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근의 미술 속 술 이야기 ③] 화가 윈스턴 처칠

by 데일리아트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이라 하면 우리는 시가를 물고 있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고 승리의 ‘V’를 생각한다. 그는 1940-45년과 1951-55년 영국 총리를 두 차례 역임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다.


그의 역사적, 정치적인 치적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오늘은 그의 문화예술적인 면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3195_8899_5545.jpg

윈스턴 처칠 /출처: Central Press, Hulton Archive, Getty Images


그는 정치적 지도자이기도 했지만 웅변가이면서 문필가, 화가이기도 했다. 1953년에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한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회고록』과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 등 여러 책을 저술하였고 그중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역사적, 전기적 저술과 탁월한 웅변술을 통해 인간적인 가치를 고취한 문학적 기여'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지만 정치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면에서 상당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책은 전쟁을 단순히 전술적, 군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철학적인 관점에서 서술했기 때문에 역사 서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고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었으며 그의 연설문까지 포함하여 '역사의 흐름을 문학적으로 기록한 위대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그는 인상주의 화가였다. 제1차 세계대전떄 해군장관이었던 그는 '갈리폴리 상륙작전'이라는 작전에 실패하여 책임을 져야 했고 사임 후 시골에 내려가 있었다. 그때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고 심지어 집 근처 철길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제해야만 했다.


그때 처칠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로를 받기 시작했다. 40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90세까지 붓을 놓지 않고 그림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1921년 화가 처칠은 한 전시회에 자신의 풍경화를 출품하게 되었다. 하지만 본명이 아니라 찰스 모린이란 이름을 출품하였고 1등을 하게 되었다.

화가 찰스 모린은 1919년에 죽은 프랑스의 풍경화 화가였는데 처칠은 자신의 이름으로 출품을 하면 심사에 부담을 줄 거라 생각을 하여 자신과 화풍이 비슷한 찰스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3195_8900_5655.jpg

(윗줄 좌측부터) Valley of the Ourika and Atlas Mountains, 1948 / Tower of Katoubia Mosque, 1943 (아랫줄 좌측부터) The Goldfish Pond at Chartwell, 1932 / Bottlescape, c., 1926


처칠은 주로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평생 500여 점의 그림을 그렸고 후반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스로 전문 화가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항상 취미로 그렸던 아마추어 그림이라고 했다.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처음 맞는 백만 년 동안은 그림만 그리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만큼 화가 처칠에게 그림이란 마음의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 처칠이 사랑했던 술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조니 워커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폴 로저 (Pol Roger)의 샴페인이다. 1849년 설립된 폴 로저는 생산 과정 중 르미아쥬(remuage, 병 돌리기)를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유일한 샴페인 하우스로, 유럽의 상류층과 로얄 패밀리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젠틀맨 상파뉴’란 별명으로 불렸다.


최고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고 한 처칠이 선택한 와인으로, 1908년 처칠이 처음 폴 로저 샴페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폴 로저의 3대손인 자크 폴로저와 친구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처칠은 하루 2병의 폴로저 브뤼 빈티지 샴페인을 마셨고 자신의 경주마 이름을 ‘폴 로저’라 지을 만큼 폴 로저 샴페인을 사랑했다.


1965년 처칠이 사망하자 폴 로저는 영국에 출시되는 모든 폴 로저 샴페인 병에 검은 리본을 달아 애도를 표했고 이후 1975년 그의 서거 10주기에 그를 기리기 위해 ‘폴 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Pol Roger Cuve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샴페인을 만들었다. 폴 로저 가문은 이 샴페인의 양조법이나 블랜딩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처칠의 굴하지 않는 꿋꿋한 정신과 캐릭터를 반영했다고만 했다.

3195_8901_126.png

처칠 서거 10주기에 만든 폴 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Pol Roger Cuvee Sir Winston Churchill)


처칠은 생전에 피노 무니에르가 블렌딩된 샴페인을 즐겨 마셨는데 이 샴페인은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로 만들어졌다. 폴 로저는 2004년 1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샴페인 공급처로 지정되어 폴 로저의 모든 샴페인에서 '왕실인증서(Royal Warrant)' 공식 마크를 볼 수 있다. 2011년 4월에는 영국 왕실이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 '폴 로저 브뤼 리저브'를 선정하기도 했다.


[신종근의 미술 속 술 이야기 ③] 화가 윈스턴 처칠의 샴페인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은영의 작품 속 차 이야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