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애의 건축기행] 독일 K21 미술관 K21

by 데일리아트

"120년 된 의사당 건물을 리모델링한 현대미술관"
- 건축가: 율리우스 라쉬도르프 카이슬러+파트너(Kiessler+Partner) 확장
- 주소: Ständehausstraße 1, 40217 Düsseldorf, Germany
- 홈페이지: www.kunstsammlung.de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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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메디언 하펜의 전경 (사진 고영애)

독일 북서부에 자리한 뒤셀도르프는 독일 최대의 광역도시권인 라인-루르 지방의 중심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주도가 되면서 경제 금융 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 최근엔 방송, 전자통신, 광고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다양한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뒤셀도르프는 베를린을 비롯해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과 함께 독일의 매직 도시(Magic city)로 선정되면서 패션을 리드하고 있다. 매직 도시란 독일관광위원회가 선정한 11개 도시를 의미하고, 선정된 도시를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곳 뒤셀도르프는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가 유명하다. 이 아카데미는 뒤셀도르프 문화예술의 산실로 조셉 보이스와 백남준, 베허 부부가 재직한 학교로 유명하다. 이 학교 출신으로는 세계 사진계를 이끌고 있는 유명 사진작가인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칸디다 훼퍼, 토마스 루프, 제프 월, 토마스 스트루스 등이 있다. 이 작가들 대부분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으며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회도 열렸다.

뒤셀도르프의 가장 핫한 지역인 메디언 하펜에는 멋진 현대건축물을 비롯해 독특한 카페들과 디자인 숍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뒤셀도르프 특구 지역인 메디언 하펜은 석탄 저장 창고들이 밀집해 있던 평범한 항구를 현대적 도시 모습으로 발전시킨 미디어 항구다.

라인 강변을 따라 들어선 메디언 하펜에는 포스트모던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선두로 데이비드 치퍼필드, 스티븐 홀, 윌리엄 알솝 등 유명 건축가의 빌딩과 그 주변에 들어선 독특한 레스토랑, 카페, 디자인 숍들을 기웃거리는 재미는 미술품 감상과 비견될만했다. 또한 다양한 현대건축물과 나란히 당당하게 서 있는 녹슨 크레인과 잘 보존된 오래된 가스등은 옛 항구도시였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주었고, 동시에 옛 유물을 조각으로 승화시켜 아름다운 조형물로써의 기능을 충분히 담당했다. 산업화의 상징이기도 한 크레인을 라인 강변에 드문드문 세워놓은 아이디어는 가히 매직 도시로 선정되기에 충분했고. 그 어떤 현대조각보다도 참신하고 멋있었다. 과거의 역사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뒤셀도르프 시의 문화 정책이 내심 부러웠고 그들의 역사 보존 의식과 예술적 감각에 감탄이 절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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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바라본 프랑크 게리의 노이어 촐호프 (사진 고영애)

라인 강변을 따라 저마다 개성 있는 건축들을 프레임에 담아보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축은 역시 프랭크 게리의 디자인 빌딩으로 회반죽, 금속, 벽돌 등 각각 다른 물성의 재료를 사용한 3개의 건축물인 노이어 촐호프(Neuer Zollhof)였다. 노이어 촐호프는 복합 빌딩으로 메디언 하펜의 랜드마크다. 매번 새로운 건축물을 선보이며 세간의 이목을 끈 프랭크 게리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외할아버지의 철물점에서 금속성 재료들과 친숙했던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으리라. 노이어 촐호프의 독특한 디자인과 금속 재료의 절묘한 조화로 빚어낸 빛의 마력은 아름다운 석양의 절정을 이뤘다. 그 건축은 마치 춤을 추듯 요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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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1의 정면, 옛 의사당 건물 (사진 고영애)

120년 된 의사당 건물을 리모델링한 현대미술관 K21은 외부에서는 전혀 현대미술관 분위기를 읽을 수 없어 한동안 입구를 찾지 못해 방황했다. 오래된 연못과 주변의 무성한 나무들에 가려진 K21은 현대미술관이라는 선입견과는 사뭇 달랐다. 고풍스런 건축물은 의외였고 아치형의 긴 복도는 고딕 성당의 회랑을 걷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화이트 톤의 모던한 내부 공간과 천정의 유리 돔, 누드 엘리베이터, 하얀 벽에 길게 늘여뜨려진 독특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현대미술관 공간임을 실감했다.

미술관을 돌아본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이 건물은 1988년까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의사당으로 사용되었고, 의사당 이전으로 14년 동안 방치해두었다 2002년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재개관하였다. 원래 주 의사당 건물은 베를린 대성당 설계로 유명했던 독일 출신의 건축가 율리우스 라쉬도르프에 의해 1876~1880년에 설계됐다. 2002년 당시 120년의 세월을 보냈던 이 건물은 리모델링되었고 독일어로 '예술'이라는 뜻의 '쿤스트(Kunst)' 첫 글 자 ‘K’와 21세기를 뜻하는 숫자 ‘21’을 합한 ‘21세기 현대미술관’으로 재탄생되었다. 120여 년의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건물들이 리모델링되어, 동시대 현대미술관으로 재개관된 미술관이 어찌 K21뿐일까만은 고풍스런 외관과 걸맞지 않는 뜻밖의 현대미술 작품들로 채워진 반전의 전시 기획은 기대 이상으로 획기적이어서 뇌리에 오랫동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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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의사당 건물의 회랑을 리모델링한 K21의 전시 공간 (사진 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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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통해 꼭대기로 올라가는 K21의 내부 전경 (사진 고영애)

뒤셀도르프를 대표한 고풍스런 스타일의 옛 의사당은 3년에 걸쳐 뮌헨 건축가 카이슬러+파트너에 의해 리모델링되었다. 옛 의사당 건물의 벽면과 회랑은 그대로 보존하였고 기존의 내부 시설들만 제거되었다. 역사적인 고전 양식의 계단은 살려두어 3층 전시장까지 이르도록 유지되었다. 건물 구조는 중앙 홀과 회랑을 포함한 4개의 날개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하의 특별전을 기획하는 전시 공간과 위 3층까지 합쳐 26개의 방으로 구성된 총 5300제곱미터의 전시 면적을 갖추고 있는 기대 이상의 큰 미술관이었다. 내부에 새롭게 확장된 공간은 주로 미디어, 필름, 비디오 등을 전시하는 컨템퍼러리 아트를 위한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고전 양식의 아름다운 돔은 내부 공간에 그 형태를 그대로 살렸고 반짝거리는 유리 지붕으로만 바꾸었다. 비좁은 유리 돔의 꼭대기 공간을 멋진 조각공원으로 이용한 건축가의 감성에 매료되었다. 유리 돔으로 리모델링된 천정은 고전 양식의 막힌 천정을 뚫어 오로지 1919장의 유리로만 효과를 누렸다.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임으로 조명 효과를 노렸고 동시에 뚫린 공간처럼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도록 착시효과를 주었다.

옥상 조각공원에 놓여 있는 작품 중 토마스 쉬테의 인물 조각 <거대한 유령>은 마치 미술관을 지키는 파수꾼 같았다. 토마스 쉬테는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의 작가에게 주어지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독일 조각가다. 유리 돔 사이로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뒤셀도르프 시가지의 스카이라인에 걸친 정경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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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TV 정원' (사진 고영애)

K21의 컬렉션은 백남준의 <TV 정원>을 비롯해 크리스티앙 볼탄스키, 폴 매카시, 토마스 루프 등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작품과 뒤셀도르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하여 1980년대 초기 작품 위주로 되어 있었다. 백남준의 설치 작품 <TV 정원>은 120개의 TV 모니터를 초록 숲속에 두어 흡사 정원의 나무들이 움직이는 듯한 현란한 작품이다. 모니터에서 28분 동안 흘러나오는 음악과 춤은 원시림으로 들어온 착각에 빠져들게 하였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활동했던 백남준은 조셉 보이스와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고, 백남준 작품은 독일의 유명 미술관 곳곳에 소장되어 있다. <TV 정원> 시리즈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파리 퐁피두센터 등 여러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되기도 했던 대표작으로, 우리나라 백남준아트센터에도 <TV 정원>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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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1의 바 '카이저타이히' (사진 고영애)

K21은 뛰어난 작가 선정의 기획 전시를 열어 미술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술관 로비를 지나면 코너에 바 ‘카이저타이히(Kaiserteich, 황제의 연못)’가 있다. 미술관 뒤편에 마치 늪지와도 같은 우거진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옛부터 황제의 연못이라 불렀고 그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었다. 미술관 바의 유난히 높은 천정이 인상적이었다. 오렌지색과 붉은 브라운색의 화려한 도트 무늬로 이루어진 벽 장식과 초록색 유리로 길게 늘여진 샹들리에로 꾸며진 바는 쿠바 출신의 조지 파르도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약간 혼란스럽지만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젊고 세련된 바텐더가 자연스레 포즈를 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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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1 미술관 옆 놀이터 (사진 고영애)

K21의 쿠바 출신이 디자인한 바에서 마시고 싶었던 모히토를 다음으로 기약하고 K20을 향해 서둘렀다. 밖으로 나오니 미술관으로 들어갈 땐 보지 못했던 조그마한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에 세워진 미끄럼틀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된 미끄럼틀 기둥 끝 모서리에는 삼각형의 메탈 소재를 씌워놓았고, 미끄럼틀 한 부분을 메탈로 감싸놓았다. 조그만 효과가 빚어낸 멋진 디자인이었다. 이런 놀이터 공간에서 자란 독일 어린이와 플라스틱 미끄럼틀로 꾸며진 놀이터에서 자라나는 한국 어린이가 비교되었다. 차세대의 우리 어린이들은 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나길 기대해본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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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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