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이 영화는 주요섭의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원작으로, 1961년 신상옥 감독에 의해 제작된 문예영화다. 시나리오를 쓴 임희재 작가가 원작 제목에 '방'자를 붙여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영화의 제목을 고쳤다.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 받아 일본과 베니스 영화제,아카데미 영화제에 소개되었다. 아태영화제에서 최우수극영화작품상을 받았고, 우리나라 100대 영화에 선정될 정도로 지금도 많이 회자되는 영화다.
옥희역으로 나온 전영선 아역배우 /출처: 영화 스틸 컷
영화는 옥희라는 6살짜리 아이의 눈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23세에 홀로된 엄마(최은희 분)와 아버지가 기거하던 사랑방에 하숙인으로 들어온 한 선생(김진규 분)다. 영화는 밀고 당기는 연정의 심리를 탄탄하게 묘사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보면 이런 유의 사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23세에 홀로된 과부와 노총각이 한집안에서 산다면, 분명히 사고가 날 만하다. 엄마는 23세인데 딸은 6세라니, 그럼 17살에 낳았단 말인가. 지금 수준으로 말하면 피가 펄펄 끓는 '고딩 엄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도리어 이상할 노릇이다. 영화에도 뭔 일이 나긴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60여 년 전, 여필종부(女必從夫), 한 여자는 한남자만 섬겨야 한다는 유교적 윤리가 팽배했던 시절 아닌가. 아무리 누르려해도 맘 속의 불덩어리는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도 부풀어 올랐다. 맘 속의 연정이 억눌린 시대를 뚫고 올라올 것만 같다. 지금 시대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시대 아닌가. 어떤 감정의 결도 숨기지 않는 시대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욕망을 모두 드러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애처롭다 못해 오히려 숭고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주요섭이 발표한 원작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영화가 상영하기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1935년이다.
1930년대에는 젊은 과부의 재가는 사회적 시선으로 용납되지 않던 시대였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는 시대의 시선에서 조금씩 이완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옥희 엄마와 사랑방 손님의 연정을 관객들은 응원하며 감상한다. 그러나 시대에 이런 모습을 주변에서 봤다면 무척 곱지 않게 봤을 것이다. 시대적 시선은 두 사람의 맺어짐을 용납 못한다. 원작과 다르게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대신하여 맺어지는 한 쌍이 등장한다. 극 중 가정부 역할을 한 과부 성환댁(도금봉 분)과 옥희네 집에 계란을 공급하는 홀애비(김희갑 분)이다. 두 사람의 감초 역할이 극의 긴장을 이완시킨다. 원작이 쓰였던 1930년대와 30년이 흐른 1960년대에 시대적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극의 재미는 두 사람의 끊어질 듯하며 이어지는 아슬아슬한 감정의 경계가 옥희라는 동심을 통해서 그려지는 풍경이다. 우리가 국어 시간에 배운 '일인칭 관찰자 시점'인 옥희의 시선을 따라가며 관객들은 웃고 운다. 그런데 옥희의 눈은 '전지적 시점'은 아니다. 두 사람도, 영화를 보는 관객도 다 이해하고 알 수 있는 대목을 6살 옥희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객은 나래이터 옥희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 옥희는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지만, 영화에서는 옥희의 판단이 자주 틀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으로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는데, 옥희는 엄마가 화가 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엇나가는 옥희의 시선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아주 훌륭한 중심축이다.
엄마와 옥희 /출처: 영화 스틸 컷
문과 벽으로 이동하며 어린아이 글씨체로 쓴 오프닝 크레딧이 이채롭다 /출처: 영화 스틸 컷
영화는 지금 보아도 무척 세련미가 넘친다. 1962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9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일본 측 심사위원은 이 작품에 대해 “신상옥 감독의 아르티장(장인)적 솜씨의 격조 있는 작품”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오프닝 크레딧에서 배우 이름을 벽돌 담벼락에 어린아이의 낙서체로 그려지는 장면도 새로운 도전이다. 동심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감독 신상옥의 선언이다. 극에 등장하는 쇼팽의 피아노 선율은 극에 세련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최은희의 마음을 대변한다.
피아노 치는 엄마, 한복과 피아노가 매우 조화롭다. /출처: 영화 스틸 컷
원작에서는 풍금으로, 극에서는 피아노가 등장한다. 한복을 곱게 입고 피아노를 치는 최은희,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클래식 음악과 한복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청승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 감독 신상옥의 장인정신에 힘입어 자연스럽다. 거장답다.
여기서 옥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전영선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화제가 됐다. 지금도 코미디에서 옥희의 목소리가 자주 리메이크되는 것을 보면 당시 옥희가 얼마나 화제가 되었는지 가늠하게 된다.
줄거리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23세에 과부와 노총각 미술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다. 엄마의 남편, 옥희의 아버지는 옥희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죽었다. 아버지가 죽어 빈방에 아버지와 친구지간이었던 노총각, '한 선생'이 하숙을 하기 위해 들어온다. 아버지가 없는 옥희는 한 선생에게서 아버지와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옥희는 엄마와 사랑방을 오가며 사랑의 메신저 노릇을 한다.
선생님이 옥희에게 삶은 계란을 준다. /출처: 영화 스틸 컷
사랑방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은 '삶은 계란'이다. 영화에서는 원작에 없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계란장수 아저씨(김희갑 분)과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성환 댁(도금봉 분)의 연애담이다. 두 사람은 사랑으로 결실을 보지만 결국 도금봉의 임신은 엄마와 사랑방 손님을 갈라놓게 하는 요인이다.
계란장수와 성환 댁은 영화의 감초다. /출처: 영화 스틸 컷
엄마가 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옥희는 유치원에서 꽃을 가져와 엄마에게 전해주며 꽃을 사랑아저씨가 준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옥희 엄마의 말수는 없어지고 화를 내지만, 화장대에 있던 남편 사진을 치우고 꽃을 올려놓는다. 엄마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에 답례라도 하듯이 남편이 죽은 뒤 전혀 손도 대지 않았던 피아노 앞에 앉아 쇼팽의 곡을 친다. 곡의 선율에 따라 사랑방 선생님의 마음에도 깊은 연정이 돋아난다. 꽃이 시들자 엄마는 꽃잎을 자신의 찬송가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썸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랑방 아저씨는 용기를 내어 하숙비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옥희를 통해 전달한다.
사랑방 손님이 보낸 연서에 엄마는 답장을 한다. "메마른 나무에 불을 지르지 마세요. 저를 사랑하신다면 이대로 잊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원작에서는 친정집이 등장하지만, 극에서는 시어머니(한은진 분)가 등장한다. 도금봉의 임신이 사랑방 손님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혼자 사는 집에 남자가 들어 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시어머니는 사랑방 손님이 나가도록 며느리에게 종용한다. 맘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엄마는 연정의 마음에서 서서히 빠져나온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랑방 손님은 밤에 술을 잔뜩 먹고 들어와 옥희 엄마를 힘껏 끌어 안는다. 원작에서는 손한번 잡지 못하는데... 시대가 변한 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30년이나 시간이 흐른 것 아닌가. 이윽고 사랑방 손님은 기차를 타고 떠나고, 옥희의 집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정을 되찾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만 헛물켰다. 결말이 너무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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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장면 보기
50초: 오픈 크레딧의 벽돌 담벼락
9분 40초: 옥희의 앙증스런 연기 "아저씨 찬은 없지만 많이 드세요"
17분: 수원화성의 옛 모습 (화홍문)
25분: 계란장수와 성환 댁의 수작 장면
45분: 남편의 사진과 옥희가 가져온 꽃을 교체하는 모습
46분: 한복을 입고 피아노 치는 최은희
56분: 찬송가 갈피에 마른 꽃잎을 보관하는 장면
1시간 20분: 방을 비우듯이 여사의 모든 것을 비울 수는 없습니다
1시간 33분: 선생님과 엄마의 포옹장면
2편 이어집니다
[영화로 시대 읽기 ⑩] 어른들의 썸타는 이야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 < 영화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