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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아 Dec 29. 2022

독일어로 보는 스타트렉

2022.12.28


            요새 나는 스타 트렉을 독일어로 보기 시작했다. 과 선배 중 인도에서 오신 분이 있다. 인도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밟고, 이제는 강사로 일하시는 분. 교육학 교수님께서 내 이야기를 듣더니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며 소개시켜주셨다. 선배도 나랑 비슷하게 자기는 미국 사람이 상상하는 독일어 강사 (금발의 파란 눈)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이 고민했다고 하니까.

        선배랑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중 하나는 독일어를 많이 들으라는 조언이었다.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쉬운 오디오북이라도 상관없으니 통학하면서 차에서 들으라고. 

        이건 익숙한 조언이다. 영어도 일본어도 나는 들으면서 가장 많이 배웠으니까. 미드를 보면서, 애니를 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단순히 청해 뿐 아니라 문화적인 것도 알게 되고 발음도 많이 늘었다. 

독일어로는 근데 여태까지 내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 수사물을 좋아하는 나라 Tatort를 몇 번 시청해봤는데, 포기… Babylon Berlin이나 Dark 같은 작품도 역시 한두 편만 보고 멈추기는 너무 힘들고 보고 난 다음에 너무 피곤했다. 영화는 자주 보지만 집중해서 봐야하는 작품들이 많고 (어제는 Die Blechtrommel을 봤는데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영화는 오래간만이었다…)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볼만한 영화는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다. 한동안은 Druckfrisch 라는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는 Das Erste 프로그램을 챙겨봤는데 이걸 보다보면 안 읽은 책이 또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라 관뒀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이 프로를 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서 다시 볼 수도 있겠다.)


        학기말을 맞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 트렉 시리즈인 Deep Space Nine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우연히 언어 설정에 독일어 더빙이 있는 걸 봤다. 나랑 서재를 공유하는 와이프는 아직 DS9을 안 봐서, 내가 독일어로 보면 실수로 스포일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독일어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다. 다들 내가 생각하는 목소리가 아니었으니까. (독일어로는 남자 캐릭터들은 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높고 여자 캐릭터들은 전부 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깊은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금방 익숙해졌다. 게다가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스타 트렉은 SF다보니 전혀 필요없는 말도 많이 배운다. Sternenflotte 처럼. 그냥 영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Shuttle이라던가 Holosuite이라던가. 이런 말은 실생활에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묘한 발음 차이를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어에도 외래어가 많지만 그 외래어를 외국어랑 똑같이 사용하거나 발음하지는 않으니까. 

Deep Space Nine 다음에는 스타 트렉의 영향을 받았다는 옛날 독일 프로 Raumpatrouille 를 시작할까 생각 중이다. 흑백이지만 유튜브에서 무료니까 ㅋㅋ 새로운 프로그램은 또 느낌이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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