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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Feb 27. 2021

독특한 바오밥 로지 Planet Baobob Lodge

루나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보츠와나(2)/플레넷 바오밥 로지 Planet Baobob Lodge에서



보츠와나 초베 국립공원 Chobe National Park.

카사네 Kasane에서 초베강 유람 사파리를 마치고

최대 습지 오카방고 델타 Okavango Delta로 이동하기 위해 중간 도착지 그 웨타 Gweta로 향한다.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


밀림을 벗어나 점점 초원 형태로 경관이 바뀐다.

한참을 달리니 초원에 드문드문 키가 큰 바오밥 나무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니 바오밥 나무가 점점 더 커진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을 보고 싶었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다.

아프리카 바오밥 나무는 모두 마다가스카르 바오밥처럼 생긴 줄 알았는데 이것은 아주 다른 바오밥나무이다.

그웨타에 가까워질수록 황량한 풀밭 사이 우뚝 솟은 거대한 바오밥 나무들.

우람한 덩치에 그들의 수명은 보통 천년 정도란다.

오늘도 계속 달리는 트럭킹 일정 속에 식사를 위해 도로변 나무 그늘에 차를 멈춘다.



초베 국립공원 주변의 사바나 초원 



트럭 이동을 하다가 식사 때가 되면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스탭과 일행이 일손을 합쳐 식사를 준비한다.

오늘 점심 메뉴는 파스타, 샐러드, 그리고 후식(수박).

수박을 쟁반 가득 썰어 놓으니 보는 것만으로 갈증이 가신다.

야외 소풍 분위기라 매번 즐거운 식사 시간.

메뉴가 어색하지 않고 모두 적당하다.


그런데 우리와는 다른 것이 있다. 

그들의 설거지 과정.

식사가 끝나면 접시를 모아 큰 양동이에 세제를 풀고

접시를 비눗물에서 쓱 닦고 맑은 물에 딱 한번 헹구면 끝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습관이 되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맘에 걸린다.

비눗물을 좀 먹는다고 해롭지는 않겠지.

물이 귀한 곳이니 참아야겠지.


오버랜드 트럭킹 중 점심 식사(일행 제공 사진)

보츠와나의  그 웨타 Gweta.

건조한 초원을 한참 달려 플레넷 바오밥 롯지Planet Baobab Lodge에 도착했다.

바오밥 나무 숲 속에 위치한 전통적인 모습의 롯지이다.


Planet Baobob Lodge 입구


안내소를 지나 매점 겸 바에 들어섰다.

둥근 안락의자에 앉아 이색적인 환경에 두리번거린다.

벽에 걸린 그림과 장식이 재미있다.

그래 여기는 아프리카다.


페인트로 둥글게 무늬 넣은 황토색 흙벽.

나무 기둥을 높게 세우고 풀을 엮어 만든 지붕.

진흙으로 빚어 단단하게 굳어 반질반질한 S라인 테이블.

누가 디자인했는지 참 운치 있다.


천장에 매달린 재활용한 맥주병 샹들리에.

털가죽을 씌운 여러 형태의 의자.

모두 처음 보는 인테리어다.


 Bar 내부의 S라인 테이블
맥주병으로 만든 천정 조명


방을 배정받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방 번호를 확인하며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원추형 오두막마다 번호가 붙어있다.

수십 채라서 길도 헷갈리고 방 번호를 차례로 읽으며 한참을 걸어 들어간다.


롯지 오솔길


와아, 바오밥 나무가 크기도 하다.

바오밥 나무는 열대 지역에 분포하며  

총 9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명은 수천 년으로 알려져 있다.

6종이 언젠가는 여행하기를 희망하는 마다가스카르에 분포하고

나머지 2종은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 1종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이다.

이곳 롯지의 바오밥은 아프리카 바오밥이다.


덩치 큰 바오밥 나무를 지난다.

사하라 남쪽 사바나 지역에서 자라며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 견디기 위해 기둥이 굵고 우람하다.

호롱박처럼 생긴 바오밥 열매가 매달려 있다.

줄기와 열매는 주민들에게 수분을 공급하기도 하고

두터운 나무껍질은 밧줄과 옷감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는.


 

아프리카에 가장 널리 분포하는 아프리카 바오밥 나무



건조한 가시나무로 둘러싸인 거대한 바오밥 나무


아프리카 여행하며 4번째 롯지이다.

롯지마다 풍경이 전혀 다르다.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반영된 이색적인 구조가 보는 즐거움을 준다.

겉모습은 전통 가옥이나 내부는 특급 호텔.

평소 생각하지 못한 숙소이다.

숲 속에 원추형 지붕을 덮은 움막이 길을 따라 곳곳에 위치한다.

오두막 앞에 서 있는 바오밥이 그늘을 만들어 준다.


배정된 방에 도착했다.

나무 기둥에 벽은 흙을 빚어 붙이고 원색의 여러 무늬로 깔끔하게 칠했다.

파란 출입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롯지와 거목 바오밥
깔끔한 오두막 롯지(각 2인실)


밖은 뜨거웠는데 방에 들어오니 시원하다.

잘 세팅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린다.

침대에는 모기장이 반드시 설치되어 있다.

모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

뜨거운 날씨지만 건조해서 그런지 역시 이곳도 벌레가 없다.


오솔길에도 호롱불이 나란히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방에도 전구가 끼어져 있는 빨간 호롱이 있다.

그런데 호야가 깨끗하다.

모양은 옛 호롱이지만 심지가 있어 시커멓게 그을던 어릴 때 쓰던 그것은 아니다.


로지 내부 모습


욕실은 풀을 엮어 만든 둥근 천장과 흙벽 사이가 트인 개방적인 구조이다.

햇빛과 바람이 안팎으로 자연 순환하도록 설계한 센스가 돋보인다.

자연 속에 묻혀있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목욕탕 내부는 타일이 아닌 반질한 진흙벽이다.

샤워할 때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나.   


롯지 내부


짐을 풀고 방짝이랑 바오밥 나무숲으로 산책을 나섰다.

느긋한 마음으로 숲 속 오솔길을 따라 동네 한 바퀴.

정말 나무 기둥이 굵다.

대여섯 명이 팔을 둘러야 닿을 수 있을까.


바오밥 나무가 쓰러져 뿌리를 드러낸 채 벌러덩 누워 있다.

뿌리 모양을 보니 땅속으로 뿌리를 박지 못하고

뿌리는 옆으로만 가지를 뻗친 모습이다.

그러니 무거운 나무가 중심을 잃고 픽 쓰러 질 수도 있겠다.

옆으로 누운 뿌리의 크기가 어머어마했다.


대부분 나무는 뿌리가 튼실하고

기둥 위쪽에서 뻗친 가지들이 중심을 잡아 무게감이 있다.

바오밥은 초원의 왕이다.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자라는 뿌리


건조 기후에 잘 견디기 위해 이런 모양으로 진화한 것이리라.

가늘한 어린 나무와 어른이 된 나무가 한눈에 비교된다.



국방색 텐트가 여러 개 펼쳐져 있다.

아프리카를 트럭킹 하는 여행객 중에 배낭 여행객 대부분은 트럭에 준비된 텐트를 숙소로 사용한다.

아마도 젊은이들이 입구 수영장에서 공을 가지고 왁자지껄했는데 그들의 텐트인가 보다.

건조한 지역에 수영장 시설이 있어 사실은 좀 놀랐다.

여행객을 위한 시설로 부족함이 없다.



오두막을 지나고

해먹이 비어 있어 누워 쉬기도 하며 롯지를 돌았다.

여행의 묘미는 여러 가지이다.

이곳 롯지에 들어와 

넝쿨 우거진 숲과 바오밥 나무를 걸으며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좋은 날이다.




발길 닿는 대로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커다란 원두막 형태의 식당에서 저녁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식당 직원들은 직업의식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타고난 천성인지 매우 친절하다.

순서 있게 나오는 식사도 맛있었다.



저녁 식사


어둠이 내리고 전구가 꽂힌 호롱불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오늘 종일 차를 타고 이쯤에서 지칠 법도 한데 몸도 마음도 여유가 있다는 것이 신통하다.  

그날이 그날인 일상을 탈출하자고 기꺼이 여기까지 왔고, 본전은 뽑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적당히 어우러져 그럴까.

아니다. 

몸이 비록 힘들어도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니 그렇겠지.


롯지 오솔길 조명

어느새 해는 기울고 어둠이 슬슬 내린다.

멀리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린다.

물속에서 첨벙거리던 젊은이들이 놀고 마시며 밤을 지새우나 보다.

허허, 혈기 왕성한 그들의 젊음이 부러우나 혼자 헛웃음으로 태연한 척한다.


새로운 여행지의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잠을 청한다.

몸이 일을 많이 했으니 깊은 잠에 빠지겠지.



(사진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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