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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Jan 22. 2021

아프리카 희망봉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보다.

루나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남아프리카 공화국(8)/케이프 반도 트레킹


케이프 반도의 희망봉(영어 Cape of Good Hope. 아프리칸스어 Kapp die Goeie Hoop).

유럽인으로는 바르 돌로 뮤 디아스(Bartholomueu Dias. 15~16세기 포르투갈 항해사)가 처음 이곳에 도착하여 아프리카 땅끝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는 포르투갈 사람이니 Cabo da Boa Esperança라 불렀을까.


바르 돌로 뮤 디아스 동행했던 바스쿠 다가마 Vasco da Gama는 그 이후 희망봉을 거쳐가는 인도 항로를 열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 이어 에스파냐도 신항로 개척에 앞장섰으며 상인들이 바닷길을 이용해서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아프리카 남단은 케이프 반도를 좀 더 지나 나타나는 아굴라스 곶 Cape L'Agulhas이다.


Bartholomueu Dias와 Vasco da Gama
희망봉과 아굴라스 곶


케이프 포인트 입구에 도착하니

자동차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람이 많이 오는구나.

줄이 길어 입장하기 전 바로 옆 주차장으로 들어가 볼일(화장실)을 보고 나왔다

시간이 좀 지나니 한산해져서 통과했다.


Cape Point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햇살에 눈이 부시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

많은 관광객이 땅끝 등대를 오른다.

몇 년 전 남아메리카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 끝 자락을 오늘 밟는다.


매표소가 있는 돌로 쌓은 출입구가 독특하다.

이곳에서 언덕 위 등대까지 꼬마 트렘을 타던가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우리 일행은 바로 입장하지 않고

주차장과 이어진 바닷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Cape Point National Park  정문
Cape Point 입구와 관광객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바다.

두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식당이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예약되어 있었다.

점심 시간대라 식당 안과 밖 손님으로 북적인다.

이곳에 식당이 하나밖에 없으니.


식당으로 들어서니 시원하다.

바다 색도 분위기를 더하고

커다란 접시 앞에 놓고 즐거 식사하는 이들을 보며 식사가 기대된다.

와인을 곁들여 해산물 메뉴를 받고 입이 헤~ 벌어다.

바다향기를 품은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가 맛있다.

스테이크만 먹다가 오랜만에 화려한 메뉴이다.

다음 손님이 줄지어 있어 바로 일어섰다.


점심 식사(Two Oceans Restaurant)
점심 메뉴

방금 식사를 마쳤으니 트렘을 타지 않고

운동도 할 겸 등대(New Cape of good Hope Lighthouse)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언덕 위 등대까지 돌을 다듬어 쌓은 층계로 이어진 아기자기한 길이다.

한 계단씩 오르며 주변을 누볐다.

너무 쾌적하 멀리 대양이 눈부시다.


New Cape of good Hope  Lighthouse
New Cape of good Hope Lighthouse


중간쯤 올라서서 뒤를 보니 희망봉이 발아래 있다

암 석산으로 끝이 올라간 형상.

그리고 푸른 바다가 곱게 희망봉을 둘러싸고 있다.

가다 서다 찍다를 반복하며 비탈길을 오른다.


아프리카 서해안을 끝없이 내려오다가

희망봉을 확인하며 신나게 달렸을 선원들.

목숨을 건 긴긴 항해 끝에 만들어지는 이익이

더욱더 19세기 제국주의를 부채질했으리라.


그러고 보니 희망봉이

누구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고

누구에게는 절망을 몰고 오는 언덕이 되었다.


등대길 아래로 보이는 희망봉


케이프 반도를 여행하는 동안 날씨가 좋아

비췻빛 청정 바다를 보며 시력이 좋아진 느다.


혹시 날씨가 흐린 날 도착하여

여행 사진과 풍광이 달라 실망하는 이가 없기를.

훌륭한 경치인데 사진이 그러그러할 수도 있고

실제보다 더 멋지게 잡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감하여야 한다.

여행 중 들뜬기분에 대부분 좋았던 기억만을

일부 과장되게 이어 갈 수 있다는 점 또한 하고 싶다.

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희망봉 트레일과 자동차 도로


비탈길을 올라 케이프 반도 마지막 등대에 도착했다.

천천히 걸어도 땀이 송송.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도는데

키 큰 무기둥 세계적인 도시의 방향과 거리를 두 팔 벌려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리우 데 자네이로 6,055k.

런던 9,635km.

뉴욕 12,541km이다.

멀기도 하다.


내려올 때는 미니 트렘을 타고 내려왔다.

잦은 간격으로 왕복하니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케이프 포인트에서 희망봉으로 버스로 이동.

도로에 차가 줄지어 달린다.

등대에서 희망봉 이동은 걸어서 트레킹을 하던가

차량을 이욤해도된다.


들판에 야생 타조가 자주 보인다.

주차장에 내려 희망봉으로 걸어가는데

타조 가족이 사람이 지나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시험문제로 자주 출제했던 그 희망봉이 나타났다.

말로만 이야기하던 그 봉우리를 눈으로 확인한다.

오래전 해저에서 퇴적된 층층이  누런색 사암이

부서져 내릴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봉우리 정상을 오르는 이도 있다.

아~ 오를 수도 있구나.

보기보다 단단한가 보다.


희망봉 팻말 앞에서 인증 사진 찍으려고 다.

1인 6 동안만 찍자고 약속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한 사람이 양산을 쓰고 포즈를 취했는

노란 양이 훌러덩 뒤집어졌다.

깔깔 호호호...

이제 나오라고 야단이다. 6초의 웃음.

바람이 센 폭풍의 곶이 맞나 보다.

(곶 : 바다를 향해 좁고 길게 돌출된 육지의 끝)

명소에 도착할 때마다 인증 사진 놀이로 한 바탕 웃음이 터진다.

이것도 이전에는  모르던 여행이 주는 행복이다.


인증 사진 줄서기
인증 사진 찍기


우리 일행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이는 모두 셀카에 집중한다.

어느 나라인지 모르나 이슬람인이 나타났다.

머리에 검은색이 아닌 화려한 히잡을 쓴 여인.

그녀도 역시 양팔 벌리고 사진을 찍는다.

신기했다.

인종과 문화를 넘어 누구나 비슷하구나.

이슬람인 가족을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가까운 케이프타운 보 마을에서 왔을까

어떤 집은 규모가 제법 크고 치장도 화려하던데...


희망봉 앞 이슬람인


유럽인은 장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지나며 희망을 품었는데

이곳 여행자들은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여기에 온다.

여행자의 소망을 쌓아 올린 돌탑이 있다.

우리의 강산에서 흔히 염원을 담은 돌탑.

한국인이 쌓았을까. 여러 개다.


돌탑과 방문객


또 다른 희망을 본다.

여유 있게 바닷가 돌멩이에 자리 잡고 앉은 이들

쌍쌍이 해안에 앉아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프리카 땅끝까지 와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추억을 쌓는 중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저기도, 또 쪽에도.

바다를 향해 또는 바다를 등지고

오늘은 잔잔한 물결 앞에서 만남을 즐기고 있다.


뒷모습이 참 아름다운 한쌍을 눈앞에 두고

찍어도 될까 눈치를 보는 중인데

한 젊은이가 슬슬 다가가더니 한 컷 누른다.

나도 놓칠세라 그냥 훅 눌러 버렸다.

찍는 이와 찍히는 이를 한꺼번에...




각을 바꾸어 아름다운 젊은이를

푸른 바다에 넣고 또 꾹 눌렀다.

열어 볼 때마다 그때 장면이 생각나서 혼자 웃는다.

참 맘에 드는 사진을 순간에 얻었다.

사진사의 이 즐거움을 그들은 모르리...

한참을 두런두런, 속닥속닥.

사진 속 그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커플인지 찍힌 자는 모르리.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

나도 다른 이에게 그렇게 보이기를 소망한다.

카메라야 고맙다.

집에서 종일 꿈쩍 않는 옆지기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길 희망하거늘.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

그래도

희망봉을 왔으니 희망을 가져 볼까. 다시.





(사진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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