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3 올해 들어 영하 13도 최강 한파가 닥친 날이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어머니와 함께 저녁 석양을 보러 인천까지 갈 계획을 했다가 추위로 인해 다음으로 미루고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가 익숙한 불고기보다는 조금은 낯선 태국 음식으로 만장일치로 메뉴를 결정했다. 문제는 "율무"였다. 혼자 집에 남겨 두기가 안쓰러워 우리는 반려견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낙점했다.
식당 예약 담당자는 식당과 붙어있는 바깥쪽 비닐 천막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고 난방하면 괜찮다고 답을 해주어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우리는 새롭게 다가올 태국 메뉴에 들뜬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식당에 도착했다. 강추위 때문인지 식당 안쪽엔 손님보다는 빈 테이블이 많아 오늘 춥기는 추운가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예약한 대로 비닐 천막 속으로 안내되자마자 공포의 한기가 느껴졌다. 서빙하시는 분은 재빠른 동작으로 나무 테이블을 두 개 붙이고 "율무"의 예쁜 작은 소파까지 놓아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그리고 냉기를 물리칠 난로 2대를 즉시 가동하기 위해 시작했다.
오늘은 워낙 강추위라 난로에 불을 붙여도 몸의 추위는 여전했다. 우리는 거동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외투를 걸친 채 가게에서 준비해 둔 무릎 담요를 두르고 몸의 한기가 어서 빨리 도망가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추위가 쉽게 가시지는 않은 것 같았다. 더 큰 문제는 며칠간의 추위로 따뜻한 방안에만 며칠 동안 갇혀 지내던 "율무"는 들뜬 마음에 동반하기는 했지만 이내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는 개는 원래 항온 동물이라 주위 온도의 높고 낮음에 잘 적응한다는 얕은 지식으로 대응했다.
"율무"의 바들바들 떠는 동작에 익숙하지 않던 우리는 무릎 담요로 몸을 감싸주고, 난로 옆으로 가서 가슴으로 품어 주면서 "율무"의 체온을 높이느라 갖은 애를 써본다. 더는"율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서비스는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우리는 어느새 식당 측에서 테이블에 올려준 태국 음식에 감탄하며 눈과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출입문에 자리 잡은 우리는 오늘따라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 때문에 애써 데워 놓은 비닐 안의 온기는 순식간에 몇 도는 낮아지는 것 같아 애꿎은 손님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얼마나 추웠던지 화려하게 멋을 낸 갖가지 태국 음식은 모락모락 연기가 나자마자 먹기도 전에 이내 식기 일쑤였다. 외투와 무릎 담요로 중무장했지만 추위에 더 신경이 쓰인 탓인지 주방장이 애써 준비해 준 음식들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식당 안쪽에 자리 잡은 몇 팀의 손님들은 최강 한파에 용감하게 자리 잡고 있는 노모와 "율무"가 마냥 측은하게 보이는지 애처로운 눈길을 준다.
22년 12월의 겨울 한파에 태국 음식과 "율무"와 함께한 외식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긴다. 모두 추위에 동사하지 않고 무사히 식사와의 전투를 마쳤다. 이번 식사를 통해 느낀 점은 "율무"에겐 이런 강추위 때는 하나도 얻어먹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게 한 공포의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율무"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집에 두고 우리만 식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댔던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한 저녁 한때였다. 앞으로 추위에 떨지 않으면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아름다운 신세계에서 즐거운 만찬을 기대한다.
"율무"야! 오늘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 ~
이사야 25:6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 산에서+ 모든 민족을 위해 푸짐한 요리와 좋은* 포도주로 연회를 베푸실 것이니,+골수가 가득한 푸짐한 요리와 잘 거른 좋은 포도주로 연회를 베푸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