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라 부른다네

by 윤창영

*눈물이라 부른다네.


고등학교 1학년 때 발자크의 ‘골자기의 백합’을 읽었다. 여주인공 이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앙리에뜨’. 감수성이 예민할 때 읽은 글이라 그 글을 읽고 막연하게 아름다운 사랑을 동경했다. 나와 짝지였던 김재영이란 친구가 있었다. 내가 앙리에뜨를 동경했던 것처럼 그는 소설 ‘춘희’의 여주인공 ‘마르그리뜨 고띠에’를 동경했다. 그리고 우리는 소설 ‘춘희’에 나오는 또 다른 소설 ‘마농레스꼬’를 함께 읽었다. 그때의 사랑은 아름다움 자체였고, 아무리 큰 슬픔이 몰려오더라도 절실한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시를 썼다. 절실한 사랑이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한 것이었는지, 슬픈 사랑만이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그와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그런 슬픈 사랑은 해보지 못했다. 슬픔은 다른 곳에서 밀려왔다. 그가 스물의 나이로 죽은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없이 어머니의 손에서 자란 외동아들이었다. 그가 죽고 난 후 그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와 함께 많이 울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집을 찾아가지 못했다. 나를 보면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생각나 너무 슬퍼하실 것 같아서였다.

눈물이라 부른다네.


가슴에 잠긴 바다를

별 모양으로 '사각사각' 자른 후

바위 위에 널어놓는다.


잘 생긴 햇살이 가슴을 말리고

증발된 가슴은 밤하늘 별이 된다.

무수하게 빛나는 별들

무수하게 빛나는 가슴 조각들

그 별에는 언제나 비가 내리고

꼭 한 마리의 새들이 살고 있다.


외로운 밤이면 술을 마시고

안주로 별을 따서 먹는다.


너무 외로운 밤이면

하늘의 별이 모두

내 가슴으로 들어와 하늘엔 별이 없다.

그때쯤 창 밖엔 비가 내리고

가슴 속 가득한 비의새들이

가슴 세포들을 '쪽-쪽' 쪼아댄다.


가슴 가득 고이는 피.

흘러 넘쳐 눈으로 나오는 투명한 피를

나는 눈물이라 부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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