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소-예술에 길을 묻다 ④] 내숭녀인 저

by 데일리아트

Q)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 전에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내숭녀'라고 해요. 제 친구들은 아직 결혼은 남 이야기라고 여기며 경력 쌓기와 취미 생활로 바빠요.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남자들은 일찌감치 결혼했더군요. 기왕이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남편감을 찾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아직 피부가 팽팽하고 허리에 군살이 붙기 전에 말이죠.

세월이 흘러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이상형은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소주 광고에 등장하는 여자 모델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들은 웨이브 있는 긴 머리에 굴곡 있는 몸매를 지녔죠. 티 없이 맑게 웃고 있고요. 남자들은 성적 매력을 지녔지만,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여자를 좋아한답니다.

저는 와인 동호회에서 만난 J를 점찍었습니다. j는 회계사로 일하는 잘생긴 남자예요. 유복한 집에서 자라서인지 성격도 온화하고요. 저는 동호회에서 순진하고 수줍어하는 듯 행동했어요. 덕분에 저는 모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자로 등극했지요. 근데 어느 날 모임에 새로운 회원 B가 등장했어요. ‘뉴페이스’의 등장에 저는 잠시 긴장했지만, 곧 제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B는 이미 이혼 경력이 있는 데다가 나이는 30대 중반이었어요. 말투 역시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었고요. 이성 친구로는 좋을지도 모르지만,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제가 한 수 위였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몇 달 뒤, J와 B가 나란히 서서 회원들에게 청첩장을 내밀지 않겠어요. 대체 왜 J는 B를 선택했을까요? 제가 더 예쁘고 어리고 순수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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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A) 안녕하세요, ‘내숭녀’님. 내숭을 떠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요? 제가 보기에 내숭녀 님은 질투도 심하고 욕망도 강한데 말이죠. 사람이 타고난 본성과 너무 다른 페르소나를 쓰고 생활하면 녹초가 되는 법이죠. 물론 그런 당신의 노력 덕분에 인기녀로 부상하긴 했지만, 정작 J는 다른 여성에게 빼앗기고 말았네요. 당신 말대로 성적 매력과 순수한 느낌을 동시에 지닌 여성은 많은 남성의 이상형이죠.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마릴린 먼로가 여전히 남성이 꿈에 그리는 여성인 이유랍니다.

‘내숭녀’님, 하지만 여성의 매력과 인간의 매력은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남자는 인형을 원하지 않아요. 활기 있고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을 이해해 주고, 개성 있는 여성에게 끌린답니다. 소설 <순수의 시대>를 살펴볼까요? <순수의 시대>는 미국 작가 이디스 워튼이 1920년대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며 1921년에 퓰리처상을 받았답니다. 소설은 결코 순수함을 찬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꾸며낸 순수’가 허구에 불과하다고 말하죠. 소설의 배경은 1870년대의 뉴욕입니다. 사교계는 결혼하려는 숙녀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순진하고 연약했습니다. 아니, 순진하고 연약해 보였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는 아처는 늘 꿈꿔온 여성상에 걸맞은 메이 웰렌드와 약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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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악녀가 등장했답니다. 메이의 사촌 언니 엘렌이 뉴욕에 돌아온 것이죠. 엘렌은 귀족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유럽을 떠났습니다. 남편을 버릴 때, 가면 역시 벗어던졌습니다. 뉴욕 사교계는 들썩였습니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엘렌의 행동이 일으킨 파장 때문이었습니다. 아처는 점차 엘렌의 진솔하고 꾸밈없는 매력에 흠뻑 취합니다. 지금껏 아처는 약혼녀 메이가 순수한 여성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메이는 그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연기하는 인형 같은 존재였습니다.

남자들은 소설에 등장하는 아처처럼 ‘나쁜 여자’에게 빠져듭니다. 불꽃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파멸을 예감하면서도 그녀에게 달려가죠. 처음에는 ‘나쁜 여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올곧고 인간미를 지닌 여성이라면 어떨까요? 남성은 그녀의 반전 매력에 더욱 매혹되겠지요. 아처의 약혼녀 메이의 본모습은 겉보기와 다릅니다. 결코 순진하거나 연약하지 않습니다. 영악하고 강인합니다. 결국 엘렌과 아처의 사랑은 메이의 간교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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츨처: 네이버 영화

뉴욕 사교계는 메이처럼 ‘순수한 숙녀’를 연기하는 여성들로 가득했습니다. 사교계에서 순수는 가식과 위선의 다른 말입니다. 가식적인 사람이 하는 말은 고상하고 듣기 좋습니다. 그러나 진정성이 없고 피상적입니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민낯을 보일 수 있는 두 사람만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숭녀’님의 생각처럼 남성은 밝고 순수하고 상냥한 여성에게 끌립니다. 남성이 끌리는 여성은 또 있습니다. 생기 있고 주관이 뚜렷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발휘하고, 모순으로 가득한 인간의 마음을 포용하는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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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역설적이고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남성을 사로잡는 여성은 시대가 요구하는 틀에 자신을 맞추는 여성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내숭녀’님은 왜 J가 당신이 아닌 B를 선택했는지 궁금하시죠? 거꾸로 B가 J를 선택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아마도 B는 J와 가치관이 비슷하다거나 말이 잘 통하거나 흔히 말하는 남녀 간의 케미가 통했는지도 모르죠. ‘내숭녀’ 님에게 흠결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J와 B가 더 좋아했을 뿐이랍니다. ‘내숭녀’ 님처럼 많은 사람이 사회가 요구하는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간답니다. 그러나 자신이 타고난 기질마저 감출 수는 없답니다. 이번 기회에 꾸며낸 태도를 버리고 ‘내숭녀’ 님이 본래 지닌 기질에 당신이 갈고닦은 매력을 더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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