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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papa Mar 06. 2021

HR에게 불편한 이야기들 1

무엇이 문제인지 아니? - 사람을보지 않고제도만 본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인사기획이라고 하면 인사제도 기획만 생각하게 된다. 평가제도, 보상제도, 글로벌 HR, 육성제도 등, 제도, 관리기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한다. 물론 제도 기획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인사가 관여해야 하는 영역은 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도가 아닌 영역은 일반적으로 운영영역으로 인력운영파트 또는 팀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이때에도 인사기획 기능/팀에서 제도를 먼저 수립하고, 이후, 정해진 규정, 틀, 제도 내에서 발령, 배치 업무를 해당 조직의 업무라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인사팀의 어느 조직에도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는 조직이 없다. (일반적으로 많은 조직에서 그렇다는 얘기지, 모든 조직에서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람에 대해서 고민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가깝게는 우리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다른 조직, 다른 산업군의 인력들과 비교해서 어떤 성향들이 있는지,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무엇으로 동기부여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즉, IT산업에 있는 개발자의 성향, 동기부여 방식, 일하는 방식과 제조업에 있는 엔지니어의 일하는 방식, 성향, 동기부여 방식은 다르다. 동일 IT 산업군내 개발자와 사업기획, 전략기획 인력들 또한 생각하는 방식, 동기부여로 자극받는 Point가 다를 것이다. 

이처럼 넓게는 어떤 산업군에서, 좁게는 어떤 직종에서, 또는 어떤 일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HR이 과연 제도를 설계하거나, 운영 기준을 수립할 때 깊게 고민을 먼저 하고 시작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인사 기획자들은 경영진의 오더에 의해서 제도를 설계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그것을 잘하고 있는 회사를 Search 하고 벤치마킹을 시작하게 된다. 벤치마킹이 절대 나쁜 것은 아니다. 먼저 제도를 실행한 회사에서 기획상, 운영상의 어려움을 먼저 확인할 수 있고, 시사점을 뽑아 우리 회사의 제도 기획에 반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벤치마킹의 함정에 빠지는 누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벤치마킹은 그야말로 참고이지, 제도 설계의 방향성 수립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다른 대기업에서, 다른 외국계 기업에서 이 제도를 잘 운영하고 있고, 요즘의 트렌드라는 이유로 우리 회사에서 그것을 적용할 때, 우리가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이 공부하는 방식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만큼의 성적을 얻을 수 없던 논리와 같다. (모두 학창 시절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 경영진이 HR에게 'OO회사에서 이 제도를 운영한다는데, 우리도 한번 적용해보는 건 어떨지 검토해보세요.'라고 툭 던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먼저 그 회사 Search를 하고, 방문해서 벤치마킹도 실시하여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을 한다. (보통은 우리 회사의 기존 제도에 어떻게 녹여낼지, 어떻게 충돌되지 않고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서 방안을 수립한다.)

하지만, 이때에도 우리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건, 우리 회사와 그 회사와의 인력 구성, 인력의 성향, 일하는 방식, 사람에 관한 이슈, 조직문화 등 실제 사람을 파악하고, 동기 부여하는 방식이 혹시 차이점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운영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회사와 그 회사 사이에 사람에 대한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물론 HR은 우리 회사의 사람에 대해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자명하다.


어쨌든 '제도' 보다는 '사람'을 먼저 알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그 판단된 사람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성에 따라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의 기준, 요구되는 역량을 정의해야 하고, 그것에 따라 우리 회사의 직원에 대한 역량, 기술 수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제도 설계의 기초 데이터일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 제대로 파악한     후라야 HR이 비즈니스에 관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HR은 다른 영업, 전략, 재무에 비해 조직 내 직무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경영진의 관심은 사업의 성공이고, 재무적인 실적 달성이니까. 그 관심도가 결국은 조직 내 해당 직무의 위상이 되고, 직무가치가 될 테니까.


결국은 HR은 Human Resource를 Management 하는 것이지, Human Resource를 Management 하는 도구를 설계하는 조직이 아닌 것이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HR Analytics이다. 개개인의 사람에 대해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을 관리하는, 또는 그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게 하고, 그 사람을 Retention 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방식의 사람관리 형태는 개인화되어 운영되는 모습이 될 것이다. 결국 예전에 인사가 일괄적으로 운영하여 추진하는 제도적인 모습은 그 형태가 많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현재 관심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도 또한 기존의 기득권 세력에서 벗어나, 정보의 집중, 불균형을 깨고 모든 사람이 정보를 동등하게 갖게 되고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개인화에 대한 기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HR도 이러한 사회 전반적 흐름에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왜 HR은 사람을 보지 않고 제도만 보게 되었을까? 사람을 왜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그동안 사람에 대한 정보는 그저 인적사항, 평가정보, 보상정보, 경력정보 등에 대한 수준이었고, 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이러한 정보들은 그 사람을 나타낼 수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역량을 파악하여 회사에서 활용하기에는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러한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신, HR을 수행하는 인력들의 개인기에 의해서 많은 부분들이 커버되고 운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사람관리에 쓰일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둘째,  사람에 대한 역량 정보를 파악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꺼린다. 왜냐하면 그러한 개인의 역량 정보 파악은 제도권 안에 있는 개인의 평가정보가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그것이 사람에 대한 역량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우리가 역량=평가결과 가 될 수 없다면, 그것은 관리자가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평가결과가 역량 정보를 대변할 수 있도록 평가제도를 여러 번 개선하고, 바꾸고, 보완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렇게 수십 번, 수백 번 평가제도를 개선을 했지만, 결국은 그 평가결과가 그대로 개인의 역량 수준이라 믿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성과 평가결과는 개인의 역량 수준을 파악하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왜냐하면, 평가결과는 개인의 역량 수준을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상, 승진, 육성 등 다양한 제도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제도는 개인의 역량 수준을 절대 대변할 수 없다.

결국은 개인의 역량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HR이 만들어 낸 평가제도가 개개인의 업무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HR이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HR이 이제 와서 그것을 인정하기엔 쉽지 않다.


셋째, 두려움이다. 사람에 대한 역량 정보를 파악하고 보유하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

그 책임이라는 것은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판단된 결과가 옳음을 믿는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조직 내에서 불필요하게 공유되지 않도록 그것에 대한 관리에 대한 책임과,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활용의 책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개인의 역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판단 기준, 근거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따라 합리적인 방식으로 그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며, 수집된 데이터는 보안성을 가지고 관리되고,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전에 조직 내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의 보안성에 대해 의심을 받게 되는 순간 데이터는 왜곡되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관리에 대한 책임이 없으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HR은 제도가 먼저가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 먼저 파악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하지만, 실제로 인사기획이라고 하면 제도를 어떻게 더 fancy 하게 Sexy하게 만들 것인가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다음 불편한 이야기는 많은 조직 내에서 회자되는 'HR의 특권의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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