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로소이다’를 출간한 본지 칼럼니스트, 김용덕

by 데일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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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본지 칼럼니스트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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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번에 출간된 '나는 신이로소이다' 책 표지

- 이번에 〈나는 신이로소이다〉 책을 출간하셨는데 축하드린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출간한 책에 대한 소개도 함께 부탁드린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용덕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나는 신이로소이다>는 동양 문화 속 여러 신의 이미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엮어 정리한 책입니다.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사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곁을 지켜주는 위대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이렇게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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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전등사 대웅보전 귀공포 야차상, 조선 1621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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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운룡도, 조선후기. ⓒ국립중앙박물관

- 전작인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상상동물을, 이번 책에서는 신적 존재들을 소개했다. 미술사에 여러 가지 분야가 있을 텐데 특이할 수도 있는 이런 환상 속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신라 천 년 수도인 경주에서 문화유산을 공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은사이신 정병모 교수님에게는 민화를, 오세덕 교수님에게는 석조미술과 불교건축을 배웠습니다. 물론, 다른 분야이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곳곳에 여러 환상 속 존재가 표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민화에는 행복의 아이콘인 환상동물이 가득하고, 법당 처마와 불탑 곳곳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술사 분야에서 특정 이미지를 연구하는 분야를 ‘도상학(圖像學)’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경주라는 지역적 특성과 두 은사님의 영향 덕분에 현재까지 도상학을 연구하는 것 같습니다.

- 이 분야에 관한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인가? 다른 동양권과 비교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답 : 흔히 종교미술 속 신적 도상에 관한 연구는 중국과 일본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학계가 이 분야의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상에 관한 연구는 1960년대 석굴암을 비롯한 불교미술을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수한 선학들의 연구 성과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고, 이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무엇을 중점적으로 지도하는가?

현재 웹소설 전공 소속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신화와 캐릭터 분석’이라는 1학년 전공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힙불교’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그만큼 MZ세대들이 불교를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것이죠. 이를 대변하는 것이 웹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 등 문화콘텐츠 분야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문화콘텐츠 속 주인공이 서양 신화였다면 지금은 동양과 한국을 중심으로 재창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학생들에게 동양 신화 속 흥미로운 스토리를 알려주면서 좀 더 신선한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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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 지조암 칠성전 벽화 중 수성노인, 조선후기. ⓒ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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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수성노인도, 조선후기 ⓒ국립중앙박물관

-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신을 고르라면? 그 이유는?

저는 무엇이든지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실천하지 못한다는 게 저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금강역사(金剛力士)’를 가장 좋아합니다. 긴 시간 동안 소중한 부처님을 지키며 제자리를 지키는 한결같은 마음과 그 꾸준함을 본받고 싶기에 사찰에 방문하면 금강역사를 제일 먼저 찾곤 합니다.

- 책에서 지옥의 재판관 시왕을 자비의 존재라고 한 표현이 재미있다. 또한 미술 속에 나타나는 존재가 인간 이상의 신이라고 했다. 이런 존재가 지금 현시대에 등장한다면, 어떤 신이 등장해서 무엇을 하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혼란에 빠진 나라를 수습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 마음속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신은 이 책에 소개된 ‘수성노인(壽星老人)’이 대표 사례입니다. ‘남극성(南極星)’에서 탄생한 수성노인은 인간의 수명을 주관하는 능력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칭송받았고, 뾰족한 정수리와 땅딸막한 몸집 등은 늘 익살스럽게 표현됩니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웃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웃음의 아이콘인 수성노인이 현대사회에 등장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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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금강역사상, 신라 634년경 ⓒ 김용덕

그래서 저는 ‘금강역사(金剛力士)’를 가장 좋아합니다. 긴 시간 동안 소중한 부처님을 지키며 제자리를 지키는 한결같은 마음과 그 꾸준함을 본받고 싶기에 사찰에 방문하면 금강역사를 제일 먼저 찾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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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캐릭터로 재해석된 가루다' ⓒ 배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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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신중도의 가루라', 조선후기 ⓒ국립중앙박물관

- 책 중간중간 신의 이미지를 웹툰 스타일로 해석한 점이 재미있다. 다른 인문서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인데 어떤 의도로 기획하게 되었나? 또한, 책에 등장하는 신 외에 이미지화하고 현대문화에 아이콘 재창출하면 좋을 것 같은 존재는 무엇인가?

이번 책은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습니다. 이에 기존 문화유산 도서와 달리 캐주얼한 콘셉트는 어떨지 고민하던 중 ‘고마운 만화가’의 대표님이자 활발하게 작품 활동 중인 배서우 작가님께서 왜곡되지 않으면서 트렌드한 캐릭터를 제작하여 주셨습니다. 다행히 독자님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격을 지닌 도서를 몇 편 더 기획하고 싶은데 대표적으로 전작인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사전> 속 상상동물을 재해석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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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석굴암 제석천상, 통일신라 ⓒ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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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제우스상, 로마 1세기 ⓒ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 신은 인간의 염원으로 탄생한 존재이다. 동서양에서 같은 성격을 지닌 신이 있는가?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신들과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가? 비교해서 설명 부탁드린다.

신은 ‘애니미즘(Animism)’과 ‘토테미즘(Totemism)’ 등 원시신앙을 기반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에 기상현상이나 동식물 등 자연과 관련된 신이 동서양 문화에 중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번개의 신인 ‘제우스(Zeus)’가 있다면 북유럽에는 ‘토르(Thor)’가, 불교에는 ‘제석천(帝釋天)’이, 도교에는 ‘뇌신(雷神)’이 있죠. 이처럼, 동서를 막론하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 의해 신이 탄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썼나?

이 책은 매우 다양한 분들을 위한 인문서입니다. 역사에 대해 살펴본다면 청소년들의 교양 도서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도상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면 불화와 민화 등 전통미술 작가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책에 실린 여러 스토리와 이미지는 웹소설, 웹툰,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창작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평소 우리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대중까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절한 인문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차후 다른 책을 집필할 생각이 있는지?

현재 민화 도서와 함께 창작자를 위한 요괴 백과사전,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도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 한 권을 집필하는데 짧으면 1년, 길면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기본적인 문화유산 답사부터 해외 자료 조사, 관련 연구 성과까지 살펴볼 사항이 여간 많은 게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늘 고민하지만, 대중들이 제 도서로 우리 전통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면 집필은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 “미술은 곧 역사를 표방하는 매개체”라는 자신의 모토처럼 미술을 단순한 시각자료가 아니라, 한 시대의 사고와 정서를 담은 역사적 기록으로 바라보며 내면의 문화와 철학을 탐구한다고 할 때, 과거에 이런 신적인 존재가 필요하고 존재했다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물론입니다. 예로부터 사찰부터 왕실, 민속까지 곳곳에는 수많은 신들이 머물고 있었으며 이들을 우리 곁을 지켜주기도, 교훈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한결같이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가 바로 신인 것이죠. 그리고 이 부분은 현재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변한 존재는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막상 이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신앙의 중요성은 희미해지고, 각박한 현대사회에 맞추어 살다 보니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한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긴 무관심 속에서도 신들은 지금도 우리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가 이들을 지켜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전통문화 속 신들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발전시킨다면 우리 문화와 정체성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 교수님의 데일리아트 명 칼럼 '미술 속 동물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게 한 말씀할 말씀은 없는가?

우리 문화 곳곳에 표현되는 동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행복을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는가 하면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에 미술 속 동물 이야기 하나 하나를 예로부터 이상적인 삶을 제시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하시면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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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태종무열왕릉비 귀부, 신라 661년경 ⓒ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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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문인 정언심 석관에 새겨진 현무, 고려 1146년 ⓒ 국립중앙박물관

- 교수님이 사랑하는 동물은? 왜 그런지? 그리고 그런 동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

사실 다양한 동물이 있지만 제가 가장 애정하는 친구는 아마 거북이 아닐까 합니다. 미술사에 처음 입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유산이 경주 태종무열왕릉비의 귀부와 고구려 강서대묘 사신도였습니다. 이에 석사학위 논문을 고분벽화 사신도의 현무로 발표하였고, 이를 발판삼아 문화유산 속 동물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거북이라 하면 단순히 장수의 상징, 느릿한 동물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여유로운 친구에게는 굉장히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답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사찰부터 궁궐, 왕릉 등 수많은 문화유적에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곳엔 십중팔구 거북이 꿋꿋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거북의 역할이랍니다.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미술 속 동물 이야기 거북편을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신이로소이다’를 출간한 본지 칼럼니스트, 김용덕 교수 < 인터뷰 < 뉴스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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