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매체로서 수행해야할 역할과 자존감 서적 주요 특징
1편에서의 내용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자존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많은 미디어 중에서도 책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존감과 열정의 메시지를 담은 카드뉴스 또한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움직임은 도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현재에 책이라는 매체가 수행하는 역할들을 중점으로 생각해보았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미디어 중 하나인 책, 하지만 앞에서도 다뤘듯 독서량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정보를 얻기위해서는 더욱 유용한 미디어가 개발되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는 종이책의 내용을 디지털로 옮긴 E-북이나 오디오로 재창조한 오디오북들까지 등장하여 종이책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다.
SNS와 동영상, 카드뉴스와 같이 쉽게 쓰고 지울 수 있으며 무게도 나가지 않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들은 기존의 책이 가진 정보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대체재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종이책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자존감이나 휴식, 위로와 같은 메시지들이 담긴 책들이 현재 떠오르는 이유는 다른 미디어는 가질 수 없는 종이책들만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E-북이 등장한 지는 한참되었지만 여전히 10%정도의 도서만 E북으로 전환되었고 아직까지 지배적인 영역은 종이책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 미디어 트렌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스낵 컬쳐', 스낵처럼 간편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것은 현 SNS,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되어 빠른 시간안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낵 컬쳐는 호흡이 빠른 컨텐츠의 특성상 깊이있는 통찰이나 경험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카드뉴스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로 깊이가 떨어지는 지엽적인 정보들을 빠르게 제시하여 대중들에게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을 통해 미루어 볼 수 있는 사실이다.
반면에 책은 아날로그 컨텐츠로서의 특성을 가장 강하게 가지고 있는 미디어이다. 다른 미디어보다 굉장히 긴 호흡의 컨텐츠가 담겨있지만 그로인해 높은 집중력과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렇게 아날로그 컨텐츠의 장점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사진 어플리케이션 구닥의 예를 들 수 있다.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가 빠른 시간안에 많은 사진을 선명하게 찍고 출력하는 것에 집중하여 성장한 반면에 구닥은 오히려 셔터의 느낌을 재현하고, 찍은 사진이 바로 출력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출시 되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졌지만 나중에는 레트로적인 매력과 사진 한장한장에 대한 집중과 상징성이 두드러진다는 특성 덕분에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자존감을 전달하기에 적합한 매체가 책으로 선정된 이유에는 책이 미디어로서 가진 집중과 성찰의 유용성을 꼽을 수 있으며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책이 앞으로도 수행해야할 핵심적인 역할이다.
앞의 두 가지 키워드, 자존감과 서적을 합쳐서 다시 얘기해보자면 자존감을 다룬 책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친 젊은이들에게는 자존감을 위한 집중의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 서적들은 각각의 책들마다 다양한 특성과 장치를 통해 효과적으로 자존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몇가지의 특징들과 대표하는 책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1. 성공이 가장 큰 주제가 아니다.
첫 번째 특징은 바로 성공에만 의의를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입된 메시지는 거의 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집단에서 살아남는 법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자존감 서적들은 이러한 지침들에서 벗어나 성공 자체보다 그 안에서 자기자신에 대해 가지는 생각, 자존감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인 사업가나 지식인들이 저술한 성공을 위한 지침, 멘토링들보다 더욱 값진 메시지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성공을 위한 방법들은 그 이후에 찾아도 늦지 않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책들은 대표적으로 <미움받을 용기>, <졸업선물>등이 있다.
2.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제시한다.
두 번째 특징은 현재 자존감이 가장 절실한 20대, 30대의 청년들이 어렸을 적 보았을 컨텐츠를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규석 작가는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만화를 통해 피폐한 현실을 당시의 독자들이 어렸을 적 보았던 둘리로 표현함으로써 더욱 깊은 공감과 심도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제는 그 역할을 이어받고 있는 것이 보노보노, 곰돌이 푸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같은 책들은 청년들에게 부담없이 자존감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3. 짧고 간결하게 전달한다.
앞서 말했듯 최근의 소비자들은 '스낵컬쳐' 빠르고 접하고 전환되는 컨텐츠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그들이 읽은 책들은 아날로그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 빠른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 나오는 출시되는 에세이들은 장황한 배경설명 보다는 간결한 일화를 통해 메시지를 제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단편글의 모음집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느 페이지를 펴더라도 내용 이해에 지장이 없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집에서 책을 볼때 어느 페이지를 펴더라도 즐길 수 있는 구성을 취하는 것이 독자의 라이프사이클을 적절하게 고려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긴 배경설명과 과정이 필요한 성공담보다는 자연스럽과 유쾌한 일화들로 구성되어 높은 공감과 선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특징 또한 가지게 된다.
자존감 서적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 친숙한 소재와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자존감을 잃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독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젠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