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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동생 Jul 27. 2018

북 트렌드 : 자존감 서적 - 1

우리 사회에 자존감이 부족한 이유

책을 좋아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이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한다. 실제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지적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내일에서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 1년간 독서량은 1권에서 2권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32%) 절반이 넘는 인원이 작년보다 독서량이 줄었다고 답했다.(54%)

설문의 결과만 보면 도서산업의 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에게는 독서 외에도 해야할 것이 너무나도 많으며 도서정가제와 대여점의 폐쇄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만화책 조차 직접 읽지않고 웹툰이나 스캔본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불황을 깨고 베스트셀러를 점령하는 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자존감 서적'이다.

필자가 정의 내린 자존감 서적은 말 그대로 '자존감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담은 책들'을 이르는 말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시작으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의 최근 베스트셀러들은 전부 다 독자들의 자존감을 일깨우거나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째서 자존감이라는 키워드에 열광하고 그것을 다른 매체가 아닌 책을 통해 누리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자존감을 키워드로 제시한 선구자격인 책은 위에서도 나온 '미움받을 용기'이다. 이 책은 심리학자 아들러의 철학을 현대인의 자존감 부족의 해결방법으로서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로 등재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과 한국의 공통점을 통해 분석해보았다.

두 나라는 모두 전쟁 이후 피폐해진 경제를 제조업을 통해 극복했다. 일본은 독일과 함께 세계적인 기술과 생산력을 갖춘 국가이며 아직까지도 토요타의 생산기법은 전 세계 생산운영관리 이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또한 반도이면서 섬의 형태인 기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원료 수입 후 철강, 선박, 반도체로 제작하여 수출하는 경제형태를 통해 급성장을 이뤄내었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것을 위한 인재가 필요하다. 제조업이라는 산업 특성은 '구성원의 단결'과 '성실성'이 핵심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우수한 인재의 기준으로 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0년대 우리 사회의 산업, 교육, 경제에는 전반적으로' 집단주의와 성실성'이 가장 큰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개인은 집단의 의사결정에 따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았고 그 당시에는 경제성장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구성원들 또한 이러한 경향에 자연스럽게 순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노동력을 갈수록 비싸지고 있고 제조업은 국내에서 매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 대신 부상한 ICT 산업이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ICT 분야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10% 수준이다. 즉,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은 2000년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급변하기 시작했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더 이상 남들과 같은 능력을 가진 인재는 필요하지 않다. 창의성과 혁신성을 갖춘 인재들에 목마른 시장이 형성되었고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조직구조도 기존의 동양문화와 군대문화가 혼합된 강력한 집단주의, 서열주의 문화에서 점차 개인주의, 수평적 문화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니면 변화를 희망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맞을수도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 집단주의에 상처받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더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우리 사회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인물 A씨를 상상해보자. 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에 출생하여 현재 2030세대가 된 A씨는 어렸을 적 "좋은 대학 가면 좋은 직장을 가지고 행복해진다"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주입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막상 그가 청년으로 성장하였을 때, 어렸을 때 그렸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미생으로 불리우며 저성장과 취업난 속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는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세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은 취업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자신만의 스토리가 없으면 좋은 직장으로의 취업은 바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초중고를 남들과 똑같이 살아온 A씨에게 그러한 과제는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정해진 길이 있었던 것처럼 알고 살아왔지만 사실 A씨에게 그런 길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자기자신을 배제할 것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A씨는 현재 사회의 변화 속에서 커다란 자존감의 상실을 겪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취업 뿐만 아니라 비차별주의와 수평적 조직과 같은 희망사항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더욱 심화된다.


사람은 원래부터 희망이 없을 때보다 눈앞에서 희망이 사라질 때 더더욱 절망하게 된다. 현재 청년들에게는 성실함 이전에 자기자신을 제대로 세워 자신에게 처한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자존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 절실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서 선택된 것이 바로 '책'이라는 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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