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미 이프 유 캔〉 리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포스터 /출처: 네이버영화
천재적인 사기꾼과 그를 쫓는 허술해 보이는 FBI.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까. 핸래티는 범인을 앞에 두고도 그의 “한발 늦었네요. 나는 비밀 요원입니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다. 공항에서는 결정적인 제보를 받고 많은 요원들을 동원하지만 엉뚱한 택시 기사를 범인으로 오인한다. 그 사이 프랭크는 유유히 조종사 행사를 하며 공항을 나간다. 프랭크의 천재적인 도주 능력을 보고 있으면 경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통쾌한 코미디 영화인데, 결말로 향할수록 숙연해진다. 핸래티를 놀리며 “나 좀 잡아 봐라.”라고 소리치는 어린 프랭크의 대사가 꼭 이 땅의 모든 어른에게 꼭 “나 좀 잡아주세요.”라고 애원하는 것만 같다.
파일럿 행세를 하며 공항을 빠져 나가는 프랭크 /출처: 네이버영화
프랭크는 왜 가짜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 그가 가짜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은 부모님의 이혼 이후이다. 프랭크는 아버지가 몰락해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을 때도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자신을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했을 때도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모른 척 넘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혼 서류를 들이밀며 “엄마냐 아빠냐 선택해”라고 묻는 변호사, 그리고 프랭크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빨리 선택해!”라고 말하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프랭크는 부서지고 만다. 자신의 비참한 모습이 견딜 수 없어서, 가출 청소년의 빈약한 경제력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서 꾸며낸 삶을 살기로 한다.
프랭크와 아버지. 프랭크의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을 이끌었으나 탈세 혐의가 드러나며 몰락한다. /출처: 네이버영화
그렇게 프랭크는 파일럿이 되고,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된다. 이제 파티를 열 만큼 친구도 많이 생기고,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 친구도 생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혼자다. 그의 주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그의 본래 모습이 아닌 그가 만들어낸 모습이었다. 그가 가출 소년인 것이 드러난다면 그는 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 프랭크의 주변에는 그의 진짜 삶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본래 모습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그를 쫓는 FBI 형사 핸래티 뿐이었다.
프랭크에게 총을 겨누는 핸래티. 프랭크는 능숙하게 자신을 비밀 요원이라고 속이고 현장을 빠져 나간다. /출처: 네이버영화
그래서였나. 프랭크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핸래티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의 정보를 흘린다. 자신이 곧 결혼한다, 지금 어느 호텔 어느 방에 있다는 것과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도. 이 장면은 마치 프랭크가 핸래티에게 “나 잡아 봐라” 아닌, “나 좀 잡아주세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프랭크는 핸래티가 가족의 품에서 행복했던 지난 날로 자신을 데려다주길 바랬을 것이다. 작중에서도 체포된 핸래티가 마지막으로 달려간 곳은 어머니의 집이었다. 물론 그곳에서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린 어머니를 보게 되었지만.
택시 기사를 프랭크로 오인한 핸래티 /출처: 네이버영화
핸래티는 낙심한 프랭크에게 진짜 삶을 선물한다. 비록 그는 허술하긴 했지만, 집요했다. 그 집요함으로 마침내 프랭크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낸다. 작중에서 그가 허술하게 그려진 이유도 프랭크의 인격적인 태도에 있지 않았을까? 덕분에 둘은 남다른 사이가 된다. 프랭크가 검거되는 장면에서 핸래티는 홀로 프랭크를 만나러 간다. 그는 거대한 위조 수표 기기 사이로 끝까지 도망치는 프랭크에게 “지금 밖에 나가면 프랑스 경찰들에게 죽으니까 그만 자수해라”고 한다. 어서 고국으로 돌아가 죄값을 치루고 떳떳하게 살아가자고 말한다.
정체가 들통나자 약혼녀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말하는 프랭크 /출처: 네이버영화
핸래티는 프랭크가 위조수표 감별사로 활동하도록 돕는다. /출처: 네이버영화
이후 프랭크는 12년형을 선고받지만 핸래티는 한 번 더 그에게 손을 내민다. 4년 동안 상부를 설득해서 그가 위조수표 감별사로 활동할 수 있게 돕는다. 이는 프랭크가 가졌던 수많은 직업 중 처음으로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되는 진짜 직업이었다. 위조수표 감별사가 된 프랭크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과 함께 그의 삶은 두둥실 날아오른다. 프랭크가 검거된 날은 캐롤이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였다. 프랭크의 삶으로 핸래티라는 산타가 찾아온다. 그리고 집요하게 프랭크의 마음 문을 두드린다. 바깥으로 나와보라고. 너의 진짜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노라고.
가정의 달 5월,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코미디 영화 - 〈캐치 미 이프 유 캔〉 < 영화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