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기괴한 동물들, 상상속에서 나와 헤이리에 등장

by 데일리아트

조용한 괴물들展: 갤러리 '그안'에서 5월 28일까지 열려


손창은(Zoe) 작가의 개인전 《조용한 괴물들》이 파주 헤이리 '갤러리 그안'(월~수 휴관)에서 5월 28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신화 속 존재와 멸종된 동물들을 주제로 회화, 패브릭 조각,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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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의 전시 모습


전시의 제목인 《조용한 괴물들》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이제는 실존하지 않거나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신화 속 생명체들이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가 섬유와 클레이로 제작한 말 없는 조형물이다. 이 전시는 그런 침묵의 존재들을 상상력을 통해 되살려낸다. 현대 사회 속 소외된 존재들을 다시 주목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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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그안 입구. 해이리 예술마을.


손창은 작가는 SI그림책 학교를 졸업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섬유 조형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신화 속 동물에 깊은 흥미를 느껴 자료를 수집하던 중 중국 고서 『산해경』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낯설고 신비로운 생명체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산해경』은 중국 각지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동식물, 괴수들을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시각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인간의 상상과 감정이 투영된 기록이라는 점에서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첫번째 프로젝트인 '휴매니멀Humanimal)'은 인간과 동물의 합성어로, 반인반수 또는 반신반수의 존재들을 표현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의 얼굴은 점토로, 동물의 몸은 천과 자수로 표현하여 조형적으로 더욱 풍부한 감정을 담았다. 이 조합은 인간성과 동물성의 경계를 탐색하면서, 존재의 정체성과 감정의 복잡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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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혹은 심장을 채집하는 목걸이


두 번째 프로젝트 '신화 속 상상동물들'은 『산해경』을 비롯한 고대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들을 주제로 한다. 작가는 이들 생명체를 천과 자수를 통해 구현했으며, 낯설지만 따뜻한 이미지를 가진 동물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감정의 교감을 유도한다. 용, 기린, 폐폐, 주, 만만 등의 이름을 지닌 존재들은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던 생명체들이 현대의 예술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세 번째 프로젝트 '몽룡'은 '신화 속 상상동물들'에서 파생된 확장 프로젝트로, 한국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용(몽룡), 기린(피마이), 구미호(미우), 해태(우앙), 불가살이(마구) 등 다섯 동물을 중심으로 캐릭터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외형을 갖고 있으며, 그림책,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으로 발전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단편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시제품으로 제작되었고, 2025년 베트남 다낭 국제 영화제의 K-Short Animation 섹션에 초청받아 상영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박제된 죽음'은 『산해경』 속 타위와 제어라는 신화적 동물을 모티브로, 인간의 소유욕과 그로 인해 초래된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점토로 섬세하게 표현된 얼굴은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며, 동물의 몸을 한 형상과 결합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손창은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고요함을 잃고 살고 있다. '조용한 괴물들'을 마주하며, 그 침묵 속에서 우리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한다.


향후 작가는 '몽룡' 프로젝트를 통해 캐릭터 산업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휴매니멀'을 파인아트의 영역에서 더 심화된 작품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낯설지만 다정한, 그리고 조용하지만 말이 많은 존재들과의 만남은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과 감정의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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