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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Apr 05. 2021

인생리모델링2-점빼기


* 인생 리모델링 2 -  점빼기     


 이사를 하여 집을 바꾸었다. 생활 환경의 리모델링이다. 그 다음엔 내 몸에 대한 리모델링이다. 57년 넘게 살아오느라 내 몸은 많이 낡아 있다. 이빨은 빠지고 배는 툭 튀어 나오고, 얼굴에 점이 100개도 넘게 생겼다. 운동을 하지 않아 체력도 많이 부족하다. 얼굴에 나이테가 많다.

 몇 년 동안 책을 쓰면서 정신은 많이 리모델링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여 아내와 티격태격한다. 이것도 리모델링 대상이 된다.

 60을 바라보는 나이, 인생 전반에 걸쳐 되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 앞으로의 인생을 좀더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의미에서, 그리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미에서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보니 얼굴에 점이 많이 생겼다. 나도 내 얼굴에 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아내는 나에게 선크림을 바르고 다니라고 숱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난 참 아내 말을 듣지 않은 남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 리모델링하는 김에 아내 말을 듣는 자세 리모델링부터 해야할 것 같다. 세상의 남편들이여 아내 말을 귀담아 들읍시다. 그러면 이렇게 인생이 바뀝니다.     

      어느 날 아내가 옆 얼굴의 사진을 찍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충격이었다. 내 얼굴에 점이 이렇게 많다니. 매일 거울을 보면서도 내 얼굴에 점을 보지 못한 것이다. 사진은 얼굴 한쪽이지만 반대편에도 이 정도로 점이 많이 있었다. 얼굴에 점을 뺐다. 오늘은 점을 뺀 지 7일째 되는 날인데 얼굴이 많이 깨끗해졌고, 만족도가 높다. 비용은 1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아내에게 이끌려 병원으로 갔다. 점을 빼려는 사람으로 병원은 꽉 차 있었다. 얼굴에 마취액을 바르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 기다리다가 지쳐 ‘이 짓을 꼭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왕 온 것 빼자 싶어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병원 간이침대에 누워 아프지 않을까를 걱정하며 눈을 감고 기다렸다. 점 빼기가 시작되었다. 얼굴이 따끔거렸고 피부 타는 냄새가 미세하게 나기도 했다. 마취가 덜 된 부위는 아프기도 했다. 그때는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1시간 가량 점빼기가 계속되었는데,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점빼기가 끝이 나고 간호사가 주의할 점을 일러주었다.     


 1. 가능하면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

 2. 세수는 내일부터 할 것.

 3. 목욕은 4일째 되는 날부터 할 것.

 4. 딱지는 저절로 떨어지게 할 것

 5. 선크림을 바를 것

 6.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아침 저녁으로 먹고 바를 것

 7. 술은 마시지 말 것.     


 3~4일 정도가 지나자 점을 뺀 자리에 까만 딱지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6일 차에는 거의 딱지가 떨어졌고, 일주일 되니 점은 사라졌다. 아직 미세하게 흔적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점을 빼고 나니 몇 년은 젊어진 것 같다. 기왕에 할 것을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이라도 한 것이 다행스러웠고, 억지로 데려간 아내가 고맙게 느껴졌다. 

 이렇게 인생 리모델링의 첫발을 디뎠다. 앞으로 변화해갈 내 모습, 내 삶이 기대가 된다. 리모델링 하지 않고 오래된 집에서 습관처럼 살아도 된다. 하지만 기왕이면 집수리를 해서 깨끗한 집에 살면 더 좋지 않을까? 인생도 그렇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지금껏 쌓아온 깨달음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다시 디자인한다면 삶은 훨씬 의미 있게 되지 않을까?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이 생각난다.    


 “아내 빼고는 다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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