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여행

죽음을 이긴 율무의 팔힘

by 자연처럼

오랜만에 강원도 양양을 향해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 아무래도 일요일 오후 서울에서 출발이라 차량 행렬이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맞은편의 강원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은 꽉 막혀 있어 우리가 날짜와 시간을 잘 계획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던 중 가평휴게소를 들렀다. 옐로 카페에서 운영하는 애완견 놀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모습의 반려견들이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되어있고, 보호자들이 근처 간이 휴식 공간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함께 쉴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었다. 우리 율무도 반려 친구들과 함께 신나는 구경과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가평 휴게소를 떠나 두 시간 남짓 자동차를 달려가니 목적지인 양양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율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반려견이 함께하는 머물 수 있는 펜션을 골라 예약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바닷가는 보이지 않았지만, 숲속의 깨끗하고 맑은 공기와 풍광이 아름다워 보이는 멋진 그림 같은 펜션이었다.


여정을 푼 우리는 마당 한쪽의 율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과 야외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넓은 제 세상을 만난 율무는 족쇄처럼 채워져 있는 목줄을 풀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구 뛰어다닌다. 서울 어디서도 경험해 보기 힘든 율무만을 위한 놀이동산이다.


몇 시간 뒤 율무의 친구 반려견들이 다가왔다. 같은 일정으로 이곳 펜션을 예약함으로 만나게 된 특별한 인연이다. 서로 처음 만난 사이라 눈인사와 함께 상견례를 했다. 둘은 너무 신이 나서 한 마리는 도망가고 율무는 친구를 잡으러 가는 종횡무진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보는 우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신나게 달린다. 한참을 쫓아다닌 율무는 지쳤는지 물을 찾는 시늉을 한다.


저녁 시간 창조주의 솜씨가 느껴지는 율무의 코끝을 향해 진동하는 바비큐의 고기 냄새는 율무의 신나는 동작마저 멈추게 한다. 그는 고기가 구워지는 석쇠를 향해 두 발을 세우고 머리는 고기를 향해 신음하듯 애원한다. 그 간절함을 우리는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다. 잠시 후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율무의 입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없어진다.


다음 날 새벽 펜션 주변을 산책 나선 율무는 처음 보는 풀들의 향에 취해 끙끙거리며 한참 동안 냄새를 맡는다. 아마도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맑은 공기와 풀 냄새가 더욱 신선해서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전 11시경 펜션의 짐을 정리한 후 우리는 자동차로 양양의 바닷가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백사장엔 파도만이 들어왔다 났다 큰 소리를 낸다. 사위는 율무와 함께 파도치는 바닷가로 향했다. 요란하게 다가오는 처음 들어보는 거대한 파도 소리에 놀란 율무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파도로부터 애완견 놀이터가 같이 내달린다.


잠시 후 우리는 양양 하조대 바닷가로 향했다. 푸르디푸른 바닷물은 여간 멋지게 보이는 게 아니다. 바다의 난간 끝에 선 사위의 품에 안긴 율무의 얼굴은 본능에 따라 바닷물을 외면한 채 두 팔로 사위의 팔을 죽을힘을 다해 껴안는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사위의 팔을 감싼 앞발을 뛰어내려 애써보았지만, 도저히 떼어 낼 수가 없다. 우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기를 싫어하는 율무의 본능적인 행동이 여간 우스워 보이는 것이 아니다. 1박 2일의 짧은 가족 휴가이지만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율무와 함께 멋진 추억을 남긴 5월의 시간이었다.

잠언12:10 "의인은 그 육축의 생명을 돌아보나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
신명기22:10 "소와 나귀를 함께 짝지어 쟁기질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