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그 다음 단계가 있다.
*일은 재미있게 해야 한다.
일요일,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쓴다. 문득 서울에 있는 큰아들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뭐 하노?”
“일하고 있어요.”
“일요일인데도 일 하나? 쉬면서 해라.”
“회사 일 아니고요. 제가 좀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글나, 재미있나?”
“그냥 해요.”
“무슨 일이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해라. 지금은 그 일이 작은 일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도 작은 것으로 끝이 나는 일은 없다. 씨앗은 작지만 그것은 엄청나게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다. 아빠가 작년에 남구청에서 일 한 것 알지?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그 일을 선택한 것은 그 일이 글 쓰는 일이었고, 아빠가 재미있어 하는 일이었고, 의미가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끝났지만, 그 일이 있었기에 지금 아빠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지금 1권은 출간 계약을 했고, 두 권은 출판사와 연결이 되어서 계약 서명만이 남아있고, 세 권 째 초고를 완성했으며, 지금 네 권 째 글을 쓰고 있다. 무슨 일이든지 그것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고 그 다음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아빠라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냐!”
“맞아요. 아빠, 말이 옳아요.”
“그래, 지금은 작게 보일 수도 있고, 지금은 큰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항상 그것이 씨가 되어 더 큰 것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 비록 재미가 없는 일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부여하여, 재미있다고 의도적으로라도 생각해야 한다. 즉 마인드 컨트롤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단다.”
“예, 알겠어요.”
아들에게 전화만 하면 말이 많아진다. 평소에는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멀리 있는 아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어떤 이야기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부디 잔소리로 듣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이제껏 일을 할 때, 억지로 한 것이 많았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꼈고 하기 싫어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일은 스트레스였고, 즐겁지도 않았으며, 보람도 없었다. 그리고 일이 재미가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세상에 일이 재미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재미없는 일이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구는 즐겁게 하는데, 누구는 마지못해 한다. 개인별 성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 주어진 일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찾을 수 있다.
찾다가 찾다가 찾지 못하면 그 일은 그만 두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찾고자 노력만 한다면 재미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 일이 자신과 가정에 어떤 가치를 지니는 지를 깨달으면, 일을 신나게 할 수도 있다. 요즈음처럼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일이 힘들다고 그런 축복을 차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
나에게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과장까지 생활을 하다가 일을 그만 두었다.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재미가 없었으며, ‘이 일 아니면 할 일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여,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때는 ‘과감하게’라고 생각을 하였지만, 지나보니 ‘경솔하게’였다. 회사에 다닐 때는 그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 받고 고생을 하는 것은 나 하나면 족했다. 대신에 아내와 아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 두고 나오니, 생활은 힘들어졌다. 아내까지 나서서 함께 돈을 벌었지만, 벌인 사업이 실패해서 살고있던 집까지 날려버렸다. 당연히 우리 가족 전체가 힘들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회사에 다닐 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의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는 지금 생각해보니 회사를 그만둘 만큼 큰 것이 아니었다. 그 당시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 회사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었는데, 난 부정적인 생각만을 했다.
어려움을 극복하여 보람된 일도 많았지만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만을 생각한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을 욕만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몇 번 오지 않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 다른 말로 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서, 힘든 일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는 말이다. 또한, 힘든 일은 일부이며, 전체를 보는 시야를 길러야 했고, 미래와 연관시켜서 생각해야 했으며, 힘든 일 속에서도 재미를 찾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난 그러질 못했고 좌절했고 절망했고 사표를 썼다. 그 결과는 너무도 참담했다. 그 현실을 피하여 생각한 것이 ‘다른 일을 하면 잘 할 수 있다.’라는 것이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정면으로 부딪쳐 극복하지 못한 채, 충분한 준비가 없는 임기응변식 사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결과는 참담하다. 그리고 이 사회 구조 상 한번 실패를 한 후 재기에 성공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리고 현실도피식의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처절한 반성을 동반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은 또 다른 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금 자신이 있는 그 위치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 상황은 지나가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하고, 어려움에서 중요한 가치를 배우는 과정임을 인식하고 철저하게 메모와 분석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 어려움이 지난 후에는 더 좋은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현재보다 더 좋은 환경이 예정된 상황이라면, 그것이 더 수입도 많고 재미있는 일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의든, 타의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든 일에는 그 다음 단계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