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지 아니? - HR의특권(?) 의식
HR 조직에 있다 보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너네는 다르잖아.", "우리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면서 너네는 왜 그렇게 안 해?"이다. 특히, 이 이야기는 승진 시즌이 되면 더 자주 듣는다. 또는 직접 그런 말을 하진 않더라도 HR이 아닌 조직원들은 속으로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얘기를 은연중에 전해 듣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들의 실체가 무엇일까? 도대체 왜 HR 외의 조직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평가, 승진 시즌이 되면 실제로 이러한 말들이 더 크게 들린다. 사실 평가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여전히 상대평가를 많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에서, 평가시스템 내에서는 상대적인 등급 간 비율에 의해서 엄격하게 그 비율이 유지되기 때문에, HR조직이라고 해서 그 비율이 다르게 적용될리는 없다.
다만, 평가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기에 그것을 설계한 HR조직은 조금 더 유리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등급 간 비율을 적용할 때, 평가그룹이 소수 그룹의 경우, 등급 간 대상 인원수를 산정할 때, 조금은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 이에 평가하는 그룹을 조금 더 세밀하게 나누면 인원이 많은 평가그룹 대비 조금은 유리한 면이 있다.
그리고 승진 포인트를 운영하는 회사에 있어 조직 내 승진 대상자가 있을 경우, 평가등급을 어떻게 배분해야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가 조금은 수월하다. 왜냐하면, 평가점수를 어떻게 주면 어떤 등급이 나오게 될지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도 있다. 실제로 HR조직에서 그렇게 미리 해보는 경우가 많다. HR이 아닌 조직에서 이렇게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요구하면 HR에서는 평가의 공정성, 신뢰성을 위해 평가 시뮬레이션 같은 걸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곤 한다.
그리고 실제 승진심사에서는 어떠한가?
보통 승진심사를 하면 각 사업부의 사업부장, 경영지원 팀장, 그리고 HR이 별도의 공간에 모여 HR이 만들어준 평가 기초 데이터 및 승진 가점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를 한다. 주로 역할은 HR에서 제시한 승진율, 승진대상자수를 감안하여, 각 사업부에서는 전체 심사 리스트에서 순위를 매겨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 경우, 종종 최종 대상자 안에 적합(?) 하지 않은 인력(예, 징계, 윤리적 이슈 등)이 포함되면 HR이 걸러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 경우, HR은 전사적인 인건비 관리, 인력관리 방향성 등을 고려하여 타이트하게 승진율을 적용하여 운영한다. 하지만, HR조직 내 인력에 대한 승진율은 다른 사업부만큼 그리 타이트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 조직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내가 몸담았던 몇몇 대기업에서는 그랬다.)
HR조직 구성원들의 승진 대상자 대비 승진율이라든지, 제년차에 승진하지 못했던 인력의 비율 등을 계산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HR이 아닌 조직에서 그런 HR조직의 특혜(?), 특권(?)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건 아마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면 HR이 왜 이러한 특권을 누리고 있을까? 왜 HR스스로도 이러한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간단하게는 평가, 승진을 운영, 모니터링하는 조직이기도 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서 발생하는 특권의식 같은 것이다.
즉, HR조직은 사람에 관한 많은 정보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간단한 인적 정보에서부터 매우 민감한 개인적인 정보 (신상, 역량, 각종 비위 사실 등)들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정보 관리는 조직 운영 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조직 내 쉽게 Open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때문에 HR조직은 이러한 정보를 관리하고 수집하면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서 HR조직은 나름 조직 내에서 특권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조직 내 다른 구성원들은 그러한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에 HR조직이 뭔가 조직 내에서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HR 조직 스스로도 이러한 특권의식을 느껴, HR구성원들의 평가, 승진 시에도 조금은 유리하게 제도를 적용해도 그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인식하지는 못한다. ("HR인력이 승진 누락해서 동기부여가 저하되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회사의 민감한 정보가 새어나갈 우려가 있고, 그러면 조직 관리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핑계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실 조직 내에서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실 조직 내 모든 정보를 Open 하여 운영하게 되면 아마도 많은 불필요한 오해와 그것을 해명하고 납득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때론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조직관리에 있어서 당연한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이 개인 정보가 민감한 시기에는 더더욱 정보 관리는 필수이다. 그리고 각 조직 구성원들이 개인 정보에 관한 동의서 등을 입사할 때 서명하게 되는데, 거기에도 특정 목적 외에 개인 정보를 Open 할 수 없게 되어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 자체를 HR이 스스로 특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즉,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관리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다는 것은 HR 직무를 부여받았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과업인 것이지, 과업 자체가 그 특권의식처럼 작용되면 안 된다.
HR은 그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조직 내 유의미한 Insight를 제공하고, 이를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또는 조직 운영상의 이슈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정보를 보유, 관리, 인지하는 것 자체가 HR에게 의미를 가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가 투명하게, 신속하게 공유되는 시기에 이러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특권의식처럼 생각하는 HR이 있다면 진지하게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역할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겨볼 필요가 있다. 결국 HR이 사람 데이터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은 그것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 경영진에게 제공할 수 있는 Insight를 도출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다음 불편한 이야기는 '획일적인 인사제도 설계 및 운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