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 전시 포스터 /제공: 고은사진미술관
도시는 언제나 사진가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피사체 중 하나였다. 현실의 구조물에서 상상의 지형까지 도시 풍경은 기억과 시간, 욕망이 중첩되는 공간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오는 8월 8일까지 독일 사진가 요제프 슐츠와 이탈리아 사진가 파올로 벤투라의 2인전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를 개최한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시선과 기술로 도시를 해석하고 재구성해 실재와 환상을 교차시킨다. 전시의 제목은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에서 착안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두 도시'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다. 두 작가가 각각 도시를 바라보는 두 개의 태도이자, 서로 교차하면서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미적 접근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건축적 형태의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한 슐츠의 산업적 도시 풍경과, 연극적인 상상력으로 허구의 도시를 직조해낸 벤투라의 서사적 작업을 통해 ‘도시를 보는 법’에 대한 다층적 해석을 제안한다. 전시 제목은 찰스 디킨스의 고전에서 차용했지만, 이 두 사진가는 단순히 두 도시가 아닌 ‘두 개의 시각적 태도’를 병치시킨다.
요세프 슐츠, 형태 26(Form 26), 2009, 120x164cm ⓒ Josef Schulz
현실을 덜어낸 공간, 요제프 슐츠
요제프 슐츠는 익숙한 산업 구조물을 마주하지만, 이를 카메라와 디지털 도구를 통해 철저히 비워낸다. 간판도, 창문도, 시간의 흔적도 사라진 풍경은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비현실적이다. ‘형태(Formen)’와 ‘사실적인(Sachliches)’ 시리즈에서 그는 기존 장소성이 지워진 건축물들을 통해 사진의 기록성과 회화의 구성성이 만나는 경계를 실험한다.
요세프 슐츠, 벽돌(Ziegel), 2003, 100x130cm ⓒ Josef Schulz
슐츠의 작업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신뢰를 기반으로 출발하지만, 사진 속 이미지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 도시를 그려낸다. 그가 만들어낸 익명의 공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각적 기억의 빈틈을 떠올리게 하며, 기능적 도시가 지닌 감정의 층위를 조용히 드러낸다.
파올로 벤투라, Milano4_08, 120x160cm. ⓒ Paolo Ventura
상상의 무대 위, 파올로 벤투라
파올로 벤투라의 도시는 연극적이고 회화적이다. 그는 직접 만든 미니어처 세트, 드로잉, 회화와 사진을 넘나들며 도시를 무대로 재구성한다. 현실의 밀라노를 배경으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점차 허구의 인물, 과거의 전쟁, 클라운의 이미지가 섞인 내러티브로 확장되며,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파올로 벤투라, NUOVIacrobati2Dic, 154,5x118,5cm. ⓒ Paolo Ventura
‘밀라노: 추상적 투영(Milano: Proiezioni Astratte)’ 시리즈에서는 촬영한 도시 풍경 위에 직접 페인팅을 더함으로써, 실제의 도시는 환상의 무대로 변환된다. 그는 “사진 위에 붓질을 하면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 정적의 무대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벤투라의 도시는 현실의 레퍼런스를 지니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꿈처럼, 잃어버린 과거를 소환하는 하나의 기억의 풍경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2인전 이상의 맥락을 지닌다. 요제프 슐츠가 ‘비워냄’으로써 구축한 익명의 도시와, 파올로 벤투라가 ‘채워냄’으로 빚어낸 상상의 도시는 서로 닮은 듯 다르다. 전혀 다른 기법과 시선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는 모두 ‘존재하지 않는 도시의 초상’을 그린다. 이들이 만들어낸 도시는 때로는 정지된 무대처럼, 혹은 오래된 꿈처럼 관람자의 상상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만나는 《두 도시 이야기》는 건축과 도시,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사진이라는 매체 위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조형화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두 도시를 그리다 - 사진작가 슐츠와 벤투라 2인전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