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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Nov 30. 2022

새벽 별들을 보고

"찬양하여라 빛나는 모든 별들아"

오랜만에 영천 처가를 다녀왔다. 몸과 마음이 바쁜 도심의 일상을 떠나 시골로 향하는 것은 떠날 때부터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고속도로로 자동차 여행을 하게 되면 어린애들처럼 중간마다 휴게소에 들려 맛있는 것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여행에는 사랑하는 "율무"의 동행이라 더욱 행복하다."율무"도 처음 떠나보는 영천행이라 여간 기분 좋아 보이는 게 아니다.


은근히 꽉 막힌 자동차 안이라 갑갑해서 찡찡대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따금 창밖을 보며 잘 적응하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러운 것이 아니다. 몇 시간 후 영천 시골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시골 마당 한쪽에서는 서울서 내려온 손님을 위해 커다란 숯불을 피우고 넓은 석쇠 위에는 대창이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대창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노릇하게 적당히 잘 구워졌고 처음 보는 타이거 새우 역시 바싹 구워져 흰 연기와 함께 맛있는 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시골에서 먹어보는 대창과 타이거 새우의 맛은 아마도 서울의 여느 고급 연회장에서 베푸는 특급 요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의 운치와 맛을 더해주므로 짙은 추억을 남긴다.


더구나 디저트로 준비된 것은 족히 60년은 넘었을 시뻘건 아궁이 속엔 은박지에 쌓인 크고 작은 군고구마 맛이 어떨까 한 컷 기대가 된다. 저녁 만찬이 끝난 후 서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잆는 뜨끈한 온돌 체험을 하게 되었다. 커다란 방바닥의 온돌이 얼마나 달구어졌던지 이내 도심의 스트레스에 지친 몸을 노곤하게 하며 피로를 가시게 한다.


이른 새벽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이 떠져 자연스럽게 어제 미쳐 제대로 보지 못한 하늘을 보러 몸을 이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오래전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수많은 별이 검푸른 카펫에 다이아몬드를 흩뿌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온다.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는 멋진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늘은 같은 하늘인데 서울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멋진 이벤트가 펼쳐진다. 밝은 별빛과 은은한 빛 커다란 별과 작은 별들 그들의 이름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제각기 비추는 영롱함과 찬란함은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매일매일 이런 밤하늘을 서울에서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어 본다.


내친김에 집 근처에 있던 보현산 천문대를 가보기로 했다. 자동차를 주차한 후 천문대로 안내하는 보행자의 산행길을 걷다가 코끝에 와 닿는 상쾌한 공기는 공기청정기에서 내뿜는 공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선함이 느껴진다. 이윽고 약 1200미터의 높은 정상에 자리 잡은 천문대는 아쉽게도 오늘은 사정상 개방을 하지 않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천문대를 내려와 서울로 향하는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오후 4시경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산허리에 걸쳐진 태양의 이글거리는 모습에 차마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오늘 하루 새벽에 본 하늘의 무수한 별과 오후의 강렬한 태양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시편 148:3 "찬양하여라, 해와 달아. 찬양하여라 모든 별아."
시편 136:9 "밤을 다스리도록 달과 별들을 만드신 분. 그분의 충성스러운 사랑은 영원하다."
이사야 40:26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아라! 누가 이것들을 창조하였느냐? 그 군대를 수대로 끌어내시고 그들 모두의 이름을 부르시는 분이다. 그분은 끝없는 활력과 외경스러운 능력을 갖춘 분이시니 하나도 빠뜨리시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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