되었는지 친해진 것인지 나이에 관계없이 며칠 사이 모두 평등한 '너'가 되었다. 다양한 남녀노소가 여행에서 만나 이제 거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하루 세끼 캠핑식도 괜찮고 나름 만족이다.

한달의 캠핑여행 처음인데 불편한 것도 참을만하다.

우리 인생, 가방 하나 들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오늘은 캡틴이 장거리 운전으로 힘든 날이니 식사 후 위로 겸 와인으로 시작해서 다시 맥주로 이어진다.

나는 술을 잘 못 마시니 와인 한 잔 마시고 먼저 취침하였다.

잠결에 귓가에 계속 이야기 소리 들렸으니 밤을 새웠을 거야.


옐로스톤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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