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몰랐던 Old Pop ③] 'Holiday',

by 데일리아트

비지스가 남긴 몽환의 선율, 지강헌이 택한 마지막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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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이미지 /출처: discogs

1967년 봄, 비지스(Bee Gees)는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 녹음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엔 당시 한 편의 영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쟁터로 끌려가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Lord Kitchener’s Little Drummer Boys>. 아프리카 로케이션 촬영까지 마친 이 프로젝트는 총 150만 파운드가 투입된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맏형 배리 깁(Barry Gibb)은 끝내 영화에서 손을 뗀다. 그는 "비틀즈(The Beatles)의 <Help!>처럼 희화화될 수 있다”며, 상업적 성공보다 음악적 진정성을 택했다. 실제로 비틀즈의 <Help!>는 본래 내면의 불안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었지만, 영화화되며 가벼운 모험극으로 소비된 바 있다. 배리는 그와 같은 길을 원치 않았다.

그 무렵, 비지스의 손에서 조용히 태어난 곡이 바로 <Holiday>였다. 이 곡은 바흐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구조에,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팝의 감성이 더해졌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진 사운드는, 현실과 야망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들의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잠시라도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욕망, 방향을 잃은 공허함. 그 감정들이 곡 전체에 쓸쓸한 기류로 번져 있다.

한국에서 이 곡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억된다.

1980년대 후반,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의 잔재와 시장경제 과도기 속에서 불평등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빠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은 극소수에게만 집중됐다. 가난은 죄처럼 여겨졌고, ‘돈 없는 자’의 삶은 제 목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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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이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대립하고 있다. / 출처: 한국일보

1988년 10월 16일,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지강헌 인질극 사건’이 벌어진다. 교도소 이감 도중 탈주한 지강헌 등 4인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다. 사건은 8일간 이어졌고, 대치는 생중계로 방송됐다. 마지막 순간, 그는 경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긴다. 이후 이 외침은 한국 사회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날, 지강헌은 경찰에 한 곡을 틀어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선택한 곡이 바로 비지스의 <Holiday>였다.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마주한 그가, 마지막 순간에 ‘Holiday’라는 단어를 찾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달콤한 휴식을 뜻하는 이 단어는, 그에겐 절박한 탈출구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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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배리 깁, 로빈 깁, 모리스 깁

비지스가 〈Holiday〉를 발표했던 1967년은 음악이 상업성과 진정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대였다. 그들이 선택한 조용한 사운드와 클래식한 구성이 주는 쓸쓸한 감정은, 곡이 만들어진 배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리고 20년 뒤, 한국 사회의 어두운 장면에서 이 노래는 다시 울려 퍼졌다. 지강헌이 마지막으로 들려달라고 한 이 노래는, 누군가에겐 단순한 휴식이 아닌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었음을 보여준다.

<Holiday>는 듣는 이의 삶의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겐 잠시 멈추는 여유이자, 누군가에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탈출구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이름과는 다르게 쓸쓸한 위로로 남는다.

노래 감상

가사 전문

Ooh you're a holiday, such a holiday

오, 너는 휴일 같아. 정말 멋진 휴일 같은 사람이야.

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

그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꼭두각시 같은 나라도 널 웃게 할 수 있다면 말야.

If not then you're throwing stones

그렇지 않다면, 넌 그냥 돌을 던지고 있는 거야.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그저 돌을 던지고, 또 던지는 거지.

Ooh it's a funny game

오, 이건 정말 이상한 게임 같아.

Don't believe that it's all the same

모든 게 똑같다고는 믿지 않아.

Can't think what I've just said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

Put the soft pillow on my head

부드러운 베개를 머리맡에 대고 눕고 싶어.

Millions of eyes can see

수많은 눈이 세상을 보고 있는데,

Yet why am I so blind

왜 나는 이렇게 눈이 먼 걸까?

When the someone else is me

그 누군가가 바로 나 자신일 때조차도.

It's unkind, it's unkind

그건 잔인해. 너무 잔인한 일이야.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Ooh you're a holiday, ev'ry day, such a holiday

오, 넌 매일이 휴일 같은 존재야. 정말 특별한 사람이야.

Now it's my turn to say, and I say you're a holiday

이제 내가 말할 차례야. 넌 정말 나의 휴일이야.

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

그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내가 웃게 만들 수 있다면,

If not then you're throwing stones

그렇지 않다면, 넌 또다시 돌을 던지고 있는 거야.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돌을 던지고, 또 던지는 거지.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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