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사랑합니다.
대학 3학년 초,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학회장이었던 김연규 형과 수진이가 나를 찾아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음료수를 날라다 줄 것을 부탁했다. 둘 다 나보다는 3학번이 늦은 86학번이었지만 나이는 연규 형이 나보다 4살 위였고, 수진이는 1살 위였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처럼 어울려 다니는 사이였다. 둘의 부탁을 받고 강의실로 음료수를 날라다 주었는데, 그러다 학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4개의 학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 ‘창작’이라는 글쓰기 모임에 대한 설명이었다. 순간 ‘창작’이란 말이 가슴에 와 박혔고, 문학 서클에 가입하여 시를 쓰는 나와 꼭 맞는 모임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창단 멤버로 제일 학번이 빠른 선배로 가입하게 되었다. 수진이가 회장을 했고 난 그를 도와 함께 창작 활동을 했다. 창작은 올해로써 30년이 된다. 그 동안 창작을 거쳐 간 인원만 300명이 넘을 것 같다. 또한, 창작 출신으로 신춘문예 등 많은 문학지에서 등단을 했고, 작가로서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창작의 구호는 “창작 사랑합니다.”와 “한번 창작은 영원한 창작이다.”이다. 졸업을 하고도 매년 창작 모임을 찾아갔다. 그래서 나에겐 후배들이 많다.
창작 활동을 하면서 귀한 추억들도 많았지만 슬픈 추억도 있었다. 두 명의 학우가 유명을 달리한 일이다. 특히 나와 함께 대학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고 창작을 함께 시작한 수진이가 죽은 일이다. 30대 초반에 눈 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전주 예수 병원에서의 슬픈 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둘 중 한 명이 죽고 나만 남았기에 그가 못 다한 몫까지 해내고 싶었다. 내가 죽는 날까지 난 창작과 함께 하리라. “창작! 사랑합니다.”
티 없이 깨끗한 벗이여.
-고 우수진에게
꽃잎이라 이름 짓고 그대를 보낸 지도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
강변은 너무 쓸쓸하고 바람이 차다
계속되는 가뭄이라 목이 말랐는데
오늘따라 비가 내리네
아니 비가 내리는 날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
전주 예수 병원
그대의 사랑에 검은 드레스를 입힌
태초부터 예정되었을 수도 있는 운명 탓에
오늘 같은 비 오는 날
나에게 예정된 편지를 쓴다.
세상은 그대로이다
겨운 축복에 결혼하고
아들을 낳고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아름다웁다.
우리의 젊음은 격정이라기보다는
순수애의 갈증이 아니었는지
떠나버린 강변을 위해
이제 내가 시를 지어야 할 때이다
하지만 그대도 떠나고
나도 떠난 강변에
새삼 의미를 부여함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어떤 꽃이 피고
풀은 또 얼마나 말라 있을지 모르지만
옛날 그대로의 추억으로 남김보다
어찌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여 몇 번이나 시를 쓰려 했으나
도시 쓸 수가 없었다.
친구
그대와의 추억은 참으로 많다
동해의 일출과
선운사의 개구리와
대학 잔디밭의 노래와
자취방의 라면과
강변의 색 바랜 잔디 위 시와
그리고 함께 잠자리에 누워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한 순수.
비가 온다. 친구
하늘에 그대가 있을까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님을 믿기에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다시 만날 때는 현세의 우리를
기억조차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시를 이야기하며 순수를 이야기하며
사랑을 이야기하며
술 먹다 죽은 귀신 이야기도 하자
친구. 순수라 이름 짓고 싶은 친구
내가 가지려 했으나 아직껏 갖지 못한 imaculate
티 없이 깨끗한 벗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