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시 51
*비는 시가 흐르는 혈관을 뚫다.
시심(詩心)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말 그대로 하면 시의 마음이다. 마음을 우리는 곧잘 심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심장은 피를 퍼 올려 혈관을 통해 온 몸으로 퍼지게 한다. 그처럼 시심(詩心)은 시의 심장이기에 생각을 퍼 올려 시를 쓰게 만든다. 그런데 생각이 흐르는 혈관이 막혀있다면 시를 쓰지 못하게 된다. 시인들마다 시가 잘 써질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 시를 쓰기 얼마 전까지 시가 잘 써지질 않았다. 그것은 생각의 혈관이 막혀 시심으로부터 시의 혈이 흐르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비가 왔다. 비는 감성을 데려오는 강한 기능이 있다. 또한, 비는 딱딱해진 혈관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비가 내리자 막힌 생각의 혈관을 뚫려 시심이 흐를 수 있었다. 다시 시를 쓸 수 있었다.
이것은 현실과 시의 소통이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시가 써지질 않는다. 이것은 그대와의 소통이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대를 시 속으로 불러올 수 없다. 2018년 여름 태풍 쁘리빠룬이 한반도를 통과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 난 그리고 다시 시를 쓸 수 있었다.
2018년 여름, 다시 시를 쓴다.
가슴에 물이 고여 탁해지면
생각의 혈관을 막아
더 이상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한다.
태풍 쁘라삐룬이 다가오자
카페 큰 유리창엔 비가 내린다.
가슴에 있는 둑을 허물고
이 비로 가슴을 씻어 흘러가게 한다.
마른 강 바닥 같은 혈관을 이 비로 채운다.
가슴이 뛴다. 설렘이다.
내 가슴을 뛰게 한 비를 너에게로
흘려보낸다.
이것이 소통이다.
이것이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