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음은 할 수 없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은 할수있다

재미찾기

by 윤창영

*“돈 없어 못하는 것은 할 수 없지만,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아이가.”


아내의 말이다. 돈이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나의 사업실패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무척 힘들게 살았다. 나와 우리 부부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힘들었다. 우리를 지켜보는 노모도 우리를 보고 근심이 컸으며, 형제들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다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상에 우리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내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지금은 행복하고, 삶의 활력이 넘친다.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을까 궁금해 할 것이다. 우리도 궁금하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었는지. 그래서 그 요인을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행복은 은행 잔고 순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파트 평형 순도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인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다. 결국 돈이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돈이 행복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이며, 진정한 행복은 마음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가능한 것이다.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여 달라진 점이 많으며, 여기서 두 가지만 소개를 하겠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의 행복론에 대해 심층적으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첫째, 아내와 의사소통이 된다.


예전에 아내의 말은 무조건 잔소리로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내의 말은 촌철살인과도 같다는 말을 아내에게 자주 해준다. 그러면 아내는 자신감을 가지고 더 많은 말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는 이야기, 우리에게 닥친 해결해야할 문제 등의 의논이 가능해졌다. 예전의 우리 부부처럼 서로 소통이 되지 않은 부부가 많은 것 같다.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먼저 소통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의 문을 열고 끝까지 말을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돈을 들여서 공부를 하며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도 하고, 좋은 강연회가 있으면 시간을 내어 찾아가서 강의를 듣기도 한다. 회사에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기 위해서 일부러 돈을 투자하고,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배우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것은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것과 같다.


소통을 하려면 먼저 말을 들어주라. 우리 부부의 경우 나보다는 아내가 말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두 마디도 못하게 말을 막았다. 잔소리라는 선입관이 내 귀를 막은 것이다. 귀를 열고 아내의 말을 들어주니 대화가 되었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투자하고, 듣기 싫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주는데 왜 배우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인가?


부부 사이에는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지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이다. 서로 듣기 싫어하는 말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말하라. 꼭 해야 하는 말이라면, 상대방이 기분이 좋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이야기 하라.


말을 들어줄 때는 성실히 들어주어야 한다. 듣기 싫은 이야기라도 말을 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라.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자.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감정을 개입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라. 부부 사이에도 협상이 필요하다. 협상이란 것은 일방적인 고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의 가치와 상대방의 가치를 교환하는 것이 협상이다. 협상을 잘해야 서로 윈-윈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니다. 소통이 되지 않고 대화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나도 아내와 대화가 되지 않을 때는 아내가 입을 열면 ‘또, 저 얘기구나.’라고 생각하며 귀를 닫았다. 하지만 지금 대화가 통하니 아내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대화가 되고 나날이 아내의 새로운 생각과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아내는 나와 재혼했다고 표현하며 이렇게 말한다.


“재혼한 남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말이 통하는 나를 두고 아내는 재혼한 남자라고 이야기한다. 아내와 대화를 하면 많은 교훈을 얻는다.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내 편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내 입장에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분 내가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다. 아내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남이 나에게 못해주는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내가 나에 대해서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전문가도 해줄 수 없는 조언을 아내는 나에게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왜 듣지 않겠는가? 대화는 부부 사이에 금과 같은 것이다. 배우자와 함께 수다를 떨자. 그리고 함께 깔깔깔 웃어보자. 삶이 달라질 것이다.


둘째, 재미 찾기를 하자.


삶이 재미가 있으려면 재미를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나를 재미있게 하는 것인지를 알아야 삶이 재미가 있어진다. 내가 찾은 재미를 아내와 함께 한다. 아내가 찾은 재미를 내가 함께 한다. 재미를 공유하면 서로에 대한 공감대와 신뢰가 형성된다. 내가 찾은 재미는 텃밭 가꾸기이다. 우리 집에는 공터가 있다. 그것을 가꾸지 않을 때는 풀이 무성했고, 모기와 쥐가 들끓었으며, 주위 사람들이 쓰레기를 갖다 버려 악취가 났다.


그런데 텃밭을 가꾸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먼저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가꾸어야 할지 재배하기 좋은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데, 돼지감자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모종 10개를 사다 심었다. 그 다음에는 오이 모종, 가지모종, 상추, 방울토마토, 양파, 파, 대파, 등을 심었다. 그


러다보니 요령이 생겼고 재미가 있었다. 그러자 아내가 동참을 했다. 채소들이 자라나는 모습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잡초를 뽑으며 삶의 지혜를 터득했다. 가꾸지 않으면 잡초 씨가 날아와 심겨져 밭이 잡초가 무성하게 되었다. 텃밭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잡초가 자랐다. 아내와 잡초를 뽑으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서로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나쁜 생각의 씨가 날아와 자리를 잡는다.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텃밭을 가꾸다 보니 또 하나의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못을 파는 것이다. 그래서 텃밭 한쪽에 웅덩이를 동그랗게 파고 물을 부었다. 그러자 물이 다 빠져나가버렸다. 그래서 비닐을 깔고 물을 부었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로 집에 있는 천막을 깔았지만 별반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방수천막을 깔아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웅덩이의 치수를 재고 바로 천막사로 달려가 방수천막을 재단하여 웅덩이에 깔았다. 그랬더니 물이 새지 않았다.


그 연못에다 수련을 심고 금붕어와 잉어 새끼를 사다가 키웠다. 텃밭은 한층 운치 있는 곳으로 변했다. 가꾸지 않았다면 지금도 잡초가 무성해있고 여름이면 파리, 모기가 들끓었을 것이다. 그런 곳을 재미가 가득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예쁜 정원으로 만들었다. 그랬더니 쓰리기 버리는 사람도 없어졌다. 오늘 아침은 텃밭에서 뽑은 상추로 밥을 먹었다. 아내와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또 하나의 재미는 봄이 되면 아내와 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쑥을 캐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울산 근교의 개울과 산을 돌아다니며 쑥을 캔다. 그 쑥으로 된장국도 끓여먹고 쑥떡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다. 아내와 함께 쑥을 캐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봄 산이 물이 오르는 것을 함께 보기도 하고 가져간 음식도 함께 먹는다.


쑥을 캐는 것 이외에도 일 년 내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토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바닷가나 근처 경주의 카페로 가서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며 글을 쓴다. 그리고 사진도 찍어 가족의 카톡방에 올린다. 아버지 엄마가 사이좋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아이들이 본다면 그들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우리가 찾은 재미라는 보물은 이외에도 아주 많다. 찾지 않으면 잡초 무성한 땅이 되지만 찾으면 그 땅은 재미 가득한 땅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찾은 재미는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을 우리는 보물찾기라고 말한다. 삶에는 수도 없는 보물이 숨겨져 찾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의 차이는 그 보물을 찾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 ‘재미 보물’이다. 오늘 아침 아내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돈 없어 못하는 것은 할 수 없지만,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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