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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힐마 아프 클린트'를 '소환'하는 이유: 인간의

by 데일리아트

7. 19. - 10. 26. 부산현대미술관
추상미술의 기원 스웨덴 출신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회화·드로잉·기록 139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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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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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 나선형 계단에 관한 조형 습작(빛과 그림자), 1880, 종이에 목탄, 흑연, 62×49cm.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을 7월 19일부터 10월 26일까지 개최한다.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1862-1944)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작가로 추상미술의 기원으로 평가 받는다.

전시는 힐마 아프 클린트의 드로잉과 기록 자료를 포함한 총 13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여성의 미술교육이 제한된 환경에서 '스웨덴 왕립 미술 학교'에서 정식으로 회화를 익혔다. 처음에는 식물과 동물의 세밀화, 초상화, 풍경화를 그렸으나 점차 추상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그를 추상미술의 선구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18살이 되던해 여동생을 잃은 상실감은 종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종교적 성격이 매우 큰 '신지학'은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형성된 종교 사상으로 신으로부터의 계시를 중시한 학문이다. 1906년 작가는 영적 부름을 받는다. 회화의 영역에 영적 세계가 더해진 것이다. 예술을 자신의 주체적 작업이 아니라 더 큰 질서로부터 '받아 적는 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후 10년간 작업에 몰두해 〈신전을 위한 그림〉,〈파르시〉, 〈원자〉 연작 등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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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회, 무제, 1908, 종이에 드라이 파스텔, 흑연, 53×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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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7, 성인기, 그룹 IV, 10점의 대형 그림, 1907, 종이에 템페라, 캔버스에 부착, 315 × 235cm.

힐마 아프 클린트는 자신의 작업이 시대를 너무 앞서 간다고 생각해, 사후 20년 간 작품을 봉인해 달라고 유언해 그의 작품이 알려지지 못했다. 이후 1,200점의 그림과 100편 이상의 노트가 조카의 다락방에서 발견되면서, 1986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되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전이 6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으며 미술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시는 작가의 생애와 작업의 흐름을 따라 총 7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이 장면들은 단지 시간의 순차적 배열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마주한 질문의 결이 어떻게 변화하고 응축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자연에 관한 관심과 관찰이 드러나는 초기 작업을 소개하는 ‘장면 1. 대면’을 시작으로 ‘장면 2. 상징의 미로’에서는 신지학과 인지학이라는 사유를 통해 보이지 않는 질서를 탐색하는 과정을 ‘장면 3.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신전을 위한 회화>을 통해 작가의 사유가 가장 정제된 형태로 구현되는 과정을 조망한다.

‘장면 4. 단순한 침묵’부터는 〈신전을 위한 회화〉 이후 전개한 〈원자〉, 〈무제〉 등 주요 연작과 그에 관한 다양한 기록물을 소개하며 작품 형식의 변화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색채와 구도의 단순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추적하고 사후 작품 공개에 대한 지시 등 기록 중심으로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 7. 흔적의 직조’에서는 작가와 관련 전시에 관한 영화 상영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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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 No. 1, 인식의 나무, W 연작, 1913, 종이에 수채, 과슈, 흑연, 잉크, 45.7 × 29.5cm.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제공. HaK 133.

작가의 대표작으로〈10점의 대형 회화〉는 인간 생명의 흐름과 의식의 진화를 거대한 화면 위에 단계적으로 구성한 연작으로 힐마 아프 클린트의 사유가 집약된 작품이다. 이후 제작된 〈인식의 나무〉 연작은 나무의 형상을 통해 의식의 분화와 내면의 확장을 시각화하며 보다 정제된 구조를 보여준다. 〈원자〉 연작은 미시 세계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물질과 정신의 연결을 탐색하며 회화적 언어를 확장한 결과이며 생애 후반의 〈무제〉 연작은 규칙과 구조에서 벗어나 직관과 감각의 흐름을 기록한 자유로운 형식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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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제공. HaK 133.힐마 아프 클린트, , 그룹 IX: 파트 I, SUW 연작, 1914?1915, 캔버스에 유채, 150 × 1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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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 보리에 대하여, 꽃과 나무를 관찰하며, 1922, 종이에 수채, 18 × 25.5cm.

전시 기간 중 할리나 디르스츠카 감독의 다큐멘터리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을 상시 상영하며, 이외 힐마 아프 클린트의 삶에 관한 라세 할스트룀 감독의 영화 〈힐마〉(2022)를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제목인 ‘적절한 소환’은 작가를 단순히 재조명하거나 미술사 속에 복권시키는 방식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며 “지금 이 시점에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를 다시 불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전시는 유료이며, 성인 10,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6,000원이다. 20인 이상 단체의 경우 할인이 적용된다. 전시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보다 자세한 일정과 전시 관련 정보는 부산현대 미술관 누리집(https://www.busan.go.kr/moca/index)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한 세기 반 이전의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작가를 21세기 현대미술관으로 소환함으로써, 그를 더 이상 단절된 과거의 작가가 아니라 이어지는 오늘의 시선과 사유를 재구성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려는 미술관의 시도가 전시를 보는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길 바란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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