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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papa Mar 10. 2021

HR에게 불편한 이야기들 3

무엇이 문제인지 아니? - 획일적인 제도 설계 및 운영

우리나라 대기업의 채용 시스템은 공채 형태로 많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다 보니, 직종에 상관없이 다 같이 같은 시기에 입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같이 동기라는 이름으로 입문 교육을 받으면서 서로 간에 끈끈해진다. 사회에 처음 진출한 신입사원들에게 좋은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좋은 관계를 맺어주면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는 모든 직원들은 노사협의를 통해 급여 인상률이 결정이 되고, 모든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적용받게 되고, 승진을 하지 않으면 급여가 점프되는 경우는 없다. 승진을 하면 동일한 보상 체계에 의해 급여가 동일하게 인상된다. 성과급도 회사의 성과에 따라 같은 비율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간혹 직무 간 차별화된 교육을 회사가 실시하기도 하지만,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교육에 참여한다.

평가에 있어서는 목표 설정 시 양식과 가이드는 전사가 공통된 양식과 가이드를 활용하여 목표를 작성하게 한다. 중간 면담은 하는 둥 마는 둥하면서 평가 시즌이 되면, 조직 규모에 따라서 동일한 평가 등급 배분율에 의해 평가받는다. 그렇게 1년이 흘러가면서 다시 모든 것이 반복된다.

내가 어떤 직무를 하던, 어떤 사업을 추진하건 옆 부서의 동료와 나는 동일한 기준의 인사제도를 적용받으며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회사는 어느 날 갑자기 각 개인의 직무 전문성을 키우라고 하고, 본인의 업무에 있어 업계 최고가 되어라고 주문한다. 나를 관리하는 제도는 모든 직무에 획일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나에게 업계 최고 전문가가 되어라고 주문한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직무에 있어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내 직무에서 최고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로 시작해 최근에는 기업들이 직무들의 특성, 직종별 인력 구성 등을 감안하여 차별화된 인사제도들을 적용하기도 한다. 물론 R&D와 같은 조직은 예전부터 별도의 인사제도를 적용하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일반적으로 제도가 차별화되어 운영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노무적인 이슈 등을 들어 모든 인사제도를 '형평성', '공정성'이라는 이름하에 동일한 인사기준, 보상기준, 평가기준을 적용해왔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에는 직무 간의 이질성이 다르지 않았고, 직무 전문성이라는 말이 R&D 외에는 그리 적용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HR입장에서는 조직 내 직무 간 전문성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동일한 제도를 적용했다기보다는 '너만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가 더 컸다. 즉, 제도 운영의 공정성이 인사제도 운영에서는 매우 중요했다. 이전에는 요즘보다 노사 간의 대립이 빈번히 발생했고, 노무적인 이슈가 지금보다도 더 사회적 이슈화되기도 했었으니까 HR에서도 노사관계에 더 집중하고 제도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게 가능했다고 치자.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제 조직 내 직무 전문성이 일부 직무를 제외하고 크게 요구되지도,  실제로 크지도 않았을 것이니까.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조직 내 직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인력들도 조직 내 하나의 톱니바퀴로서의 업무가 아닌 개인의 브랜드화, 쉽게 말해 개인의 몸값을 키우기 위한 도구로서 자신만의 전문성 있는 직무를 수행하고자 한다. 즉, 조직 내 요구뿐만 아니라 직무를 수행하는 개인의 인식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사제도는 그러한 조직적, 시대적 요구를 뒷받침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직무들은 모두 계약 베이스로 채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각 개인별로 적용되는 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게 전문성을 인정해서였든, 계약을 기반으로 해서였든 획일적으로 일방적으로 제도가 운영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다른 직무와 또는 다른 개인과는 차별되어 조직 내에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며, 때론 그것이 전문성을 높게 발휘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계약 베이스의 채용시스템이 주류를 이루지도 않고, 그렇다고 직무 전문성이 높게 인정받거나, 또는 다르게 인정받지도 않기 때문에 인사제도는 보통 획일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러한 획일적인 제도 운영은 조직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는데, 또는 인력의 전문성을 발휘하거나 키우는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실제 영업 인력을 동기 부여하기 위해서 전략조직, HR조직과 동일한 인사제도를 적용하는 게 맞을까?(물론 전문성을 요구받는다는 가정하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에 총무조직과 동일한 평가제도를 적용하는 게 맞을까? 안전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조직에 다른 생산라인에 있는 엔지니어와 동일한 근무시간 기준과 동일한 보상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을까? 이러한 질문에 우리는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직무 가치, 활동의 차이에 대한 깊은 고민은 일반적으로 조직 내 형평성이라는 이름하에 제도의 차별화는 없다. 오히려 HR에서는 그러한 일부 직무를 차별화했을 때,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인력에 대해서 그러한 차별화에 대한 인식을 설득할 수 있거나 납득시키는 역할을 두려워하고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다. 결국은 노무 문제로 불거지거나 조직 내 잡음이 생길 수 있고, 인사 제도 전체에 대해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결국 HR은 인사제도는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를 바라왔다. 조직의 성장, 직무의 성장보다는 노사 안정, 조직 안정에 초점을 두고 운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하고 있다. 점점 더 직원들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가 탈중앙화, 분산화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블록체인의 시대가 열리고 있고, 조직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개인에게 직무의 전문성을 더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볼 것은 직무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개인의 역할을 더 강조하기 위해 HR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순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직무의 전문성을 키우고 조직 내 그 전문성을 발휘해야만 하는가? 그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은 다른 직무와 동일하게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당신의 직무 수행 성과에 대해서 평가하고 보상하는 제도는 차별화할 수 없으나, 당신은 조직 내에서 더 직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게 조직 내 직원들이 느끼는 모습일 것이다.


과연 이게 맞을까? 이젠 내가 조직 내에서 노력하고 성취한 만큼의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것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직원들은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조직을 이탈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제도를 개인화, 직무 차별화에 맞춰 다르게 적용하는 건 어렵지만, 우리 조직 내에서 어떤 직무를 차별화하고 개인화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HR에서는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차별화되어야 한다.


(다음 불편한 이야기는 '역할이 확장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HR'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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