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은 지금 서울 원룸에서 함께 산다. 오늘 큰아들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둘째가 요즈음 너무 잘한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덧붙여 둘째는 새벽에 바람 쉬러 나갔다가 따뜻한 두유를 사다가 준다고 했다.
“아빠가 예전에 아침마다 베지밀을 사준 것이 생각이 나서 사오는 거야.”
라고 둘째는 말을 한단다. 그 말을 들으니 큰아들은 잠을 깨자마자 둘째의 따뜻한 사랑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둘째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집에서 조금 먼 거리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기도 애매한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둘째를 학교까지 차로 태워주었다. 학교에 갈 때마다 난 먼저 집에서 나와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베지밀을 사서 둘째에게 주었다. 둘째가 세상을 살아갈 때는 힘든 일을 많이 겪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이 따뜻한 베지밀을 생각하며 힘든 상황을 극복해주길 바라서였다. 아빠의 사랑이 베지밀의 온도처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둘째에게 그런 사람이 아빠이기를 바랐다. 물론 우리 가족은 서로를 아주 위한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또한, 사랑은 이렇게 한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전달이 되는 것이란 걸 느끼게 되었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내 인생에서 살아갈 세월이 산 세월보다 더 적게 남았다. 남은 세월 동안 무조건 사랑을 하고 볼 일이다.
오늘 큰아들의 전화를 받고 문득 예전에 쓴 시가 생각났다. 이 시는 낮에는 일당 노동을 하고, 저녁이면 카페에서 글을 쓸 때였던 2015년에 적은 글이다.
문화의 거리 48일째-맘스허브에서
2015.10.23
맘스허브의 커피콩빵
맘스허브에서 커피를 시키면
커피콩빵을 서비스로 준다.
빵을 좋아하지 않지만
커피콩빵은 아주 맛있게 먹는다.
둘째도 커피콩빵을 좋아해
집에 갈 때 사가기도 한다.
둘째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침마다 학교까지 태워주었는데,
그때마다 아이에게
따뜻한 베지밀을 내밀었다.
아빠의 사랑 맛이
따뜻한 베지밀 맛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힘들어했던 고등학교 시절.
세월 흘러 돌이켜 보면
힘든 일만 기억 말고
베지밀의 달콤함도
기억해주기를 바랐다.
지금도 둘째는 힘들어 하지만
더 많은 세월 흘러
지금 힘듦을 기억한다면
아빠가 사 들고 간
커피콩빵 맛도 생각하며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주기를.
내 나이도 많이 들었을 때
지금을 생각하며
내가 좋아한 커피콩빵을
둘째도 맛있게 먹어주었구나
그런 달달한 생각을 하게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