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용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국가유산청이 올해 초 해외에서 환수한 조선 전기 불화 ‘시왕도’ 10점 중 일부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모두 16세기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현재 박물관이 소장·보관 중인 환수 유물이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시왕도’ 세 점을 직접 만나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거쳐 전시 기회를 넓혀갈 예정이다.
‘시왕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차례로 만난다고 여겨진 열 명의 왕을 그린 불화다. 고려시대부터 조선 전기까지, 죽은 자가 7일마다 한 명씩 왕을 만나 생전의 죄를 심판받는다는 사후세계의 상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지장보살과 시왕이 한 폭에 함께 그려졌지만, 시왕 열 명이 각기 따로 그려진 10폭 완질본은 매우 드물다. 이번에 환수된 ‘시왕도’는 한 폭에 한 명씩 그려진 10폭 구성으로, 국내에서 이처럼 완전한 형태의 시왕도가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물 중 10폭이 온전히 전해지는 예는 단 두 점뿐이며, 이번 환수를 통해 국내에서도 그 중 하나를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왼쪽부터 제 5염라왕, 제6 변성왕, 제8 평등왕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에서는 전체 10점 중 제5 염라왕, 제6 변성왕, 제8 평등왕 그림이 소개된다. ▲제5 염라왕은 사람이 죽은 뒤 다섯 번째 7일에 마주하게 되는 왕으로, 전통적으로 ‘업경’이라 불리는 거울 앞에서 죄를 들여다보는 장면이 함께 묘사된다. 이번에 공개된 그림 역시 염라왕 앞에 선 죄인이 옥졸에게 이끌려 거울에 죄가 비춰지는 장면을 담고 있다. 거울 속에는 네발짐승을 죽이는 모습이 드러나 있고, 주변에는 소, 닭, 오리 등 다양한 동물이 함께 그려져 있는데, 이는 고려시대 이후 한국 시왕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상이다.
▲제6 변성왕 그림은 여섯 번째 7일에 등장하는 왕으로, 하단에 펼쳐진 연화화생 장면이 인상적이다. 뜨거운 불길과 끓는 솥이라는 지옥의 전통적 형벌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연꽃과 연잎이 떠오르고, 빛에 감싸인 인물이 솟아오르는 장면은 단순한 고통의 묘사에서 벗어나 구제의 가능성을 전하는 교화적 불화로서의 의미를 더한다. ▲제8 평등왕 그림에는 죄목을 적은 두루마리를 저울에 달아 심판하는 ‘업칭’이 등장한다. 이와 같은 표현은 고려 후기 시왕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번 작품은 그 전통을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한편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8월 5일부터 마지막 전시품 교체를 앞두고, 더욱 풍성한 유물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분청사기 조화박지 연어문 편병>을 비롯해 총 12건 12점의 유물이 새롭게 전시되며, 조선 전기 회화의 꽃과 동물 표현을 잘 보여주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모견도>와 <화조도>도 함께 공개된다. 또한 보물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는 왕실에서 발원하고 소장했던 불교의식집으로, 조선 전기 불교문화의 깊이를 전한다.
(왼)분청사기 박지 태극무늬 편병과 (오)분청사기 조화·박지 연어문 편병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모견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관람객 사이에서 ‘N차 관람’이 이어질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으며, 박물관은 이에 보답하고자 전시품 교체가 이루어지는 8월 5일(화)부터 10일(일)까지 6일간 특별전을 무료로 개방한다. 관람객은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또는 국립중앙박물관 현장 매표소에서 무료 관람권을 발급받아 입장할 수 있다.
조선 전기 불화의 희귀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지닌 ‘시왕도’의 국내 첫 완질 전시는, 방학을 맞은 관람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전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