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시 52
커피 잔에 내리는 비
울산 문화의 거리 58일째--맘스허브(2015.11.25.)
크리스마스가 꼭 한 달이 남은 오늘 비가 온다. 커피와 커피콩빵을 마시며 먹으며 앉아있다. 이 가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온다. 어쩔거나. 비 오는데. 여름 내내 비를 참 많이도 기다렸는데, 기다림이 머쓱할 만큼만 비 오더니 이 가을 배부르게 비가 온다.
카페 유리 벽 밖 가로수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느끼게 하는 등이 전선으로 나무마다 길게 연결되어 반짝거린다. 가로수 밑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데, 반쪽이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꼭 한쪽이 실연을 당한 것 같다.
비가 내리는 밤 풍경이다. 시를 쓰고 앉아있는데 잘 써지질 않는다. 커피는 이미 식어있다. 문득 이 풍경을 시로 써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쓴 시이다.
커피 잔에 내리는 시
낙엽 쌓인 문화의 거리.
나무에 눈(雪) 모양 전등이 걸려
빛(光)으로 반짝이다.
늦은 가을,
늦은 시간
늦게 늦게
내리는 비.
우산 없이 한 여자가
횡단보도 빨간불에 서있고
사랑의 등대였던
하트 모양 불빛은
반쪽이 꺼져있다.
빗물이 빛(光)물이 되어
눈물로 젖어있다.
젖. 어. 있. 다.
젖은 시쓰며 시인은
식은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