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은 절대 아이들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아이는 전쟁 중에서 느끼는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by 윤창영

*부부 싸움은 절대 아이들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아내와 경주 벚꽃 구경을 갔다. 부풀어 터진 벚꽃은 사람의 마음마저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내와 벚꽃 길을 가면서 천년을 이어온 경주의 숨결을 느꼈다. 경주거리는 벚꽃만큼이나 도로에 자동차가 많았으며, 벚꽃만큼이나 사람들로 붐볐다. 아내는


“마치 신혼 때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네요.”


라고 말할 만큼 즐거워했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따뜻한 봄날의 토요일 오후를 낭만부부로 즐겼다.

그런데 벚꽃에 정신이 팔려 길을 걷던 중,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한 부부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옆의 아들은 어찌할 줄을 몰라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때 아내가


“저러면 아이가 전쟁 속에 있는 것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하면서 걱정을 한다. 아내의 말을 들으니 옛날 우리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에겐 잔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트라우마가 있었다.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잔소리를 들으면 상식적이지 못한 반응을 했다. 아마도 아내와 직장상사의 잔소리 때문에 형성된 트라우마라고 생각한다.


가족여행을 떠나면 아이 둘은 뒷좌석에 아내는 운전하는 내 옆 좌석에 앉는다. 다른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설렘과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아내는 평소 내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그 말을 들으면 난 잔소리 트라우마가 도져 과잉 반응을 하였다.


그 당시 난 한참 술을 마실 때였고, 술을 마시고 돈을 낭비하는 내가 좋아 보일 리 없었다. 다른 아내들이 하는 것처럼 아내는 잔소리를 했고, 난 그런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래서 새벽에 아내가 잠을 깨기 전에 집을 나왔고, 저녁에는 술을 마시고 취해 집에 가면 바로 잠을 잤던 시기였다. 그러니 아내는 평소에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여행을 떠날 때면 아내는 하곤 했다. 좋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아내가 하려고 하면 두 마디도 듣지 않고 나는


“에이 시”

라고 하며 바로 핸들을 돌렸다.

“당신 왜 그래요? 내가 가만히 있을 테니 참아요.”

아내는 틀어져버린 내 기분을 눈치 채고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한번 틀린 심기는 회복되지 않았다. 아내가 아무리 사정을 해도 여행을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 내 기분만 생각했지, 아이들이 받게 될 상처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그리고 화풀이를 아내에게 했다.


“그런 소리를 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뻔히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나.”

하고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지나보니 그런 일들이 몹시 후회가 된다. 아내에게도 미안한 일이지만, 여행을 간다고 들떠있었을 아이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몹시 상처를 입었으리라. 그땐 왜 그것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몹시 미안하고 안타깝다.


길에서 싸우는 부부와 아들의 안절부절하는 모습. 어른들이야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싸울 수 있다지만 아이가 무슨 죄인가? 부부는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 상처 난 아이의 마음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심하면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또한, 그런 것을 무의식적으로 배우게 된다. 가족 여행을 갈 때마다 엄마 아빠가 싸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이렇듯 부부싸움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이상이다.


여행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할 때도 싸움은 있게 마련이다. 배우자와 의견이 맞지 않다거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못마땅한 행동을 했다거나 할 때 화가 나기 마련이다.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럴 때 아이들 있는 곳에서 싸우면 안 된다. 오히려 어떻게 화를 참는지, 어떻게 대화를 하는지, 어떻게 서로 화해를 하는 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사람 관계에서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그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된다. 우리 아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그때의 서운했던 마음을 잊지 말고 너희 아이들에게는 그런 상처를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

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절대 부부싸움은 아이들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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