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by 자연처럼

팔순의 노모는

선풍기 날개에

작년에 붙은 묵은 때를

털어내지 못해

물티슈로 조심스레

닦아내는 일뿐


나는 잠시 시간을 내

십자 드라이버로

몸통에 오래 붙어 있던

나사를 풀고

커버와 날개를

정성껏 목욕시켰다


방 안 온갖 먼지를

뒤집어쓴 선풍기는

일 년 만의 샤워로

결혼식 새 신랑처럼

모습이 훤하다


개운해진 선풍기는

신이 났는지

깨끗하고 시원한

바람을 힘껏 불어댄다

노모의 표정도 밝아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의 하느님 여호와​가 너​에게 줄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출애굽기 20:12 신세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