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커버 /출처: discogs
1971년 프랑스, 미셸 폴나레프(Michel Polnareff)는 충격적인 제목의 곡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é Grand maman)>를 발표한다. 겉보기에는 한 가족의 상실을 다룬 듯하지만, 이 노래에는 당시 젊은 세대가 느꼈던 정서적 단절, 세대 간 충돌, 그리고 시대의 변화가 섬세하게 녹아 있다.
Qui a tué grand-maman? Est-ce le temps ou les hommes.
Qui n'ont plus l'temps d'passer le temps?
누가 할머니를 죽였을까요? 세월일까요, 사람들일까요.
이제는 여유조차 모르는 사람들 말이에요
가사 속 화자는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라고 묻지만, 정작 누구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 질문은 누군가를 고발하기보다는, 자신의 무관심과 방치에 대한 회한에 가깝다. 노래는 할머니라는 존재의 죽음을 통해, 관계의 단절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조용히 되짚는다.
이 곡을 들은 당대 청년들은 ‘할머니’ 뿐 아니라 자신이 떠나온 ‘고향’, ‘유년기’, 그리고 ‘과거의 나’를 함께 떠올렸다고 한다. 단조롭고 절제된 멜로디 위에 담담하게 얹힌 목소리는 감정을 강요하기보다는,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상실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프랑스 68혁명에 참여한 시위대의 모습 /출처: 중앙일보
이 노래가 발표된 1971년은 프랑스 사회가 1968년 5월 혁명 이후 급변하던 시기였다. 청년들은 자유와 자율을 외쳤지만, 현실은 점차 도시의 익명성과 가족 해체, 전통의 붕괴라는 또 다른 고립으로 다가왔다.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는 바로 이 시기의 공기와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할머니’는 회복되지 못한 관계의 은유였고,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당시 청춘들의 집단적 감정을 대변했다.
한편, 1980년 5월 18일 광주.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5·18민주화운동’ 불리는 이 사건은 수백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남겼고, 오랜 시간 왜곡과 침묵 속에 진실이 가려졌다.
광주 송정리역 광장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이 금남로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고 있는 모습 /출처: 한국일보
시위 현장에서는 〈오월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작사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사에는 저항과 애도의 정서가 깊이 스며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의 멜로디가 미셸 폴나레프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느리고 서정적인 원곡은 집단행진에 어울리는 박자감 있는 곡으로 편곡되었고, 거리에서 함께 부를 수 있는 민중가요로 다시 태어났다.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는 따뜻했던 과거와의 단절을, 〈오월의 노래〉는 폭력으로 지워진 진실을 마주한다. 하나는 개인의 회한에서, 또 하나는 집단의 아픔에서 비롯됐지만, 결국 두 곡 모두 말하지 못한 상실에 대해 노래한다는 점에서 강한 울림을 남긴다. 이는 같은 상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다짐이 된다.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이 두 노래를 다시 부르고 기억하며, 묻는다.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그리고 5월은 어땠는가?
노래 감상
가사 전문
Il y avait, du temps de grand-maman
할머니가 살아 계시던 그 시절엔
Des fleurs qui poussaient dans son jardin
그녀의 정원에 꽃들이 피어나곤 했어요
Le temps a passé, seules restent les pensées
시간은 흘러가고, 이제는 추억만 남았죠
Et dans tes mains, il ne reste plus rien
그리고 당신 손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요
Qui a tué grand-maman?
누가 할머니를 죽였을까요?
Est-ce le temps ou les hommes
시간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이었을까요
Qui n'ont plus l'temps d'passer le temps?
더 이상 시간을 함께 나눌 줄 모르는 사람들 말이에요
La la la la la la
라라라라라
Il y avait, du temps de grand-maman
할머니가 계시던 시절엔
Des fleurs qui poussaient dans son jardin
그녀의 정원엔 꽃들이 자라고 있었고
Le temps a passé, seules restent les pensées
시간이 흘러, 남은 건 기억뿐이에요
Et dans tes mains, il ne reste plus rien
당신 손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Qui a tué grand-maman?
도대체 누가 할머니를 죽였을까요?
Est-ce le temps ou les hommes
세월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일까요
Qui n'ont plus l'temps d'passer le temps?
이제는 여유조차 모르는 사람들 말이에요
Il y avait, du temps de grand-maman
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땐
Du silence à écouter
귀 기울일 만한 고요가 있었고
Des branches sur les arbres, des feuilles sur les branches
나무엔 가지가, 가지엔 잎이,
Des oiseaux sur les feuilles, et qui chantaient
잎 위엔 새들이 앉아 노래를 불렀어요
Qui a tué grand-maman?
그런 할머니를, 누가 죽였을까요?
Est-ce le temps ou les hommes
시간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일까요
Qui n'ont plus l'temps d'passer le temps?
더는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그들 말이에요
Le bulldozer a tué grand-maman
불도저가 할머니를 죽였어요
Et changé ses fleurs en marteaux-piqueurs
그녀의 꽃들은 모두 드릴소리로 바뀌었죠
Les oiseaux, pour chanter, ne trouvent que des chantiers
이젠 새들조차 노래 부를 곳을 찾지 못해요, 주변엔 공사장뿐이니까요
Est-ce pour cela que l'on te pleure?
그래서 우리가 당신을 그리워하며 우는 걸까요?
Qui a tué grand-maman?
누가 정말 할머니를 죽였을까요?
Est-ce le temps ou les hommes
시간일까요, 사람들일까요
Qui n'ont plus l'temps d'passer le temps?
더는 시간을 나눌 줄도 모르는 이 세상 말이에요
출처: 유튜브 maypon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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