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꽃오빠

by 윤창영

이야기가 있는 시 43


*글 쓰는 꽃 오빠


장례식장 꽃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제단에 꽃을 두고 치우는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청소하는 아줌마들로부터 꽃 오빠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상에, 나이 55살에 꽃 오빠라니! 너무 과분한 별명이다. 하하하. 이왕 꽃 오빠라는 별명을 얻었으니 꽃 오빠처럼 예쁘게 싱싱하게 인생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예전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월급에 맥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이 나이에 일할 직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더구나 꽃 오빠라는 멋진 별명까지 생기지 않았는가?

이곳의 일은 많이 한가하다. 바쁠 때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여유롭다. 그래서 글을 쓸 시간이 많다. 어차피 처음 이곳과 인연이 된 것이 글과 연관된 것이라 한가한 시간에 글을 쓴다고 해서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이곳의 사장님과 직원들은 나를 작가 선생님이라 부른다. 이제부터는 꽃 오빠 선생님이라 부를 테지. 베스트 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생활인으로 살아가려면 직업이 있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적인 조합이다.


작가는 배가 고파야 글이 써진다. 작가는 가난하다. 글은 돈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술을 좋아한다. 이런 일련의 말들은 모두 구시대적인 편견에 불과하다. 작가는 왜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가? 작가는 왜 술을 좋아해야 하는가?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예전에 나는 돈을 많이 벌려고 했고 술도 좋아했다. 그런데 돈을 버는데, 술을 마시는데 시간을 다 허비해버려 정작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글도 쓰지 않고 난 시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난 작가로서 프로가 아니었다. 프로라면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프로라면 글쓰기가 생활이 되어야 한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글쓰기가 돈이 되어야 한다. 글쓰기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책을 써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글로써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논술 학원을 했다.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했고, 구청에 들어가 글 쓰는 일을 했다. 그러다 책을 내었다. 큰돈은 되지 않지만 연구하고 생각해보면 의외로 길이 많다. 그런데 찾아보지도 않고 노력해보지도 않고 으레 글쓰기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접고, 다른 곳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어찌 프로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난 작가가 직업이다. 그렇기에 작가로서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하다. 생활이 힘들다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글은 계속 써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그때를 위해 목숨 걸고 글을 써야 한다. 글 쓰다 죽는다면 그 또한 축복이 아니던가.


글 쓰는 꽃 오빠


꽃처럼 살자.

남에게 향기를 주며 살자.

시들지 않은 꽃은 없지만

예쁘지 않은 꽃도 없다하지 않던가?


꽃집에서 일을 하니

꽃 오빠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글 쓰는 꽃 오빠.


꽃집에 살면 꽃향기 묻어

삶이 향기롭게 되지 않을까?

글에서 향기가 묻어나지 않을까?


시들지 않은 꽃은 없다지만

시드는 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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