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울리는 도시 서사 이야기

by 데일리아트

6. 4. - 7. 12. 두산아트센터 2025년 인문극장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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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ing Saga 전시 포스터 /출처: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는 2025년 인문극장 기획전으로 《Ringing  Saga》를 개최한다. 전시는 서울의 오래된 구도심이자 도시 변화의 중심축인 종로에서 출발한다. 일상 속 풍경과 사적 기억, 도시의 구조적 시스템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감각과 이야기를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Ringing’은 울림이나 진동의 상태를, ‘Saga’는 장대한 서사나 모험담을 뜻한다. 이 두 단어를 결합하면, 거대 도시 서울의 중심 종로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삶의 파장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는 뜻이다. 종로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지만, 결코 완전히 익숙하지도 않다. 관광지와 재래시장, 행정기관과 아파트 단지, 종교시설과 노점이 뒤섞여 산업과 정서, 공공성과 사적인 경험이 공존하는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Ringing  Saga》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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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ing Saga 전시 전경 /출처: 두산아트센터

전시에는 구동희, 김보경, 안진선, 이유성, 홍이현숙 등 5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도시의 관찰자이자 탐험가로서 종로에 축적된 다층적 시간과 기억, 감정의 단면을 작품으로 구현한다. 각자의 시선으로 길 위의 사물과 건축, 신체와 정보, 기억의 파편들을 수집해 새로운 장면으로 엮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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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선, 입구 혹은 가림막, 2025

안진선은 종로의 철거 현장, 재건축 중인 건물, 버려진 가구와 자재 등 ‘도시의 생애주기’가 드러나는 장면에 주목한다. 신작 〈책장〉, 〈서랍장〉, 〈매트리스〉는 거리 위 오브제를 전시장 안으로 옮겨옴으로써, ‘기억의 잔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공백’이 겹쳐는 도시의 얼굴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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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성, (앞) 바그다드, (뒤) 존재 교환소, 2025 /출처: 두산아트센터

이유성은 과거의 공간과 기억, 상징을 접합해 이질적이면서도 강한 감각적 밀도를 지닌 조각을 선보인다. 브론즈와 우레탄, 비닐과 황동 등 각기 다른 재료를 결합한 신작 〈바그다드〉, 〈존재 교환소〉는 종로의 풍경을 떠도는 비가시적 감정과 에너지를 포착하며, 장소와 기억, 그리고 감정의 물성을 사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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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무늬 궤적—광석, 풀꽃 넝쿨, 지워지는 줄기, 어제의 줄기, 땅 밑에서부터 사방으로 휘휘, 2025 /출처: 두산아트센터

김보경은 피맛길에서 발굴된 도자기 파편을 단초로 작업했다. 분청사기와 청화백자의 물질 문화사, 교역의 흔적, 문양의 역사 등을 디지털 콜라주로 재구성한 대작 〈당초문 군락〉을 통해 종로가 품고 있는 다층적인 시간의 결을 탐색한다. 또 다른 작업인 모빌 형식의 〈무늬 궤적〉 시리즈는 시간과 기억, 존재의 흔적이 어떻게 서로를 교차하며 연결되는지를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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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현숙, (좌) 손 팻말 시위(피케팅), (우) 광화문 정물, 2016, 2011 /출처: 두산아트센터

홍이현숙은 〈광화문 정물〉과 〈손 팻말 시위(피케팅)〉를 통해 도시 공간을 무대로 신체, 사회, 정치 간의 관계성을 드러낸다. 그는 국가 재난 피해자, 발언권이 적은 소시민, 여성과 소수자 등 '나와 내 주변'을 대변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일상적 장소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내며 광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공공성과 사회적 관계성 간의 중첩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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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희, 타불라 라사, 2023-2025

구동희는 도시를 배회하며 접하게 되는 실종자 알림 메시지를 모티프로, 도시 정보 시스템의 허구성과 익명성을 다룬 작업 〈타불라 라사〉를 선보인다. AI 이미지 생성기를 활용한 이 작업은 정교한 정보에 기반했지만 실체를 형상화하지 못하는 도시 시스템의 허상을 드러내며, 빅데이터가 구축하는 ‘누구도 아닌’ 이미지의 익명성과 공백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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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ing Saga 전시 전경 /출처: 두산아트센터

《Ringing  Saga》는 이렇듯 현실의 구체적인 풍경과 감각에서 출발하지만, 그 시공간을 유영하고 탈주하는 다섯 명의 시선을 따라가는 전시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어느새 도시라는 공간의 다층적 얼굴과 조우하게 된다. 관객은 전시장을 나선 뒤 종로의 거리에서 다시 마주칠 익숙한 사물과 장면을 다르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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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ing Saga 전시 전경 /출처: 두산아트센터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는 공간, 종로. 이 전시는 종로라는 장소를 다시 걷고, 기억하며, 해석하는 경험을 통해 도시가 품은 일상의 서사와 그 속에서 우리가 나누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Ringing  Saga》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작은 모험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서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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