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자유로워지기
오늘도 헤매었다. 달리다가 어느 생각이 내게 다가왔다. '삶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제법이 공하다'는 말이 머리를 쳤다. 결국 모든 것은 공하구나. 인식이구나. 존재는 인식이 만들어내는 것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삶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처음 일어난 인식이다. '공'하다는 말은 비어있다는 말이지 허무하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지금 돈이 없다고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돈이며 누군가에게는 큰돈이며 누군가에게는 내 생각처럼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나의 돈은 충분하지도 부족하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다. 그저 돈이 내 수중에 있을 뿐이다. 그저 돈은 돈으로 있을 뿐이다. 나 역시 나로서 그대로 존재할 뿐이지 누구도 아닌 것이다.
요즘 자주 존재할 수 있어서, 이렇게 느낄 수 있어서, 이렇게 매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혼자서 되뇌인다. 지금도 어느 누군가는 태풍으로 집을 잃었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으며 누군가는 가진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니 내게 아무 일이 없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동시에 우리는 그들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해야 한다. 매주 작은 돈이지만, 늘 그들을 위해 기부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아닌 대부분의 어렵게 사는 나라 중에서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한다. 기부금이 그 단체를 운영하는 곳에 가도 상관없다. 부끄럽다. 그들의 일원이 될 용기가 없기에 나는 이렇게 돕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늘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세상 대부분의 일에는 이유가 없다. 반대로 이유가 있고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면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면 된다. 하지만 이유 없이 갑자기 불운과 불행이 곁에 올지라도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힘들다.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살아 있다면 죽을 때가 아닌 것이니, 이 생을 살아내야 한다. 나는 이 생을 스스로 선택해서 나가게 된다면, 다시 똑같은 고통을 후생에 받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이번 생에 만나게 된 인연은, 이번 생에 마주한 숙제는 이번 생에 풀어야 한다.
힘들 때면 자연 속으로 간다. 최고의 복지는 자연이고 정원이며 공원이다. 잠시 머물면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호흡에 집중하며 눈앞에 존재하는 것들을 바라본다. 천천히 걷는다. 생각이 왔다가 생각이 나간다. 머물렀다가 떠나간다. 생각도 바람도 공기도 모든 것들이 그저 존재했다가 떠나간다. 불교로 말하면 인연대로 받으며 사는 것이고, 가톨릭으로 설명하면 주님 뜻대로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주어진 목숨이고 주어진 인연이니 그 인연이 고약할지라도 그저 성실히 살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성실해야 한다. 모든 자연 속 동물들이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