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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Nov 14. 2018

처음 책을 내고

처음 책을 낸 후    

서울에 있는 둘째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처음으로 출간한 책 “글쓰는 시간”을 읽고 마음이 너무 힘들어 전화를 했다고 한다. “글쓰는 시간”에는 내가 살아온 삶의 여정이 들어있다. 결코 쉽다고만 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물론 이 시대를 사는 많은 남자들이 나와 같은 힘든 여정을 걸어왔을 것이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았으리라. 둘째는 내가 힘들게 살아온 책의 내용을 읽고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그것이 가족이란 생각을 한다.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의 아픔은 그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가족 전체의 아픔이 된다. 즐거움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의 좋은 일은 가족 모두의 좋은 점이 된다. 어쩌면 가족은 감정 공동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처음 책을 낸다는 것은 삶의 여정의 분기점에 이른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책을 낸다는 것은 그 이전까지의 삶을 완결하는 의미를 지닌다. 책을 내기 전과 책을 낸 후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다르게 말하면 흘러온 세월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분기점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지만 가족에게도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아내가 제일 좋아한다. 이제껏 글쟁이라 말하는 남편이 글쟁이로서 지녀야할 결과물, 책이 없는 것에 대해 글쟁이인지 아닌지 그저 막연해 했다. 글은 열심히 쓰는 것 같은데, 책이 없으니 어디 가서 남편이 작가라는 말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책이 나옴으로 해서 아내가 생각하는 남편은 진짜 글쟁이로서 구체화되었다.

서울에 있는 큰아들도 좋아했다. 그리고 바로 인터넷으로 구매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둘째의 반응은 의외였다. 둘째는 성장과정에서 많은 아픔을 겪은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내 글을 읽음으로 내 삶의 여정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보다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난 이 책이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역할을 했다고 의미 부여를 한다.    

“아빠, 정말 힘들게 사셨네요. 마음이 아파 더 읽을 수가 없어요.”

글쟁이에게 이보다 더 큰 축복의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픈 사람만이 그 아픔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다. 둘째는 나이는 많지 않지만 내가 평생 겪을 아픔을 다 겪을 만큼 아팠다. 그러니 내 아픔을 헤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빠는 지금 행복하게 살아간다. 힘든 것을 극복하고 나니 어려웠던 일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끝까지 읽어봐라. 너도 봐서 알겠지만 요즈음 아빠는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니? 너도 힘든 것 다 안다. 하지만 힘든 것이 끝이 아니라는 걸 아빠의 글을 통해 알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든 것은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는 거다. 그리고 고맙다.”    


둘째에게 이런 말을 하며 가슴이 울컥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책 쓰기를 진짜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는 내 지나온 평탄치 않은 삶을 솔직하게 적었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으리라. 자랑스러운 과거가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를 드러낸다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지금 난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행복하기에 과거의 일이 되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그 고통이 끝이 아니라 그것은 지나가는 것이며, 행복한 날이 분명 온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심어주고 싶었다. 내가 지금 행복한 것처럼. 이 책에는 나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내와 아들,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었다. 만에 하나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책의 내용으로 곤란한 지경에 처하는 사람이 있을지 솔직하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 책을 읽은 사람의 공통된 말이 “가독성이 좋다.”는 것이다. 이야기 형태로 적었으니, 읽기가 쉽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리라. 책을 내니 주위에서 책을 사보겠다는 사람이 많이 있다.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으리라. 하지만 난 계속 글을 쓸 것이고 부족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보충을 해나갈 생각이다.        

아들에게 카톡이 왔다. 서울에 있는 반디엔루니스라는 곳에 갔는데, 신간코너에 내 책 “글쓰는 시간”이 꼽혀 있다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리고 책을 베스트셀러 코너에 옮겨놓고 또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서울 서점에서 아빠가 낸 책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을까?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새로 낸 이름 없는 작가의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베스트셀러는 고사하고 2쇄를 찍을 수나 있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아들들과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만으로도 난 충분히 책을 낸 보람을 느낀다.


책을 내고 나서 느낀 점은 실명을 함부로 적으면 안 되겠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적을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것이다.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겠고,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전에 가던 독서모임에서 내 책을 선정해 읽기 모임을 한다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 많이 포함된 책이지만, 난 책을 냄으로 해서 작가가 되었고 작가로서 어떤 것도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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