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노란 장미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 세 명의 남자는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친한 친구였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세 명의 남자들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그 남자들의 프리마돈나가 되었다. 대학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그 친구들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내 인생에 큰 의미였던 사람들이었기에. 두 명의 남자 친구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난 울산에서, 그녀는 부산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다. 두 명의 친구들은 방학 때만 볼 수 있었고, 우리의 프리마돈나는 울산에서 가끔 만날 수 있었다. 대학에 올라갔어도 시를 썼던 나는 가람 문학회란 문학 서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었다. 2학년 가을 시화전에 그녀가 노란 장미를 들고 와서 내 시에 꽂아주었다. 그때부터 난 노란 장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3학년 봄, 축제 때 그녀와 벚꽃이 떨어지는 주촌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밤의 분위기는 트윈폴리오의 “축제의 노래”와 잘 맞았다고 느꼈다. 돌아갈 수 없어 더욱 그리운 아름다운 청춘의 날들이었다. 그녀가 내 시에 꽂아 준 노란 장미는 시들었지만, 그 향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 생각하면 노란 장미는 시들면서 추억의 꽃씨를 내 마음에 심어주었다. 이 시는 그 당시 대학 학보에 실린 글이다.
시든 노란 장미
달에다 노란 장미를 심었다.
밤마다 달빛은 노란 향기 발했고
나비처럼 그 향기 따라 밤을 날았다.
지난겨울
시베리아로 부터 온 바람은
달을 얼리고 장미를 얼려
밤은 추위와
어둠만 가득하였다.
달빛이 그리워 모닥불을 피웠으나
언 가슴의 세포를 녹일 수 없었고
불을 쓸어안고 향기를 찾았으나
밤마다 하나씩 흉터만 남았다.
어둠은 어둠을 낳고
슬픔은 슬픔을 낳고
그대여, 이 가슴을 위해
어떤 꽃씨를 준비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