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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Jun 22. 2019

*왜 시를 쓰게 되었냐고요?


왜 시를 쓰게 되었냐고요?
어떻게 시를 쓰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가슴에 장구 동동거려
보조개에 세상 모든 
예쁜 전설을 담은
한 소녀에게 가려고 
날개 짓을 하다가

심장의 뼈가 부러져
아스팔트에 떨어져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하며
강변까지 걸어가던 그 날에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던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었겠어요.

달팽이와 지렁이와 기어가던 모든 것이
눈물겨웠던 순수한 소년이

앙리에뜨와 
마르그리뜨 고띠에와
마농레스코를
가슴에 품고 
비만 오면 무작정 
비를 맞던 소년이

빗속 혈관에 새긴 그 이름에
심장 속 하얀 뼈에 새긴 그 이름에
열일곱 소년이 도대체
시를 쓰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요.

그래요. 시를 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시 속에는 비의새가 날아다녔고. 
시 속에는 심장 속 하얀 뼈에서 
눈물에도 꽃이 폈어요. 
그 향기가 소년에게 시를 쓰게 했어요.

보세요.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동그랗게 내리는데
보세요.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환장하게 내려
핏줄을 타고 손끝으로 가는데

어찌 시를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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