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은 ‘작가’라는 호칭보다도 ‘국제아트페어의 선구자’ 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게 기억되는 인물이다. 그는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를 이끌며, 한국 미술계에 국제 아트페어의 개념을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외 미술 동향을 꿰뚫는 기획자로서 작가와 컬렉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미술 문화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앞장섰다. 현재는 (사)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 이사장으로서 미술품 유통과 가치 확산에 힘쓰고 있다.
환생, 2006, 캔버스에 유채, 65.1 × 90.9cm
아트비지니스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장사꾼’으로 단순히 평가할 수 없는 공익적 면모를 보여 왔다. 오히려 이러한 삶의 태도가 그를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미술인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이처럼 한국 미술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면서도 늦은 나이에 홍익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단지 경력을 위한 학위 취득이 아니다. 오랜 아트 비지니스 활동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예술을 가슴으로 이해하려는 진지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단지 관람자가 아닌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화상이라는 위치에서 사업성과 매출 지표를 우선시하던 시선에서 벗어나, 작가로서 작품과 교감하고자 한 그의 행보는 8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비어 있던 마음의 여백’을 캔버스로 채워 나간 과정이기도 했다.
환생,2008, 캔버스에 유채, 130.3 × 162.2cm
김영석이 화폭의 주요 모티프로 선택한 것은 바로 달항아리이다. 수많은 작가가 달항아리를 그리지만, 김영석의 접근은 조금 다르다. 그는 달항아리를 단순한 조형 대상으로 보지 않고, 관객과의 감성적 대화를 나누는 매개로 인식한다. 달항아리는 상감청자의 화려한 귀족성과는 거리가 멀다. 투박하지만 포용력 있는 형태는, 정월 대보름 달빛 아래 어머니가 빌던 소망, 추석 한가위에 올려진 감사의 마음, 그리고 어린 시절 제기차기나 연날리기, 윷놀이의 따뜻한 기억을 불러온다. 김영석에게 달항아리는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자리한 ‘정서의 그릇’이다.
그가 이 항아리에 담으려 한 것은, 작가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회한과 고뇌, 이해와 연민, 나아가 자기 성찰의 감정이다. 화려한 비취색 청자가 아닌, 소박한 달항아리에 자신의 마음을 담고자 했다는 점은, 그가 단순한 미술 장르로서가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예술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달항아리뿐 아니라, 포도, 와인병, 꽃, 소라, 과일 등을 모티프로 한 정물화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작가로서의 구상 표현 역량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자, '화상 출신 작가'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선 자질과 준비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로 읽힌다. 정물화는 간결한 수직과 수평 구도를 바탕으로, 루이 뷔세레(Louis Buisseret)의 섬세한 묘사와 폴 세잔(Paul Cézanne)의 구조적 화면 구성 사이 어딘가에서 작가의 진지한 탐구를 느끼게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사용한 시온 안료다. 온도 변화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이 안료는 카멜레온 섬유처럼 동일한 환경에서도 색감이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실험적 시도는 김영석이 기획자로서 보여주었던 창조적 기획력과 연결되며, 회화적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는 이를 통해 ‘환생 시리즈’라는 새로운 변신을 꾀한다. 이 시리즈는 그가 아트페어, 미술관 프로젝트, 감정협회 활동 등에서 겪은 다양한 삶의 경험과 정체성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반영한 작품군이다.
안과 밖, 2005, 캔버스에 유채, 130.3× 162.2cm
환생은 단순한 윤회를 넘어, 존재와 존재의 새로운 의미 부여이다. 그의 〈환생〉 시리즈는 세 가지 큰 줄기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는 〈달항아리〉, 두 번째는 〈정물화〉, 세 번째는 〈안과 밖〉 시리즈다. 〈안과 밖〉 시리즈는 음양의 조화, 인간관계의 내밀한 층위, 작가 내면의 소리를 단순한 도형을 통해 형상화한 작업으로, 복잡한 듯 단순한 삶의 진리를 꿰뚫고자 한다. 이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찰나에 불과한 삶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독도 꿈 2015, 캔버스에 유채, 시온안료 53× 40.9cm
독도-꿈, 2015, 캔버스에 유채, 97×130.9cm
또한, 그는 동쪽 끝 섬 ‘독도’를 모티프로 삼아 푸른 빛의 너울과 함께 작품을 펼쳐 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강렬한 코발트블루다. 바다의 깊이를 연상시키는 이 색은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어서 등장하는 삼각형의 피라미드 형상은, 완결된 형태의 상징으로서 작가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자 한 상징적 도형이다.
김영석의 예술은 단지 회화의 표현을 넘어,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실천적 언어다. 그는 아트비지니스의 선두 주자이자 기획자, 그리고 이제는 작가로서 자신만의 시선과 감성을 화폭에 담아가고 있다. 그가 이룬 성취와 여전히 이어가는 여정은 한국 미술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가 ‘영원한 미술인’으로 남아 우리 미술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강의실 밖 그림 이야기] 영원한 미술인 '김영석'의 작품세계 < 정병헌교수의 [강의실 밖 그림이야기]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